경사진 좁은 골목길을 지나 우뚝 솟은 집 한 채. 얼마 전 이곳에 둥지를 튼 김형선, 박선윤 씨 부부와 4살 아들 태원이가 사는 집이다.
“서울에 살면서 도시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여기가 그랬어요. 들어오는 사람은 있어도 나가는 사람은 없다는. 성북동은 그런 동네였죠.”
평소에도 지역 곳곳을 둘러보기 좋아했던 부부는 어느 날 마주한 성북동에서 ‘이 동네에 우리 집을 짓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삿짐을 풀고 싸는 반복된 삶에 지쳐갈 무렵, 문득 생긴 ‘내 집’에 대한 욕심. 부부 모두 건축을 업(業)으로 삼고 있으니 아파트 전세에서 벗어나 집을 짓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후 뜻을 모아 6개월 열심히 발품을 팔았고, 운명처럼 지금의 땅을 발견했다. 저렴하게 매입했지만 65㎡의 작은 대지 위 건축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자연경관지구’ 및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 해당되어 건폐율은 40%(일반적으로는 30%), 최대 2층이라는 층수 제한이 있었고, 대지 안의 공지 1m 등의 법규로 바닥 면적은 7평 이하로 설계해야 했다.
“건물의 배치와 규모에 관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대지 형상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특히 지하층은 고저차가 1.5m 이상 나는 대지에서 꼭 필요한 결정이었고요.”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 대지면적 : 65.76㎡(19.89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다락 / 건축면적 : 26.13㎡(7.90평)
연면적 : 83.78㎡(25.34평) / 건폐율 : 39.73% / 용적률 : 72.65%
최고높이 : 8.65m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지붕마감재 : KMEW 세라믹 / 단열재 : 존스맨빌 그라스울
외벽마감재 : 전돌타일 / 창호재 : 윈센창호
에너지원 : 도시가스
시공 : 스튜디오일더하기일, 나무집협동조합 http://cafe.naver.com/namoohyup
설계 : 공감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김형국, 김형선) 02-2607-8903 http://gonggamua.com + 스튜디오일더하기일(박선윤) www.studio1plus1.co.kr
총공사비 : 1억4천만원
레미콘, 펌프카 등의 장비 진입이 어려워 시공팀 섭외는 난항을 겪었고, 터무니없는 견적까지 더해지며 시작 전부터 적잖은 우여곡절과 마주했다. 어떤 현장이든 쉬운 공사는 없겠지만, 내 집이라는 사실이 두 사람에겐 더 큰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그럴 때마다 서로의 노고를 다독이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창과 테라스, 부부 침실과 아이 방을 연결하는 문, 넓은 공간감이 느껴지는 현관 등 실현 가능 요소에 대해선 꼼꼼히 신경 썼다.
“작은 면적이니 공간 자체가 부각되기 보다는 가족이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고, 그저 집 자 체가 건강하고 따뜻한 우리 삶의 배경이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구와 다양한 색감의 아이 장난감이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화이트, 우드, 그레이 세 가지 컬러를 기본으로 내부 공간을 꾸몄다. 벽 마감의 경우는 빠듯한 예산을 고려해 페인트 대신 합지를 택했다. 사실 내부 마감재로 우수한 재료는 아니었으나 추후 직접 도장할 수 있는 장점과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제 몫을 한 결정이었다.
마당과 이어진 덕분에 볕 잘 드는 지하층은 건축가인 부부의 작업실로 사용 중이고, 1층에는 거실과 주방, 2층에는 아이 방과 욕실 및 드레스룸, 다락에는 부부 침실을 배치했다. 계단을 제외하면 각 층은 5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높은 천장고와 넓은 창을 통한 시야 확보로 답답함을 줄일 수 있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벽지 / 바닥재 : LG하우시스 데코타일, 포세린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75×300 화이트타일, 300 육각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 주방 가구 : 이케아
조명 : 이케아 / 계단재 : 자작나무
현관문 : 코렐도어 / 방문 : 자작나무도어
붙박이장 : 이케아 / 데크재 : 방부목
“늘 누군가의 집을 지어주다 꿈에 그리던 우리의 집을 지으며 힘든 만큼 값진 경험을 했죠. 앞으로 우리가 건축가로서 걸어갈 방향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요. 일상이 되어버려 인식하지 못할 뿐, 집을 통해 얻는 위안은 무척 크다고 생각해요.”
18평으로 시작해 24평으로 옮기고 더 큰 집으로 가면 그만큼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집을 지으며 깨달았다. 가족을 웃게 만드는 건 단순히 집의 면적이 아니었다. 넓은 평수를 대신해 아이를 위한 작은 마당,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실 수 있는 옥상 테라스, 함께 모여 이야기와 음식을 나누는 오붓한 다이닝룸이 생겼고 덕분에 행복을 마주하는 기쁨을 이제야 제대로 누리고 있다.
아직 미완성이라며 여전히 집안 곳곳에 손길을 더해주는 두 사람. 집은 세 식구를 닮은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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