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0. 14:54ㆍ경제/다보스포럼 (세계경제포럼)
2017 다보스 포럼, 보호무역주의를 말하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포퓰리즘 우려
스위스 다보스에서 제47차 세계경제포럼이 열렸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는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을 2017년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내걸고,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했다.
주요 외신과 2017년 다보스 포럼에 따르면 올해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겠지만 동시에 기후변화, 무력충돌, 난민위기 등이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라 있다. 이에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세계경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난민과 이민자들의 급증이 겹치면서 신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포퓰리즘 정당들이 힘을 얻고 보호무역주의적인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다보스 포럼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Responsive and Responsible Leadership)이 필요하다고 봤다.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성 증가와 기존 시스템 붕괴에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에게 진솔하게 반응하고, 공정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 리더십의 역할이다.
4대 핵심과제로는 ▷글로벌 경제 활성화 ▷더욱 포괄적인 시장 기반 시스템 구성 ▷4차 산업혁명 대비 ▷국제협력 재강화 등을 꼽았다. 또한 글로벌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14개의 시스템 이니셔티브(System Initiatives)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의 미래 ▷디지털 경제와 사회의 미래 ▷경제 성장과 사회 통합의 미래 ▷교육, 성 역할, 직장의 미래 ▷에너지의 미래 ▷환경과 천연자원 안보의 미래 ▷금융통화시스템의 미래 ▷식량난과 농업의 미래 ▷건강과 헬스케어의 미래 ▷정보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국제무역과 투자의 미래 ▷장기적 투자, 인프라, 발전의 미래 ▷이동 수단의 미래 ▷생산의 미래 등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리스크들이 우리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영향 및 대책을 내놓는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에도 여전히 경제 구조적 문제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확산, 4차 산업혁명 본격화 등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뿐만 아니라 국내경제 안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째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변화에 대한 예측을 통해 선제적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둘째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대응 방안 마련과 불공정 사례 제소, 국제적 표준 구축 등 중장기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셋째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경기 안정화 및 경제 체질개선 노력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보호무역주의 반대’ 천명 =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1월 17일 중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다보스 포럼 기조연설을 맡았다. 트럼프와 메르켈 등 서방 국가 핵심 지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글로벌 리더로서 존재감을 뽐낸 셈이다.
중국은 그 동안 다보스포럼에 총리급을 파견해 오다가 올해 처음으로 시 주석이 직접 참석했다. 또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등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회의에 동참했다.
시 주석은 “개방을 통해 자유무역과 투자를 촉진해야 하며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누구도 무역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는 말로 중국산 제품에 폭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당선인에게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시 주석은 또 “국제사회는 부작용 때문에 세계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은 세계화의 수혜자이자 수호자”라고 역설했다. 작년 11월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서는 “이는 우리가 후세를 위해 짊어질 책임이며 협약 서명국들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해당 협약에 반대하는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연설에서 그는 “지난해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은 평균 6.7%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냈고, 이는 세계 선두 수준”이라며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기 전날 미카엘 클라우스 주중 독일대사는 중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하는 정치적 선언이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언행일치를 해야 한다”며, 중국에서 보호무역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은 한국에 대한 사드보복은 물론,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며 자국 시장에 대한 보호막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트럼프의 전령 “무역전쟁 원치 않아” = 도널드 트럼프는 다보스 포럼에 불참했으나, 그의 특사로 온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릿지캐피털 회장에게 포럼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균형무역’이라며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 국제무대에서 자유무역을 주장해 온 것은 미국이었고, 중국은 이에 대항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는 양국의 입장이 180도 뒤바뀐 셈이다.
이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카라무치는 시 주석이 기조연설을 마친 직후 ‘미국 전망’세션에 참석해 “미국과 차기 행정부는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바라는 것은 더욱 균형있는 무역이라고 강조했다. 스카라무치는 “과거 세계화는 미 노동자층과 중산층의 희생을 통해 이뤄졌다”며 세계화로 인한 자국의 이익을 부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 <신화통신>은 스카라무치가 미국이 중국과 매우 강력한 양자관계를 원하며, 시 주석을 존경한다고 말한 것을 옮겼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연설에 대해 “우리는 중국과 놀라운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며 “그들이 우리를 향해 손을 뻗고, 우리가 균형을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국이 세계화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무역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의 ‘균형무역’이 중국에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트럼프의 절친한 지인이기도 한 그는 “트럼프가 세계화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옹호했다. 그간 스카라무치는 언론에 의해 트럼프가 무역을 반대하는 보호주의자라는 이미지가 형성됐다고 주장해 왔다.
◇글로벌기업 CEO들 “보호무역주의로 세계화 위기” = 이날 포럼에서 글로벌 회계컨설팅 네트워크인 PwC는 세계 79개국 CEO 13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의 리더들 중 58%는 “보호무역주의 강세 속에서 세계화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이는 20여넌 전 CEO 설문조사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다국적 기업들은 “앞으로 원하는 만큼 무역의 자유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올해 보고서에 CEO들은 국가 및 지역 간 빈부격차를 줄이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세계화가 한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업 경영환경 악화 우려에도 글로벌 경제와 자사의 성장에 대한 전망은 전년에 비해 긍정적이었다. 응답자의 38%는 향후 12개월 이내 기업의 성장에 대해 매우 확신한다고 답했으며, 29%는 세계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에 비해 2~3%포인트 오른 수치다.
로버트 모리츠 PwC 회장은 “트럼프 슬럼프, 브렉시트 등 다사다난했던 2016년의 분위기에도 CEO들의 경영에 대한 자신감은 느리지만 매우 꾸준하고 상승하고 있다”면서 “많은 CEO들이 미국과 영국 지역에 전년보다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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