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속성을 알려면 로마를 봐라---佛역사학자 막스 갈로

2017. 2. 20. 09:10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권력의 속성을 알려면 로마를 봐라

"로마의 역사는 현재진행형"
佛역사학자 막스 갈로 `로마인물소설` 5권 완간   
기사입력 2008.01.21 16:47:01 | 최종수정 2008.01.22 08:44:58

"로마제국의 유산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모두 이 문명의 상속자들이다. 로마는 우리에게 하나의 거울이다."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불리는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소설 5권이 완간됐다. 갈로는 로마사를 뒤흔든 5명의 인물을 골라 권력의 속성을 추적한다. 갈로가 고른 5명의 인물은 인간의 본능을 극도로 표출하면서 권력에 도전했던 사람들이다. 책에서 갈로는 권력의 모든 속성은 로마에서 실험됐음을 입증한다.

로마 최초로 계급간 권력투쟁을 시작한 스파르타쿠스, 최고의 자리에 앉아 권력의 쾌락적 본질을 보여준 네로, 참혹한 과정을 거쳐 권력을 장악했지만 부도덕하다는 멍에를 쓰지 않은 티투스, 철학적 이미지마저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아우렐리우스, 평민의 지지를 가져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독교도를 보호한 콘스탄티누스 등을 통해 권력의 숨겨진 본질을 드러낸다.

갈로가 권력을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갈로가 보여주려고 한 건 우리가 쉽게 공론화하기 힘든 권력의 내재적 특성일 뿐이다. 그는 권력의 이면에서 다섯 가지 특성을 찾아낸다.

◆ 권력을 가진 자가 곧 도덕이다 =

로마사를 보면 권력에 관한 한 성공이 곧 도덕이었다. 수차례 참혹하고 비인도적인 전투를 거쳐 예루살렘을 점령한 티투스는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지 않았다. 티투스는 잔인하게 예루살렘을 점령했고, 동시에 예루살렘에 자비와 관용을 베풀었다. 무차별한 방식이 권력을 가능하게 했고, 그 권력이 자비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권력의 아이러니한 속성이다.

◆ 권력 앞에선 이념도 수단이다 =

권력보다 철학을 사랑했다고 알려진 `철인 황제` 아우렐리우스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철학 속에 야심을 감추고 있던 사람이다. 인간 존중이라는 그의 철학은 자기 뜻에 따르는 사람에게만 허용된 것이었다. 자기 철학에 감화하지 않는 기독교도나 이민족들에게 그는 누구보다 가혹했다. 그의 이념은 내부를 다스릴 때는 선으로 활용됐지만 권력을 장악할 때는 악으로 돌변했다.

◆ 정치는 유혹이다 =

로마제국이 거대한 영역으로 확장된 데는 콘스탄티누스의 힘이 컸다. 갈로는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 평민의 힘을 필요로 했던 콘스탄티누스가 의도적으로 자신이 믿지도 않는 기독교를 보호했다고 말한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투표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평민이 많이 믿는 기독교를 용인했던 것이다.

◆ 힘이 곧 자유를 가져다 준다 =

힘을 가진 자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노예 스파르타쿠스는 타인의 뜻에 따라 삶과 죽음이 결정되느니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유로워지는 길을 택했다. 스파르타쿠스는 최초로 노예들이 중심이 된 조직적인 군대를 만들었고 잠시였지만 자유를 맛보았다. 같은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힘을 얻으면 그것이 곧 자유를 가져다 준다는 사례를 보여줬다.

◆ 권력은 쾌락으로 멸망한다 =

최고 권력은 늘 쾌락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로마 5대 황제 네로에게 권력은 곧 쾌락의 다른 이름이었다.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 비판이라는 기능은 정지되기 때문에 쾌락의 가속도는 무섭다. 한 인간을 무너뜨리고 결국 권력을 무너뜨린다. 한 권력이 막을 내릴때 돈, 여자, 술은 늘 함께 있었다.

[허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