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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상징성과 조형미를 찾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작품활동을 펼쳐온 서예가 중하 김두경(55)의 공간에는 늘 문자 향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는 획 하나 하나에도 표정이 있고, 획과 획이 만나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내는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문자를 왜곡하거나 기이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림처럼 보이게 하는 법은 절대 없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우리의 소중한 한글에 상징과 표정을 더해 찰진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그 뿐이다.
중견서예가 김두경씨가 12일부터 17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 ‘상형한글 멋 서예의 맛’을 펼쳐보인다. 초대는 13일 오후 4시.
이번 전시는 지난 2008년 ‘상형한글’이라고 명명한 서체를 처음 선보였던 서울 백악예원에서의 전시 이후 서울에서 오랜만에 갖는 전시다. 2010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줄탁동시여고함금전을, 2012년 국립임실호국원에서 충효보훈전을 개최한 후로 2년여 만에 반가운 얼굴을 내밀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가 개발한 상형한글을 모태로 한 작품 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그는 궁체, 판각체, 반포체 등으로 분류되는 전통 한글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 인테리어나 각종 디자인에 활용하기 좋은 감각적이면서도 새로운 한글서체를 보여준다.
김 작가는 “상형한글의 새로운 조형법은 한문서예는 물론 세계의 어떤 문자도 가능하다”면서 “우리의 음양관이나 세계관을 바탕으로 허실을 살펴 상보하는 방법을 찾거나 여백의 조화를 살리기 위해 글자와 글자 배치를 다르게 하는 등 문자 배열 방법을 달리하여 간단한 한자뿐 아니라 세계 어떤 문자도 서예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한글을 주 테마로 잡고 보니 단순하고 반복적인 형태에서 문자예술로 승화시키기엔 어려움이 따랐다고. 단순한 글자체와 같은 자모음의 반복, 연속되는 동그라미 등으로 이뤄진 한글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문자였다.
때문에 작가는 한글의 단순함과 반복성을 감추기 위해 획의 느낌을 다양하게 처리하면서 상징과 조형성으로 대변되는 글씨를 찾는데 몰입했다. 여기에는 한문 서예로 다져진 그의 내공이 주효한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한글에 매달리면서 구상한 테마는 참 많고, 웬만큼 실험되어 있어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하나씩 정리하며 구체화 시키려 한다”면서 “융합과 발전을 통한 역동성으로 한글과 서예가 한류를 주도하는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그의 이 같은 자신감은 일곱살의 어린나이에서부터 서예에 매진하고, 한문 서예를 섭렵하는 등 남다른 내공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 터. 서예가는 지금도 대중과의 더 진한 스킨십을 꿈꾸고 있다. CI(Corporate Identity)작업과 BI(Brand Identity)작업, 문화상품 디자인 등의 연구에도 앞장서 서예의 산업화 가능성에도 열정을 토해내고 있는 그는 21세기형 선비가 분명했다.
부안 출생으로 강암 송성용, 하석 박원규 선생을 사사했다. 다수의 기획전과 단체전, 초대전에 참여했으며 이번 전시가 작가의 6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정읍에 선비문화체험관 우리누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서예문화연구소 ‘문자향’의 대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서예반 교수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