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행 ②] 콜마르(Colmar) 크리스마스 마켓 기행
오마이뉴스 노시경 입력 2015.12.24 16:09
[오마이뉴스노시경 기자]
만약에 겨울에 프랑스를 여행하게 된다면 누구나 꼭 가보아야 한다고 하는 곳이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콜마르(Colmar)와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이다.
파리에서 출발하는 기준으로 보면 콜마르는 스트라스부르를 거쳐야만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스트라스부르를 가면서 콜마르를 같이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파리에서 아침 일찍 떼제베를 타고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한 이후 열차 티켓 예매와 아침 식사를 한 후 다시 콜마르로 향했다.
▲ 수로의 산타클로스. 오리들과 함께 콜마르의 수로를 장식하고 있는 산타클로스. |
ⓒ 노시경 |
차창 밖은 겨울이지만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푸른 프랑스의 평원과 작은 마을들이 지나가고 철길에서 먼 낮은 산에는 중세의 성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열차는 지방 일반기차지만 속도는 상당히 빨라서 푸른 평원을 거침없이 달린다. 깔끔한 옛 마을들과 첨단 열차의 어울림, 그리고 여유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마음이 평온한 여행을 계속한다.
잠시 평온을 즐기는 시간도 끝나고 30분 만에 기차는 콜마르 기차역에 도착했다. 콜마르 기차역은 역사 건물도 다른 도시의 역과는 다르게 동화 속 마을의 역 같이 운치있게 생겼다.
그림 속의 중세 마을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
▲ 산타클로스. 콜마르 목조 가옥의 창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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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정도 걸어 구시가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그림 속의 중세 마을로 들어온 것 같은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이 작은 도시에는 성벽 같은 경계가 없지만 어느 순간 다른 시공간으로 내던져진 것만 같았다. 나는 이곳에서 유럽의 중세를 흉내내는 테마파크 건물들의 살아 있는 원형을 보았다.
게다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으니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목조 건물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한껏 치장을 하고 있다. 벽에 박힌 오래된 목조 골조가 아름다운 이 목조 건물들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떤 산타클로스는 줄을 타고 내려와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어떤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가게 앞에서 색소폰을 불고 있다.
▲ 가게 앞의 산타클로스. 색소폰을 불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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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르가 위치한 프랑스 알자스(Alsace) 지역은 프랑스 내에서도 빵과 치즈가 맛이 좋기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크리스마스답게 예쁜 그림이 그려진 크리스마스 쿠키 렙쿠흔(Lebkuchen)과 진저 브레드 쿠키를 파는 가게들이 여행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트 모양으로 생긴 독일빵 브레첼(Pretzel)도 많이 눈에 띄는데 한때 콜마르 지역도 독일의 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앙시앵 두안느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의 다양한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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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겔호프. 알자스 지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달콤한 알자스 특산 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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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알자스 지방 인형과 같은 기념품, 산타클로스 인형,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 형형색색의 양초, 유기농 비누와 오일, 농가에서 직접 만든 소시지와 치즈, 과일차, 입체 모양의 종이 엽서 등을 팔고 있다. 나는 유럽에서 이처럼 많은 가게들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처음 보게 되었다. 유럽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역시 여행지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야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는 코이퓌스 건물
▲ 크리스마스 마켓. 프랑스인들은 연말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알뜰하게 쇼핑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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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마켓. 앙시앵 두안느 광장과 코이퓌스 크리스마스 마켓을 연결하는 통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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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치형 문을 통과하는 순간 이 건물의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을 하게 된다. 1480년에 완공된 건물답게 고색창연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차 세계대전에서도 용케 살아남은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은 새로 지은 건축물들의 모습과 비할 바가 아니다.
지붕에는 아마도 작은 방들과 연결될 작은 창문들이 아래를 굽어보고 있고, 격자형으로 덮은 지붕의 타일은 갈색과 푸른색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미술의 나라답게 지붕의 색상도 하나의 작품이다. 코이퓌스 앞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나무색이 아니라 흰색인데 눈이 덮힌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니 참으로 미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콜마르의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과 달리 실내에 자리하고 있다. 코이퓌스는 중세시대에 콜마르의 세관사무소와 창고, 극장, 은행, 상공회의소 등으로 사용될 정도로 콜마르에서는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건물의 'ㄱ'자로 꺾인 부분은 중세시대에 세관의 창고로 사용되었기에 다른 건물들에 비해 층고가 아주 높은 것이 인상적이다. 과거의 세관 건물은 평소에는 공공활동에 이용되다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화려하게 변모하는 것이다.
▲ 코이퓌스 건물. 과거 세관이었던 이 건물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이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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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이퓌스 건물 내부. 내부의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장인들의 예술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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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퓌스 안에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었다. 코이퓌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역사적 건물의 실내에 자리한 마켓답게 광장에 자리한 크리스마스 가게들에 비해 조금 더 고급스러운 물건들을 팔고 있다. 콜마르 장인들의 정성이 들어간 고가의 수공예품과 함께 과자로 만든 집들의 수준이 예술품의 경지에 있는 작품들이다.
▲ 뤼 드 마샹 거리. 코이퓌스에서 내려다 본 이 거리는 한동안 걸음을 멈추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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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건축물들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건축물들을 장식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며 크리스마스에 대한 즐거운 기억들이 마음 속에서 살아났다. 그동안 유럽의 여러 도시들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거리를 본 적이 없다. 5백년이 넘은 중세의 건축물들과 어우러진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나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중세 건축물과 크리스마스 장식 위로 아침의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저 중세의 거리로 더 들어갈 것인지 이곳에서 뤼 드 마샹 거리를 더 감상할지 갈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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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올해 12월 6일~12월 12일의 프랑스 여행기입니다.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00 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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