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지키는 수백·수천마리 종이학

2015. 12. 6. 22:18이런저런 이야기/다양한 세상이야기

 

 

백남기 농민 지키는 수백·수천마리 종이학

백씨의 쾌유 바라는 시민들의 작은 행동 '종이학 접기'

15.12.06 17:36l최종 업데이트 15.12.06 17:36l

 

 

서울대병원 앞에 설치된 천막. 여러 천막 주변 각양각색의 종이학에 걸려있다. 천막 한쪽에선 여러 명이 모여앉아 종이학을 접고 있다. 천막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학생부터 아이와 손잡고 온 엄마, 그리고 중년의 직장인까지 많은 분들이 들렀다 가셨다. 추운 날씨이지만 지나가는 길에 잠시 종이학을 접고 가는 것이다.

시민들이 접고 있는 종이학은 바로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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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농성장을 찾아 접은 종이학을 보관상자에 넣는 최나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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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농성장 이지만 종이학을 접는 시민들의 참여는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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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은 지난 11월 14일 쌀값보장과 밥쌀수입 중단을 요구하며 민중총궐기를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현재까지도 의식불명 상태다. 경찰은 당시 물대포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시인했으면서도 백남기 농민사태에 대한 사과는커녕 병문안 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당시 물대포 사용을 지휘한 강신명 경찰청장을 파면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도 백남기 농민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종이학을 정성스레 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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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종이학 접기 시민행동을 제안한 이윤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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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바라는 시민들의 작은 행동 <쾌유기원 종이학 접기>를 제안한 이윤진(39세)씨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며 매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농성장에서 종이학 접기를 제안했다"며 "맘 같아서는 일어나실 때까지 매일 24시간 농성장을 지키면서 종이학을 접고 싶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이고, 집도 영등포로 농성장이 있는 혜화역까지는 꽤 먼 곳이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시간을 내서 종이학을 접고 있다.

이씨는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분들이 지나가면서 격려도 해주시고, 종이학도 손수 접어주시고 갑니다"라며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런 마음들이 하나둘씩 모이면 기적이라는 것도 생겨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꼭 일어나실 거라고 믿어요"라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바라는 시민들의 작은 행동 <쾌유기원 종이학 접기> 매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서울대병원 앞 천막에서 진행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또 현장에서 접기 어려운 분들은 집이나 직장 어느 곳에서라도 종이학을 접고 가져다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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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기원해주세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종이학 접기 시민행동을 제안한 이윤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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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이 지나자 농성장에 노란 종이학을 들고 온 사람이 있었다. 민중총궐기 서울서부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이라고 소개한 박희진(40) 씨는 "백남기 농민쾌유 기원과 경찰청장 파면 촉구 서명을 받으면서 시민들로부터 종이학을 접어달라고 부탁했다"며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서 몇분이상이 소요되는 종이학 접기가 쉽지 않지만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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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유기원 노란 종이학 시민들이 접어준 노란 종이학을 들고 찾아온 민중총궐기 서부준비위 박희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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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씨는 "한 엄마는 학창시절 종이학을 접어본 후로 접는 방법을 잊고 있었는데, 서글픈 일로 다시 접게 되어 안타깝다는 말씀도 해주셨고, 어린 중학생은 쾌유를 바라는 글귀를 적어주시고는 종이학을 접을 줄 모르니 대신 접어서 꼭 전달해달라고도 하셨다"며 "경찰과 언론에선 불법이나 폭력이니 하며 왜곡하지만 시민들은 백남기 농민이 왜 쓰러지셨는지 많이들 알고 계시는 것 같았다. 꼭 일어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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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유를 기원합니다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글귀와 종이학을 접는 시민들.(사진제공 : 민중총궐기 서부준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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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종이학 접기는 매일매일 계속 된다. 농성장 천막 주변 걸려있는 여러 색의 종이학처럼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종이학을 접고 있지만 그들이 바라는 것은 결코 다르지 않다. 하루빨리 백남기 농민이 건강하게 일어나시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적절한 사죄와 조치다. 지금도 서울대병원 주변에서 수백·수천마리의 종이학이 백남기 농민 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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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 농민을 지키는 시민들의 마음 추운 날씨이지만 농성장 주변은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기 종이학으로 푸근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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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손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