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시, 무엇이 달라졌나⑤]
[오마이뉴스 유성호,김경년 기자]
"집에서 지하철까지 꽤 걸리거든요. 걷기는 너무 멀고 버스를 기다리기도 뭐한데, 이걸 타고 가면 아주 딱입니다. 올 때도 마찬가집니다. 자가용이나 다름 없죠."
서울 상암동에 사는 부광채(73)씨는 하루에 두 번씩 꼭 자전거를 이용한다. 집(월드컵11단지)에서 지하철(DMC역)까지 자전거로 10분도 채 안 걸리기 때문이다.
걷기는 멀고 버스 기다리기도 귀찮다면...
비싼 자전거를 산 것도 아니다. 빌려 탄다. 대여료는 6개월에 고작 1만5천 원.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퀵서비스 일을 하는 부씨에게 따릉이는 없어서는 안 될 생업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지상에 올라와서 일을 받으러 갈 때도 따릉이를 이용한다.
덕분에 그는 지난 10월 26일 이후 무려 204회(하루 평균 5.8회)나 이용해 지금까지 따릉이를 가장 많이 탄 사람이 됐다.
9월 28일 이후 지금까지 77회(하루 평균 1.2회)를 이용해 여자 가운데 가장 많이 이용한 주부 문기정(43, 신수동)씨는 주로 서강대역에서 신촌역까지 장을 보러 갈 때 주로 이용한다. 따릉이가 무료로 시범 운영할 때 우연히 타봤다가 편리해서 역시 6개월 치 이용권을 끊었다.
서울시는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 10월 15일부터 '따릉이'을 선보였다. 걷기엔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가까운 거리를 이어준다는 콘셉트다. 공공자전거 2천 대를 투입해 신촌과 여의도, 상암, 4대문 안, 성수 등 5개 지역을 누비고 있다.
따릉이, 기자가 직접 타봤더니...
지난 1일 정오경 기자도 직접 따릉이를 타보기로 했다.
일단 스마트폰을 이용해 '따릉이' 앱을 내려받은 뒤, 회원가입을 하고 1000원짜리 일일이용권을 구매했다(1주일권 3천 원, 1개월 권 5천 원, 6개월 권 1만5천 원, 1년 권 3만 원).
서울시청에서 앱으로 확인해보니 근처 '서울광장 옆' 대여소에 따릉이 5대가 남아있었다. 대여소에 가서 그중 10번 따릉이를 선택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자물쇠를 해제했더니 모든 과정이 완료됐다는 녹음방송이 나왔다.
회원가입이나 대여시스템이 낯설어 한 번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기계에 어두운 기자도 한두 번 '실패' 끝에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목적지는 '종각역'. 자전거 우선도로 표시가 그려진 차도와 인도를 번갈아가며 조심조심 달렸다. 자전거 우선도로라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차들을 피해 몇 번을 인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해야 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로 쏟아져 나온 회사원들 탓에 인도도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최대한 안전을 고려해 천천히 달렸으나 10분 만에 '종각역 1번 출구 앞' 대여소에 도착했다. 대여 가능 자전거가 3대 기다리고 있었다. 반납시스템을 점검할 겸 타고 온 따릉이를 반납한 뒤 다른 따릉이를 대여해 시청으로 돌아왔다.
서울광장에서 종각역까지 걸린 시간은 왕복 20분 정도. 앱에서 '이용내역'을 확인해보니 '이동 거리 3.19km, 소모칼로리 107.38kcal, 탄소절감 효과 0.74g'가 기록됐다.
스마트폰 앱 설치, 이동거리·열량소모량 알 수 있어
공공자전거를 도입한 곳은 물론 서울시가 처음은 아니다. 자전거 타기 문화가 정착된 타 도시들은 물론 서울 시내 지자체도 이미 도입해 운영한 지 오래됐다.
그러나 각 자치구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들은 한강, 중랑천, 홍제천 같은 곳에 설치돼 교통수단보다는 레저용으로 구축된 데다 구별로 시스템이 달라 호환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이들을 통합 관리해 서울 시민들이 시내 어디서나 자전거를 타고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서울시의 '따릉이'가 타 도시보다 자랑하는 비교우위는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일원화시켰다는 것. 스마트폰에 '따릉이' 앱을 내려받은 뒤 한 번만 회원가입을 해놓으면 이후 다시 로그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시간, 이동 거리부터 자신이 소모한 열량과 탄소절감 효과까지 알 수 있다. 탈 수 있는 자전거가 몇 대나 남아있는지 대여소에 직접 가지 않고도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 구축비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자전거를 서울시가 직접 개발하고 스마트폰으로 대여방식을 바꿔 지금은 타 시·도보다 월등히 싸졌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도로여건 확충 우선돼야
출범 한 달 반이 지난 지난달 29일 현재 '따릉이'의 회원 수는 3만1941명, 대여 건수는 8만9120건으로 나타났다. 회원은 아무래도 20대(48%)가 가장 많고, 30대(23%), 40대(14%) 순이며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는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부터 7시 사이였다.
편리해 보이지만 보완할 점도 많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회원가입 절차가 어렵다는 호소가 많다.
무엇보다도 자전거를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도로여건 확충이 '따릉이' 이용 활성화의 최대 관건으로 보인다. 기자가 직접 탔을 때도 비록 도로 오른쪽에는 '자전거 우선도로(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다닐 수 있는 도로)' 표시가 돼 있었지만 무섭게 달려드는 자동차들 때문에 맘 놓고 차도를 다닐 수 없었고, 인도로 올라오면 행인들과 부딪칠까 봐 움츠러들기 일쑤였다.
최연호 서울시 공공자전거팀장은 "도입 초기인 만큼 회원가입 등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지만, 꾸준히 보완해나가겠다"며 "특히 도로 여건은 자전거 전용도로와 우선도로를 더욱 확충하고 운전자들의 인식교육을 강화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또 "내년 5천 대, 2020년 2만 대까지 증차해 실질적 생활권 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는 게 목표"라며 "무엇보다 시민들이 안전에 신경 써서 많이 이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자전거 '따릉이' 직접 타봤습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김경년 기자]
"집에서 지하철까지 꽤 걸리거든요. 걷기는 너무 멀고 버스를 기다리기도 뭐한데, 이걸 타고 가면 아주 딱입니다. 올 때도 마찬가집니다. 자가용이나 다름 없죠."
서울 상암동에 사는 부광채(73)씨는 하루에 두 번씩 꼭 자전거를 이용한다. 집(월드컵11단지)에서 지하철(DMC역)까지 자전거로 10분도 채 안 걸리기 때문이다.
걷기는 멀고 버스 기다리기도 귀찮다면...
▲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지나가는 학생들이 자전거를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 '따릉이'는 만 15세 이상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다. |
ⓒ 유성호 |
비싼 자전거를 산 것도 아니다. 빌려 탄다. 대여료는 6개월에 고작 1만5천 원.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퀵서비스 일을 하는 부씨에게 따릉이는 없어서는 안 될 생업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지상에 올라와서 일을 받으러 갈 때도 따릉이를 이용한다.
덕분에 그는 지난 10월 26일 이후 무려 204회(하루 평균 5.8회)나 이용해 지금까지 따릉이를 가장 많이 탄 사람이 됐다.
9월 28일 이후 지금까지 77회(하루 평균 1.2회)를 이용해 여자 가운데 가장 많이 이용한 주부 문기정(43, 신수동)씨는 주로 서강대역에서 신촌역까지 장을 보러 갈 때 주로 이용한다. 따릉이가 무료로 시범 운영할 때 우연히 타봤다가 편리해서 역시 6개월 치 이용권을 끊었다.
서울시는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 10월 15일부터 '따릉이'을 선보였다. 걷기엔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가까운 거리를 이어준다는 콘셉트다. 공공자전거 2천 대를 투입해 신촌과 여의도, 상암, 4대문 안, 성수 등 5개 지역을 누비고 있다.
따릉이, 기자가 직접 타봤더니...
▲ 김경년 <오마이뉴스> 기자가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인대여소에서 대여해 자전거를 직접 타보며 체험하고 있다. |
ⓒ 유성호 |
▲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앱. 대여소에 직접 가지 않고도 대여가 가능한 자전거 대수를 확인할 수 있다. |
ⓒ 오마이뉴스 |
일단 스마트폰을 이용해 '따릉이' 앱을 내려받은 뒤, 회원가입을 하고 1000원짜리 일일이용권을 구매했다(1주일권 3천 원, 1개월 권 5천 원, 6개월 권 1만5천 원, 1년 권 3만 원).
서울시청에서 앱으로 확인해보니 근처 '서울광장 옆' 대여소에 따릉이 5대가 남아있었다. 대여소에 가서 그중 10번 따릉이를 선택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자물쇠를 해제했더니 모든 과정이 완료됐다는 녹음방송이 나왔다.
회원가입이나 대여시스템이 낯설어 한 번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기계에 어두운 기자도 한두 번 '실패' 끝에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목적지는 '종각역'. 자전거 우선도로 표시가 그려진 차도와 인도를 번갈아가며 조심조심 달렸다. 자전거 우선도로라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차들을 피해 몇 번을 인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해야 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로 쏟아져 나온 회사원들 탓에 인도도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최대한 안전을 고려해 천천히 달렸으나 10분 만에 '종각역 1번 출구 앞' 대여소에 도착했다. 대여 가능 자전거가 3대 기다리고 있었다. 반납시스템을 점검할 겸 타고 온 따릉이를 반납한 뒤 다른 따릉이를 대여해 시청으로 돌아왔다.
서울광장에서 종각역까지 걸린 시간은 왕복 20분 정도. 앱에서 '이용내역'을 확인해보니 '이동 거리 3.19km, 소모칼로리 107.38kcal, 탄소절감 효과 0.74g'가 기록됐다.
스마트폰 앱 설치, 이동거리·열량소모량 알 수 있어
▲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지나가는 외국인이 자전거를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걷기엔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가까운 거리를 이어준다는 컨셉트다. |
ⓒ 유성호 |
공공자전거를 도입한 곳은 물론 서울시가 처음은 아니다. 자전거 타기 문화가 정착된 타 도시들은 물론 서울 시내 지자체도 이미 도입해 운영한 지 오래됐다.
그러나 각 자치구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들은 한강, 중랑천, 홍제천 같은 곳에 설치돼 교통수단보다는 레저용으로 구축된 데다 구별로 시스템이 달라 호환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이들을 통합 관리해 서울 시민들이 시내 어디서나 자전거를 타고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서울시의 '따릉이'가 타 도시보다 자랑하는 비교우위는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일원화시켰다는 것. 스마트폰에 '따릉이' 앱을 내려받은 뒤 한 번만 회원가입을 해놓으면 이후 다시 로그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시간, 이동 거리부터 자신이 소모한 열량과 탄소절감 효과까지 알 수 있다. 탈 수 있는 자전거가 몇 대나 남아있는지 대여소에 직접 가지 않고도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 구축비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자전거를 서울시가 직접 개발하고 스마트폰으로 대여방식을 바꿔 지금은 타 시·도보다 월등히 싸졌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도로여건 확충 우선돼야
▲ 김경년 <오마이뉴스> 기자가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직접 타보며 자전거 우선도로를 달리고 있다. |
ⓒ 유성호 |
출범 한 달 반이 지난 지난달 29일 현재 '따릉이'의 회원 수는 3만1941명, 대여 건수는 8만9120건으로 나타났다. 회원은 아무래도 20대(48%)가 가장 많고, 30대(23%), 40대(14%) 순이며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는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부터 7시 사이였다.
편리해 보이지만 보완할 점도 많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회원가입 절차가 어렵다는 호소가 많다.
무엇보다도 자전거를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도로여건 확충이 '따릉이' 이용 활성화의 최대 관건으로 보인다. 기자가 직접 탔을 때도 비록 도로 오른쪽에는 '자전거 우선도로(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다닐 수 있는 도로)' 표시가 돼 있었지만 무섭게 달려드는 자동차들 때문에 맘 놓고 차도를 다닐 수 없었고, 인도로 올라오면 행인들과 부딪칠까 봐 움츠러들기 일쑤였다.
최연호 서울시 공공자전거팀장은 "도입 초기인 만큼 회원가입 등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지만, 꾸준히 보완해나가겠다"며 "특히 도로 여건은 자전거 전용도로와 우선도로를 더욱 확충하고 운전자들의 인식교육을 강화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또 "내년 5천 대, 2020년 2만 대까지 증차해 실질적 생활권 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는 게 목표"라며 "무엇보다 시민들이 안전에 신경 써서 많이 이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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