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진안군 마을축제에서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2008. 7. 31. 17:32시민, 그리고 마을/지역 마을공동체 활동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글쓴이 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팀장)    [2008년6월호]    조회 : 1,508

진안군의 마을만들기와 마을축제
- 제1회 진안군 마을축제를 준비하며 -


진안군은 전라북도의 동부산악권에 위치한 대표적인 과소지역이다. 1960년대 중반 인구 10만을 넘던 곳이 이제는 상주인구가 2만 4천명에 불과하다. 전북 상수원인 용담댐 건설로 인해 1만3천명이 외지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있지만 농촌 쇠퇴의 전반적 경향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 크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산업화와 근대화라는 전국토개조운동의 소용돌이에서 한발짝 빗겨나 있었기에 전통문화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마을마다 아름드리 당산나무가 잘 남아 있고 마을숲도 전국에서 가장 밀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21세기는 환경의 시대, 정보의 시대, 문화의 시대 등등으로 해석되어 왔다. 그래서 개발의 낙후지역 이었다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20세기의 개발 패러다임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흐름을 적극 수용하여 농촌의 내재된 가능성을 결합시킨 새로운 도전이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라 할 수 있다.


진안군의 다양한 마을만들기 활동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는 풀뿌리 마을 단위 공동 활동을 강화하고 주민자치의 시스템을 갖추어 주민 스스로 살기 좋고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2001년부터 주민 주체의 내발적 발전론에 기초하여 실험적으로 시도되어 온 ‘으뜸마을가꾸기’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올해로 8년째로 해당하고 계속 진화, 발전해오고 있는 사업이다.
여기서 활동영역은 상호연관성을 가지며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어 왔다. 마을 활동을 도와줄 수 있는 귀농귀촌인 중심의 마을간사제도. 도시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귀농귀촌학교, 생활문학상 공모 등 다양한 프로그램 사업. 에코뮤지엄 구상에 기반을 두어 백운면에서 추진중인 마을(문화)조사단 사업과 면소재지 간판개선, 공공미술 활동 등.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된 향토문화자원 총조사, 지역해설사 양성, 지산지소 직거래장터 등이 그러하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서로 연계하고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 책임있는 주체그룹도 계속 만들어져 왔다. 민간에는 마을위원장협의회, 마을간사협의회, 도농교류센터(농촌관광협회), 귀농귀촌활성화센터, 지역활성화팀 등이 구성되었다. 행정 내에도 마을만들기 전담팀이 설치되고 행정 내 협력을 위한 TF팀도 구성되었다. 외부 전문가들은 각종 연구용역이나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결합되고 있다.


< 주민들이 직접 토론하여 작성한 마을발전계획도와 주민발표회>


제1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의 실험과 평가
전국적으로 농촌만도 1천개가 넘는 마을만들기 활동지구가 있다. 2002년경부터 정부 예산 지원을 통해 시작된 이런 활동에는 대개 ‘탈도 많고 말도 많’다. 지구마다 반복되는 시행착오는 수정 없이 다른 지구에서 다시 거듭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심각하다.
이런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새로운 계기를 확보하고자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작년 4월에 진안군에서 전국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처음부터 행정과 주민, 외부 시민사회단체와의 적극적인 결합을 통해 준비되었다.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슬로건은 이 대회를 계기로 마을만들기의 기본정신으로 정착하였다.
대회를 결산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제2회 대회도 진안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결과적으로 행사를 통해 진안군은 2001년부터 시도해온 다양한 활동을 총점검하고 또 진안군을 전국에 알리며 내부 정체성을 강화하는 좋은 계기였다.
하지만 농촌 실정이 그러하듯 단일 행사로서는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마을 주민의 참여 부족, 미흡한 프로그램과 숙박시설 등 풀뿌리 마을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학습하고 토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는 바뀌어야 할 것이 많이 드러났다. 또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가시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반성도 있었다.

< 민관협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개최된 제1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


귀농귀촌인과 함께 하는 마을축제로의 발전
제1회 대회를 계기로 진안군은 자신감을 크게 얻었다. 진안군을 찾아와 견학하고 토론하며 숙박을 한 연구자, 주민 그룹이 지난 1년간 130팀에 달했다. 이에 행정과 의회는 합의를 거쳐 마을만들기 전국대회를 신활력사업의 일환으로 진안군에서 3년간 계속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올 2월에는 농림부 공모사업으로 농촌축제 사업에 선정되어 귀농귀촌을 테마로 8월중에 개최하는 것이 확정되었다. 또 진안군의 귀농귀촌인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주민과 공생 발전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한마당 행사 계획도 다른 공모사업으로 결정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통해 진안군 행정에서는 관련 단체, 전문가와의 협의를 거쳐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와 농촌축제, 귀농귀촌인 한마당 등 세 가지 관련 행사를 합쳐 마을축제로 발전시키는 것에 합의하였다.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학습과 토론, 실습을 강조하는 워크숍 성격이 강했다면 마을축제는 이를 포함하여 말 그대로 모두가 즐기는 축제 성격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 제1회 진안군 마을축제 행사의 주요 일정표>



제1회 진안군 마을축제의 개요
마을축제는 귀농귀촌 행사가 많다는 점에서 “도시민과 함께 하는 농촌 마을 살리기”로 잠정적으로 정해졌다. 또 행사시기는 8월 첫 주까지 마을만들기 지구 주민들이 여름휴가 손님맞이로 바쁘다는 점을 배려하여 8월 2주차부터 열흘간으로 정하였다. 그리고 참가자는 마을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주민지도자와 활동가, 공무원, 귀농귀촌을 희망하거나 도농교류를 기대하는 도시민에 초점을 맞추었다. 연인원으로 1만 3천여 명을 예측하고 있다.
참가하는 마을만들기 지구는 공모 절차를 거쳐 엄선하여 20개 지구 정도로 한정될 것이다. 공식 행사로서의 신뢰감을 유지하고 위생과 안전 등의 문제를 고려하고, 또 성공사례를 창출하려는 전략을 선택한 결과이다. 참가 지구는 늦어도 6월초까지 확정할 예정이며 진안군 관내에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답사와 관광을 병행하기 위해 코스별로 순환버스가 운행될 것이다.
행정 예산으로는 현재 총 1억 원이 확보되어 있다. 그리고 준비과정에서 중앙 및 민간의 각종 후원, 일반 참가비(전국대회) 등으로 5천만 원 정도가 추가 확보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리고 숙박, 식사, 체험, 특산물 구입 등으로 직접적 경제효과가 각 마을별로 평균 2천만 원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조직위원회에는 관내 시민사회단체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단체도 다수 참여할 것이다. 행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역과의 결합도를 높이자는 기획 차원이다. 이를 통해 부족한 지역내부 역량을 보완하면서 다양한 행사가 더욱 풍요롭게 준비될 것이다.
사무국의 상근자 3인은 마을만들기와 축제의 전문가로서 적절한 절차를 걸쳐 선정되었다. 반상근자로 진안군 도농교류센터와 귀농귀촌활성화센터에서 각각 2명, 그리고 마을 간사 2명 등 6명이 지원될 것이다. 약 3개월간의 운영을 통해 전문적인 노하우가 지역내에 축적되어 지속성을 확보해갈 예정이다.

< 마을축제 행사장 배치 컨셉과 분포도(예정)>

제1회 마을축제를 준비하며
전국적으로 1천개가 넘는 축제가 있다고 한다. 이번 마을축제는 드물게도 마을만들기와 귀농귀촌을 테마로 하고 있다. 농촌이 도시와의 공생관계 속에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현실성 측면에서 적절한 테마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축제를 준비하며 농촌 현실과 관련하여 몇 가지 고민이 여전히 있다.
첫째, 무엇보다 부족한 숙박시설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규모 있는 전국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집중된 숙박공간(호텔, 리조트)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1년에 한두 번 행사를 위해 큰 건물을 짓는 것은 무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체험시설로 지어진 방문자센터와 마을회관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모자란 시설은 마을 내 적절한 곳에 텐트공간을 확보하여 대체하려 한다. 또 마을만들기 활동의 일환으로 마을이 수리하여 체험공간으로 정비해둔 빈 집 7개소가 활용될 것이다.
둘째, 하나의 축제라는 점에서 볼 때 문화적으로 숙성되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성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현실적으로 농촌 마을은 전통적인 공동체성이 약화되고 주민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단절(약화)되어 있다. 그래서 행정의 의도된 기획이 결합되어 마을에 적절한 자극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행사 기간이 대개 농한기에 해당하므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 이끌어내려 한다. 특히 백중(호미씻이)날을 잘 활용하여 주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여 향후에도 지속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셋째, 행사 인력의 부족과 전문성 문제다. 대개 축제가 진행되는 지자체에서는 행정 인력이 행사 기간중에 ‘동원’되어 그 폐해가 만만치 않다. 다행히도 진안군은 마을만들기 활동을 열심히 추진해온 30여개의 지구가 있고, 잘 훈련받은 위원장과 마을 간사가 있다. 또 사회적 일자리 성격을 가진 마을조사단, 평생학습지도자, 도농교류/귀농귀촌활성화센터 등과 같은 그룹도 있다. 축제 자체에 대한 부족한 전문성은 외부 상근자 채용을 통해 해결하고, 행사 인력은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해결해나갈 예정이다. 마을만들기 활동지구들이 마을 내 행사를 책임진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마을축제 조직위원회 및 분과 체계>


전북도민의 많은 참가와 관심이 필요하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나 한미FTA와 같이 농촌을 파괴하려는 외부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진안군과 같은 작은 지자체가 전국 행사를, 그것도 열흘간 개최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작년에 처음 개최한 마을만들기 전국대회 운영 경험이 큰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북도민과 사회단체의 많은 도움과 참여를 기대한다. 오랫동안 농도(農道)를 표방해온 전북도로서는 지역식량체계(地産地消, Local Food System)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또 창조도시나 아트폴리스와 같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전주시도 배후지에 진안군과 같은 농촌이 풍요롭게 존재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떠나온 농촌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전북도민의 많은 참여를 통해 이번 마을축제가 꼭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진안군이 지난 수년간 구축해온 민관협력의 전통과 내발적 역량이 결합한다면 꼭 성공할 수 있다. 진안군 마을만들기는 농촌의 어려운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기획과 도전을 통해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어가고자 한다. 제1회 마을축제는 그런 점에서 ‘조그만 농촌 지자체가 도전하는 큰 도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