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 룻
이삭줍는사람들
2013.12.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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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의 체험취재 [강원도민일보]
http://blog.naver.com/eunb1971/40019535780 ◁◀원문
박지은 사회부기자가 할머니를 도와 박스 폐품 등을 줍는 체험을 하고 있다. 춘천/서영
경기 침체의 여파로 폐품 수집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노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인적이 뜸한 이른 새벽이나 한낮의 골목길에서 종이박스나 폐지. 빈병 등을 줍는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부 박지은 기자가 경기 불황속. 새로운 풍속도가 된 노인들의 폐지수집 체험에 나서 이들의 고달픈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져봤다.
7년째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최우규(69·여·춘천시 약사동) 할머니는 제법 날씨가 쌀쌀한 11일 새벽 5시. 이날도 어김없이 춘천시 풍물시장 인근 골목길에 리어카와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벌써 2년째 춘천 지역 시장과 거리를 돌며 폐품을 주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최 할머니의 하루는 굽어진 허리만큼이나 고달프다.
어둠이 아직 걷히지도 않은 새벽. 최 할머니는 찬바람이 부는 거리를 돌며 종이박스와 폐지를 모아 전날 밤 명동 일대에서 모은 폐품 위에 쌓고 힘들게 리어카를 끌고 고물상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40㎏의 폐품 값으로 2000원을 받았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리어카를 끌고 폐지수집 일을 해서 하루에 버는 돈은 2000~6000원.
이 돈이 최 할머니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할머니 왜 폐품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라고 어렵게 꺼낸 질문에 할머니는 눈시울부터 붉어지려한다.
“7년 전 영감이 위암으로 먼저 떠나고 혼자서 입에 풀칠이라도 할라믄 뭐라도 해야지. 아무도 없는 집에 있으면 뭐햐. 내 고뱅이 힘 있을 때 까정은 계속 할거야”
최근 기름값이 너무 비싸 폐지수집으로 번 돈으로는 기름을 땔 엄두도 못내는 최 할머니는 차가운 방에 있는 것보단 밖에서 리어카를 끌며 땀을 흘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낫단다.
“영감 떠난 후부턴 집 문을 걸지 않고 자는 게 습관이 돼버렸어. 갓 태어난 아들 둘은 홍역으로 잃구. 나 혼잔데 죽으면 이웃들이 날 쉽게 발견해야 잖아. 그래서 아픈 날에는 문 안걸어. 귀신이 안잡아가서 살지 뭐”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폐품을 수거하는 노인들이 많아져 예전에 비해 폐품 수거도 더욱 힘들어졌다.
최 할머니는 매일 새벽. 거리를 돌며 4시간 이상이 걸려야 한 리어카를 채울 수 있다.
이렇게 발품 팔아 모은 폐품을 고물상에 납품하고 끼니도 거른 채 다시 거리로 나가 폐품을 모으고 또 고물상으로 돌아오기를 하루 3번 이상해야 하루 반찬 값. 쌀 값을 겨우 손에 쥔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박경식(57) 씨는 “올해 들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진 탓인지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크게 늘었다”며 “밤새 폐품을 모으는 최 할머니같은 노인들이 안쓰러워 가끔 1000원씩 더 얹어주는 것으로 아픈 마음을 달랜다”고 말했다.
5년 전 영세민으로 등록돼 한달에 20여만원씩 보조금을 받는 최 할머니는 월세 15만원과 공과금을 내면 수중에 남는 돈은 겨우 2만~3만원 남짓으로 폐품수집이라도 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 하기도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노령화 사회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최 할머니처럼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는 황혼기를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임을 새삼 느끼게 한 하루였다.
*<편지글>
지난 11일 최 할머니를 만나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너무 아파. 혼자 울었습니다.
16년 전 당한 교통사고로 비가 오거나 기온이 떨어지기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려 리어카 끌기조차 힘들다는 할머니.
비록 할머니의 힘겨운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졌던 시간은 짧았지만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폐품을 수거하는 할머니의 거친 손등과 검게 그을린 깨진 손톱에서 그간 세월의 모진 풍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거한 폐품들을 고물상에 급히 풀어놓고 꼬깃한 돈 2000원을 받아 손에 꼭 쥐고 다시 빈 리어카를 끌고 나가시는 뒷모습은 아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취재 다음날인 12일 최 할머니와 다시 만나 점심식사로 따뜻한 떡만두국을 대접했습니다.
오랜만에 떡이 들어간 국을 먹어본다며 급히 식사를 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으로 보고 또 눈물이 나왔습니
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뚝 떨어지며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겨울이 원망스럽습니다.
헤어지던 길. 제 손을 꼭 감싸쥐시고 눈물을 보였던 할머니 꼭 건강하셔야 해요.
박지은 pje@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