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공부하는 스쿨팜 텃밭 프로젝트

2015. 5. 11. 17:35교육, 도서 정보/교육혁신 자치의 길

자연과 더불어 공부하는 스쿨팜 텃밭 프로젝트

레이디경향|입력2015.05.08. 17:13

친환경과 농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 농부 역시 주목받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정규 수업시간과 텃밭 가꾸기를 연계하는 생태통합 교육이 막 싹을 틔우고 있다.

생명과 교감하는 활동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수확하기 위해 텃밭 가꾸는 법을 교육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주로 방과 후나 특별활동 시간에 진행되고 교과 수업과는 별도의 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지난달부터 서울 양천구에서 관내 초등학교 2개교(신목초, 강월초)를 대상으로 정규 수업과 연계한 실습형 생태통합교육인 '오감톡톡! 스쿨팜 텃밭 프로젝트 사업'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국어, 과학, 실과, 미술과 같은 정규 수업시간에 텃밭으로 나가 수업을 받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교과목을 배우는 것이다. 대표로 지정된 학급에서는 스쿨팜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 '팝그린'의 재능 기부로 진행되는 텃밭교실이 열린다. 아이들의 참여 정도와 교육적 효과에 따라 점차 사업이 확대될 예정이다.



"아이들이 도시에서 살다 보니 자연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학교 주변에 아파트나 연립주택, 학원밖에 없어서 분위기가 삭막하거든요.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휴식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점심시간에 찬찬히 살펴보니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모래나 흙을 만지면서 놀더라고요. 관련 교과시간에 직접 나가서 체험할 수 있게 돼서 매우 기쁩니다." (신목초 안상숙 교장)

"아이들이 스스로 텃밭을 가꿔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식물을 키우면서 수확의 기쁨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비록 작은 규모의 텃밭이지만요. 혼자서만 하는 게 아니니까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협동심도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신목초 박지은 교사)

말 그대로 오감톡톡!


텃밭교실을 통해 아이들은 직접 작물을 재배하면서 식물의 생육 환경을 이해하고 책임감과 탐구 활동 능력을 기른다. 또 모둠 활동을 통해 친구와 함께 협동하고 배려하면서 사회성을 향상시키고 수확한 작물로 요리를 해보면서 바른 식습관을 들일 수도 있다.

수업은 총 12회로 1주일에 1회씩 3개월간 진행된다. 어떤 작물을 키울 것인가를 계획하는 단계부터 이를 수확해 요리로 만드는 과정까지 모두 아이들이 주도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아이들은 심을 작물을 고르고 텃밭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 직접 디자인한다. '텃밭 채소 영양소 스토리텔링' 시간에는 텃밭 가꾸기가 바른 식생활을 실천하는 데 왜 중요한지 토론하고 발표한다. 텃밭 식물 구조를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려보는 미술 활동과 후각, 촉각, 시각 등의 오감을 활용해 텃밭 농작물을 관찰하는 오감 교육도 진행된다. 잡초를 제거하고 식물이 곧게 자랄 수 있도록 지주대를 세우는 것도 아이들의 몫. 채소를 수확하는 시기가 되면 직접 거둬들인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텃밭 작물 푸드테라피 요리교실'을 연다.

첫 시간, 교실에서는…

스쿨팜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지난 4월 14일 오전 신목초등학교를 찾았다. 대표 학급인 5학년 7반에서는 텃밭 가꾸기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직접 재배한 채소로 요리를 해 먹을 수도 있다는 강사의 말에 아이들은 "우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무엇을 심고 싶은지 묻자 아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번쩍 들기 시작했다. 토마토, 로즈메리, 깻잎, 호박, 오이, 당근, 상추, 딸기, 페퍼민트 등 다양한 식물의 이름이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누군가가 마늘과 생강을 말했을 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아이들이 추천한 채소 중 복분자, 마늘, 양파, 배추, 무 등은 수확 시기나 텃밭 환경과 맞지 않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신목초의 텃밭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아이들은 그곳에 각각 허브, 채소, 꽃을 심기로 결정했다. 허브 텃밭에는 페퍼민트, 로즈메리 등을, 채소 텃밭에는 상추, 적근대, 쑥갓, 방울토마토, 오이, 가지, 파프리카, 고추 등을 심을 예정이다. 꽃을 결정하기까지 아이들은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대다수가 먹는 게 더 실용적이라며 채소나 과일을 심자고 했기 때문. 하지만 계절이 봄인 만큼 머지않아 꽃을 볼 수 있는 봉선화, 금잔화, 해바라기, 백일홍, 맨드라미 등을 심어 아름다운 텃밭을 가꿔보기로 했다.

아쉽게도 이날은 비가 와서 야외 수업을 할 수 없었다. 대신 강사는 레몬밤, 당근, 파인애플 세이지, 구문초 등이 심겨 있는 큼지막한 화분을 준비했는데, 가장 인기가 좋았던 건 단연 파인애플 향이 나는 파인애플 세이지였다. "나중에 직접 재배한 허브로 음료나 샐러드를 만들어 먹자"라는 강사의 말에 아이들의 흥분은 더욱 고조됐다.



"텃밭 수업을 들으니까 우리 반이 특별해진 것 같고 좋아요. 재밌을 것 같아요." (김민서 학생)
"파인애플 세이지를 잘 키워서 방향제로 쓰고 싶어요. 진짜 파인애플 향이 나거든요." (이승혁 학생)
"식물들이 어떻게 자랄지 정말 궁금해요. 제가 허브에 관심이 많아서 페퍼민트를 키워보고 싶어요." (정윤서 학생)
"나중에 수확한 열매를 가족이랑 같이 먹고 싶어요. 특히 토마토나 딸기 같은 과일 종류로요." (이도현 학생)

아이들은 하나씩 제공된 호미에 정성껏 각자의 이름을 썼다. 한껏 들떠서 어떤 요리를 만들고 싶은지 얘기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고사리손으로 풍성하게 일궈낼 텃밭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Tip 제4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서울아, 농사짓자~'


텃밭을 가꾸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서울도시농업박람회를 주목하자. 실생활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텃밭 가꾸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다.
기간 6월 4~7일 장소 서울광장 주최 서울특별시, 경향신문사 개막 행사 6월 4일 오후 2시 서울광장

1 도시농업 컨퍼런스

'서울 도시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다: 민선 5기의 성과와 민선 6기의 과제'를 주제로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서울 도시농업 2.0 마스터플랜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일정 6월 5일 오전 10시~오후 6시 30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
2 도시농업 전시체험관주제관, 미래산업관, 종자곤충관, 힐링농업관, 생태환경관 등에서 다양한 주제의 전시가 열린다. 특히 주제관에서는 가정의 베란다 텃밭, 스쿨팜, 직장인을 위한 오피스 가드닝 등 다양한 텃밭 모델을 만나볼 수 있다.
3 아이디어 공모전'세상을 바꾸는 도시농업 아이디어'를 주제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이 미래산업관에서 진행된다. 사전 접수를 통해 모집한 새롭고 혁신적인 도시농업 아이디어가 공개된다.
4 서울텃밭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는 색다른 텃밭으로, 특색 있는 작물들이 서울 지도 모양을 이루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5 체험 프로그램콩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인 콩 놀이터, 채소로 악기 만들기, 감자 고르기, 수박 경매 등 도시농업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텃밭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송미성(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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