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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활로, 전북의 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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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활로, 전북의 활로는

위병기 | bkweegh@jjan.kr / 최종수정 : 2015.03.10 23:58:46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내 집권전략 연구그룹인 ‘2017 위원회’는 지난 9일 ‘중원장악 보고서’를 발간했다.

위원회는 이 보고서에서 “지역별 인구 변동을 고려해 수도권과 충청을 장악해야 한다. 호남을 다독이고 충청을 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을 다독이고, 충청을 껴안아야 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고정 표밭인 호남이 화나지 않도록 살살 달래고, 어떻게 해서든 충청을 아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쯤으로 해석된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중원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보고서다. 오늘날 충청이 갖는 가치는 호남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중요해졌다.

호남, 그중에서도 전북은 새누리당 입장에선 포기한 지역이고,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선 쌈짓돈이나 마찬가지이니 여야 모두로부터 대접받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충청은 여야가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껴안아야만 할 지역이니, 충청이 앞으로 어떤 대우를 받을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이 보고서를 읽다 보면 오늘날 전북이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여야 모두로부터 대접받으려면 전북은 지금처럼 단순한 다독임의 대상에 그쳐선 안되고, 반드시 껴안아야 할 소중한 그 무엇을 가져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특정 정치집단으로부터의 예속에서 벗어나야 함을 의미한다.

전북은 특정 정치집단, 특정 정치인의 뜻에 따라 좌우되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도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의사가 표출되는 독립변수가 되어야 한다. 특정 정당에 무조건 표를 몰아주는 현행 선거관행이 계속되는 한 전북은 제대로 대접을 못 받을 것이다. 바둑을 잘 두는 10가지 비결을 흔히 ‘위기십결’이라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세고취화(勢孤取和)다.

상대 세력이 강한 곳에서는 싸움을 삼가고 빨리 삶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전북은 세고취화의 원칙을 저버리고 있다.

전국적인 정치역학으로 볼 때 싸우면 백전백패하는 형국이나 전북은 지금 불리한 상황 속에서 싸우고 있다.

결과는 백전백패로 이어지고 있다.

LH 유치 실패,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실패 등이 대표적 사례이고, 20년 넘게 새만금만 외치다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우군이 없는 상황에서 전북이 강자와 싸웠을 때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부터 약 130년 전쯤, 한반도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열강의 틈에 끼여 표류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일본 주재 청국공사관의 황준헌은 조선책략(朝鮮策略)이란 놀라운 책을 썼다.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경계하고, 조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중결일연미’(親中結日聯美)의 해법으로 돌파하라는 것이다.

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결합하고, 미국과 연합해야만 조선이 살아남는다는 책략으로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탁견임에 분명하나 당시 집권층은 이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과는 이후 100년 가까이 국민들은 엄청난 피와 땀을 흘려야 했다.

이젠 전북이 더 이상 희생돼선 안된다. 권력집단의 이해관계에 얽혀 전북이 희생양이 되는 상황이 더 계속돼선 안된다.

하지만, 도민들이 별다른 고민없이 타성에 젖어 중요한 결정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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