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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전깃불 본 아이들… 태양의 기적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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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전깃불 본 아이들… 태양의 기적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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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 '태양광 전등' 사업 인도네시아 낙후 지역 밝혀

해 지면 암실처럼 되던 마을 탁 소리나며 전등 켜지자 아이들 일제히 "감사합니다!"

4시간 충전으로 10시간 밝혀… 미얀마 등 아시아 6개 국가에 올해까지 전등 1만개 지원

그야말로 칠흑(漆黑)이었다. 25일 오후 6시 10분쯤(현지 시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인도네시아 난죽(Nganjuk)시 커둥노요(Kedungnoyo) 마을은 우기(雨期)라 낮게 드리운 구름이 달빛마저 집어삼켜 마치 암실(暗室) 속에 있는 듯 어두웠다. 이때 '탁' 소리와 함께 얼기설기 나무를 이어 만든 이 마을 예시(Yessi)양의 집에 전등불 하나가 불을 밝혔다. 낮에 태양광 패널로 충전한 뒤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힌 태양광 전등이었다. "와~, 트리마카시('감사합니다'란 뜻)!" 외국인을 평생 처음 보고는 몰려들었던 이 동네 어린이 10여명이 일제히 소리를 쳤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 집으로 뛰어가 교과서와 동화책을 들고 이 집에 다시 돌아왔다. 밤에 책을 읽는 것은 이 동네 어린이들의 꿈이었다.

이 동네는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라바야에서 차로 4시간을 달린 뒤 또다시 트럭으로 비포장도로를 30분 가까이 이동해야 나오는 오지(奧地)다. 63가족 223명의 주민이 옥수수 등을 재배하며 한 달에 가구당 90만루피아(10만원) 정도를 겨우 번다. 전기선이 들어오지 않아 TV나 냉장고 사용은 물론 태어나서 밤에 전깃불을 켠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이랬던 마을에 이날 밤에 불을 밝히는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 25일 밤 인도네시아 난죽시 커둥노요 마을에서 태양광 전등이 캄캄했던 방 안을 환하게 비추자 어린이들이 깜짝 놀라며 환호하고 있다. /환경재단 제공

이 마을에 '빛'을 선물해줄 수 있었던 것은 환경재단이 '아시아 태양광 전등 지원사업'을 펼치면서 가능했다. 우물 파주기 사업 등을 하면서 저개발 국가를 돌아보던 재단 사람들은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물'뿐 아니라 '빛'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에는 6억2800만명(2010년 기준)에 이르는 사람이 전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환경재단은 작년 4월부터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충전했다가 밤에는 불을 밝힐 수 있는 '태양광 전등' 사업을 기획하고, 작년 11월부터 올 연말까지 인도네시아·네팔·캄보디아·방글라데시·인도·미얀마 등 아시아 6개 국가에 태양광 전등 1만개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태양광 전등은 지붕처럼 해가 잘 드는 곳에 전등과 연결된 태양광 패널을 4시간 정도 올려둬 충전한 뒤 10시간 이상 밤에 불을 밝힐 수 있도록 제작됐다. 태양광 패널과 태양광 전등 한 세트를 만드는 데 20만원 정도가 든다. 태양빛만 있으면 공짜로 전등불을 밝힐 수 있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환경재단은 1만개 세트를 만들어 보급하기 위해 삼성그룹(5억원) 등의 지원을 받은 데 이어, 앞으로 기업·개인 기부 등을 추가로 받아 총 20억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기부금으로 아시아 낙후지역 곳곳의 밤을 밝혀주겠다는 것이다.

환한 전등불 아래에서 열심히 공부하겠다던 예시양의 꿈은 수학 교사다. 도니(Doni·14)군은 경찰, 조한(Johan·14)군은 군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 마을 촌장(村長) 수키르(Sukir·45)씨는 "멀리 한국에서 우리 마을에 '빛'과 '희망'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 난죽(인도네시아)=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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