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7. 10:56ㆍ강과 하천/강, 하천, 도랑살리기
농촌의 어른들께서는 마을 앞 하천을 도랑이라 부릅니다. 행정용어로는 하천의 크고 작음에 따라 소하천, 지방하천, 국가하천이라 불리고 사전적 의미로는 실개천, 개울, 개천 등으로 표현되지만, 큰 하천이 없는 농촌의 소하천은 모두들 도랑이라 불렀습니다. 그만큼 도랑이라는 말은 우리 어르신네들께는 옛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체입니다.
큰 강이 문명을 만들고 큰 하천이 도시를 만들었다면, 아마도 마을 앞 도랑은 마을의 역사와 문화, 주민들을 정착시킨 삶의 근간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농촌의 도랑은 그 기능을 잃고 있습니다. 도시가 형성되면서, 우리 몸의 실핏줄 같은 도랑은 그 형태가 사라지고, 그나마 남아있는 농촌의 도랑은 물고기 대신 쓰레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집단화된 마을의 오폐수와 가축분뇨는 도랑의 맑은 물을 더럽히고, 논과 밭의 농약과 비료는 도랑의 생명체를 죽이고 있습니다
마을의 길을 넓히겠다고 복개된 도랑은 햇빛 한번 보지 못하고 악취만 납니다. 그 옛날 도랑에서 물장구치고 빨래하던 모습은 이젠 완전히 사라지고, 사람들의 먹는 물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문제가 지역주민들의 탓만은 아닙니다. 농촌지역의 쓰레기 수거체계가 엉망이다보니, 농촌쓰레기가 갈 곳은 땅속이나 마을 앞 하천밖에 없습니다. 농촌의 불편한 교통체계와 좁은 길은 도랑 복개라는 자구지책을 가져오게 되고, 하수처리시설 없는 오폐수는 고스란히 마을 앞 하천을 오염시킵니다.
벌레도 못 먹을 정도로 깨끗하고 보기 좋은 도시사람들의 농산물 선택 취향은 과도한 농약사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강의 근원, 도랑의 오염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도랑을 살려야 합니다. 하천의 근원이 되는 작은 도랑을 모두의 힘으로 살려야 합니다. 물이 오염되어 사라졌던 가재가 다시 돌아오는 도랑, 깨끗한 도랑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도랑의 쓰레기와 침전물을 수거하고, 동시에 쓰레기 수거체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친환경농산물을 유도하여 도랑에 과도한 농약과 비료가 유입되게 하지 않고, 동시에 도시와 농촌의 안전한 농산물 직거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수백억원씩 들여 만드는 하수처리장 비용의 일부만이라도 활용하여 오폐수가 발생하는 마을앞에 인공습지를 조성해야 합니다. 더불어 도랑이 마르지 않도록 마을의 지하수 관리나 급수관리가 잘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의 희망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도랑이 살아나면 마을이 아름다워지고, 강이 깨끗해지고, 먹는 물이 안전해집니다.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생명의 근원인 물, 강의 근원인 도랑을 살리는 것,우리들의 작은 실천이 새로운 희망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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