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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한테 고자질하지 마, 알았지?”, “일르지마라 일르면 일름보다.”
우리는 어렸을 적 친구들에게 어떤 잘못을 들키면 위와 같이 말하곤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친구에게 자신의 잘못을 들키는 것은 두렵지 않아도, 선생님에게 들키고 잔소리를 듣는 것은 두려운 것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그런 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기 아들이 손톱을 물어뜯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면, 아들의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철수야, 짱구가 또 손톱 물어 뜯으면 아줌마한테 일러야돼,알았지?” 이러한 심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적부터 누군가가 고자질을 했을 때 돌아올 권위자들(선생님이나 부모님 등)의 잔소리가 두려웠다면, 어른이 되어서는 전문가나 유명인들의 조언에 귀 기울인다.
똑똑한 고자질이 행동을 유도한다
어떠한 행동변화나 행동 유도가 자기 스스로의 동기부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외부의 누군가가 자신을 잡아줄 때 더욱 스스로를 조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행동유도 어플이나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알림을 보내주는 헬스 어플리케이션, 다이어트를 할때 숟가락에서 칼로리를 계산해 경고 알림을 주는 기기 등, 바로 옆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감지하고 직접 ‘잔소리’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플이나 기기들은 사람에 비유하자면 바로 옆에서 귀찮게 잔소리만 해대는 잔소리꾼과 같다. 물론, 가끔은 주변에 솔직한 조언을 해주는 친구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옆에서 잔소리만 해대는 잔소리꾼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이런 어플이나 기기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용자들 스스로 안 쓰게 되기가 쉽다. 행동 유도 어플인데, 삭제 당하는 어플이 되는 것이다.
서론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바로 옆에서 떠들어 대는 잔소리꾼’의 말보다, ‘친구가 고자질을 해서 듣게 되는 권위자들의 잔소리’를 더 두려워 한다. 그런데 여기, 항상 옆에서 고자질을 하는 친구같은 기기가 있다. Tweet for a read에서 활용된 smart bookmark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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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et for a read는 브라질의 메이저 출판사인 Penguin Books에서 독서 권장을 위해 실시한 프로모션이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프로모션에서는 smart bookmark(이하 책갈피)를 활용해 독자들의 행동을 유도했다. 주제 사라마구의 ⌈수도원의 비망록⌋이라는 도서를 사면 이 책갈피를 함께 준다. 이 책갈피에는 빛 감지 센서와 타이머, 와이파이 기능이 있다. 빛 감지 센서와 타이머를 활용해서 독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책을 펼치지 않았는지 체크하고, 며칠이 지나도 책을 다시 펼치지 않으면 와이파이 기능을 통해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에게 정보를 보낸다. 그리고 동시에 독자의 트위터에는 주제 사라마구가 직접 책을 읽으라는 메세지가 달리게 된다. 주제 사라마구와 Penguin Books는 자신들의 책이 얼마나 잘 안읽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독자는 작가가 직접 자신에게 잔소리하는 트윗을 다는 것을 보고 다시 책을 집게 된다.
책갈피가 독자들의 행동을 감지해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작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고자질을 하고), 권위자가 직접 그 독자에게 트윗으로 잔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책갈피는 앞서 언급했던 ‘항상 옆에서 고자질을 하는 친구’와 같다.
Ι 고자질쟁이 기기
사용자의 행동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직
접적인 알람 방식이 아니라 간접적인 고자질 방식을 활용하는 기기다.
고자질은 사용자의 행동과 관련된 ‘권위자’에게 전달되며,
권위자는 고자질쟁이 기기로부터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직접 잔소리를 한다.
고자질쟁이 기기는 항상 옆에서 나의 행동을 관찰하는 친구다. 하지만, 바로바로 직접 잔소리를 해대는 친구는 아니다. 그 대신에 권위자에게 나의 행동이나 잘못을 ‘고자질’하는 친구다. 그러면 권위자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나의 행동에 잔소리를 하게 된다. 물론, 권위자가 그 잔소리 하나 하나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며, 어떠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전달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행동유도를 위해 옆에서 시끄럽게 알람만 울려대는 기기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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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직접적인 알람이 아니라, 고자질이어야 하는가
위 사례에서 활용된 책갈피는 직접 책을 읽으라는 알람을 울림으로써 독자의 행동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작가에게 고자질을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행동을 유도했다. 바로 옆에 있는 책갈피에서 바로 알람이 울려도 될텐데, Penguin Books는 왜 굳이 고자질이라는 방법을 택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책갈피에서 직접 귀찮게 알람이 울려대면 독자는 그 책갈피를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책갈피는 조용히 자신의 위치를 지키되 트위터에서 책을 읽으라는 푸시가 온다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책에 한번 더 관심을 주게 된다. 책갈피에서 직접 알람이 울린다면, 이는 옆에서 잔소리만 해대는 귀찮은 친구인 것이다. 하지만, 책갈피가 고자질쟁이 기기라면, 이는 나를 더욱 긴장시키는 고자질쟁이 친구와 같다.
똑똑한 고자질쟁이의 세가지 스킬
고자질쟁이 기기는 똑똑하게 고자질함으로써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똑똑한 고자질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 자연스러운 ‘친구’여야 한다
고자질 이 기기는 그야말로 ‘친구’여야 한다. 고자질을 하는 주체가 낯선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 안 어울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필요한 책갈피처럼 익숙한 친구라면 얘기는 다르다. 쉽게 말해서 사용자에게 유도하는 행동과 연관성이 깊은 물건에 고자질 기능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Tweet for a read사례에서 고자질쟁이가 어플리케이션이라거나 책 포장지였다면, 혹은 전혀 낯선 어떤 물건이었다면 큰 효과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읽을 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필요한 책갈피가 고자질쟁이 역할을 맡았기에 사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다른 곳에 적용시켜 보자면, 사용자들이 운동 결심을 지키게 하고 싶다면 ‘아령’에 고자질 기능을 숨겨 놓아야 하고, 다이어트를 지키게 하고 싶다면 ‘숟가락’에 숨겨 놓아야 한다.
2. 고자질은 권위자에게 해야 제 맛이다
누누이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람들은 권위자의 말에 더 반응한다. 어린 아이들도 고자질을 할 때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고자질을 하지, 친구에게 고자질하지 않는다. 선생님과 부모님처럼 자신보다 높은 위치의 ‘권위자’들이 하는 말에 더 영향을 받는 것은 사람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대사나 광고 모델에 무작정 유명인이나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이 창의적인 돌려말하기보다 효과적일 때도 많은 것이다. 그래서 Tweet for a read에서도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책의 저자에게 고자질을 한다.
3. 권위자는 자신의 잔소리를 동네방네 떠들어라
주제 사라마구가 잔소리를 전하는 방법은 트위터를 통해서 였다. 누구나 볼 수 있는 SNS를 통해서 사용자에게 잔소리를 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되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한다. 그런데 SNS를 통해서 자신의 작심삼일이 널리널리 알려진다면, 행동에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 적어도 부끄럽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또 요즘 운동이나 독서, 공부 등을 방해하는 데에는 SNS만한 것이 없다. 공부를 하다보면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친구들에게 댓글을 남기기 일쑤다. 그런데, 그런 SNS에서 직접 권위자가 행동유도 트윗을 단다면 더욱 뜨끔할 것이다. SNS를 통해 잔소리를 동네방네 떠들라고 하는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제품이나 프로모션 자체의 자연스러운 홍보다. 유명인이나 어떤 권위자가 지인의 담벼락에 잔소리를 남겼다니, 얼마나 흥미로운가. 그것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러운 바이럴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당근까지
고자질쟁이 기기는 기업의 프로모션에서도 활용 가능하고, 특정 제품으로도 내놓을 수 있다. Tweet for a read가 출판사에서 실시한 독서 권장 프로모션에 쓰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독서나 운동, 공부, 다이어트 등은 사람들 스스로 결심은 많이 하지만, 스스로 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켜줄 수 있는 제품 자체가 되었을 때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위 세가지 스킬만 잘 익힌다면, 책갈피 뿐만 아니라 아령도 숟가락도 펜도 똑똑한 고자질쟁이가 될 수 있다.
물론, 고자질만으로 사람의 행동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자질쟁이 기기가 정말 사람을 바꾸기 위해서는 조금 더 똑똑해져야 한다. 흔히들 사람의 능력을 키우거나 행동을 변화시킬 때,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제공하라는 말을 한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고자질쟁이 기기는 당근보다는 채찍에 가깝다. 물론, 바로 옆에서 잔소리를 해대는 것보다는 회유적인 채찍이지만, 어찌됐든 당근은 아니다. 더 똑똑한 고자질쟁이는 당근을 주는 법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채찍은 권위자의 말로서 전달된다. 그런데 만약 당근도 권위자의 말로서 전달되면 어떨까? 책을 열심히 읽는다거나, 계획한 운동을 잘 수행해 나가면 SNS를 통해 권위자가 칭찬도 해주는 것이다. 권위자의 채찍이 더 효과가 크듯, 권위자의 당근 역시 훨씬 효과가 클 것이다. 이렇게 고자질쟁이 기기가 적절한 채찍과 당근을 주는 정말 ‘똑똑한 고자질쟁이’가 된다면, 더 효과적인 행동 유도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똑똑한 고자질은 나쁜 것이 아니다. 선의의 거짓말이 있듯, 우리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고자질은 선의의 고자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