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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 스웨덴의 끝이자 시작인 곳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4. 8. 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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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 스웨덴의 끝이자 시작인 곳

 

 / 신영전

등록 : 2011.07.15 19:21 수정 : 2011.07.15 19:21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사회의학

저는 심사가 복잡해졌습니다 “이것은 스웨덴이 아니다!”
하지만 도시의 탈바꿈 과정을 전해 듣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몇차례 다녀간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해마다 여름이면 고틀란드섬에서 열리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 참가했습니다. 연인원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이 행사는 총리를 포함한 많은 정치인과 700여개의 시민단체·기관이 참여하는 행사입니다. 무려 1500개의 공식 세미나에 더하여 곳곳에서 즉석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홍보물을 나누어주며 열심히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참가 조건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하고, 무료여야 하며, 특정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와 여러 장관·시장들이 길가 식당에서 일반 참가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즉석에서 토론을 벌이는 장면은 제 평생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었습니다. 또 많은 이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참가했습니다. 이른바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장이기도 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정치가 진지하지만 축제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노르셰핑·고틀란드·베스테르비크의 시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모두 보수연합의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만날 때마다 집요하게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북방의 빛(북유럽 복지모형)은 앞으로도 계속 빛날까요?” 제 질문에 보수 정치인들은 뜻밖에도 한결같이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이유도 같았습니다. 바로 “국민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3년 만에 다시 찾아간 스웨덴은 많이 변했습니다. 특히 남쪽 끝 말뫼는 더욱 그랬습니다. 말뫼는 조선업이 중심이었던 도시였지만 한국 조선업에 밀려 공장들이 문을 닫고 2003년 말뫼 조선업의 상징이었던 ‘골리앗’을 한국 기업에 1달러에 팝니다. 당시 신문은 그것을 ‘말뫼의 눈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 후 말뫼는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외국기업의 본사와 지점을 유치했고, 주민의 30%가 이주민입니다. 25개국 다양한 형태의 고급빌라촌도 들어서고 발트해를 가로질러 덴마크로 이어지는 17㎞ 외레순 다리와 터널도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스웨덴은 고립된 반도가 아니라 유럽 본토와 이어진 것입니다.

저는 심사가 복잡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이것은 스웨덴이 아니다!”

하지만 새도시 설계자 중 한명이었던 올슨으로부터 도시의 탈바꿈 과정을 전해 듣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조선산업의 쇠퇴 이후 말뫼 시민들은 스웨덴 특유의 수많은 민주적 토론을 통해 말뫼의 미래를 설계했습니다. 기존의 튼튼한 복지체계에 더하여 지식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모든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넓은 직선도로는 오히려 좁고 구불구불한 길로 바꾸었습니다. 도시 에너지는 100% 조력·풍력·태양열만으로 조달하는 등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보수 정치인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모형이 국영 의료체계와 같은 특정 제도, 단일한 인종에 기반을 둔 연대의식, 상대적으로 고립적 지형에 기반을 둔 정치·경제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스웨덴은 많이 변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참여와 토론에 기반한 강력한 민주주의, 평등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변화하는 상황에 실용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을 스웨덴 모형이라 정의한다면 스웨덴 모형은 그 외형적 틀의 변화에 상관없이 오래 지속되리라는 것이 이번 여행의 교훈입니다.

그런 점에서 말뫼는 지형적으로 스웨덴의 끝이지만 어쩌면 새로운 시작의 장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914년 말뫼협정을 통한 영세중립국 선언으로 평화의 시대를 열었고 그것이 스웨덴 복지의 초석이 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말뫼의 시도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말뫼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말뫼의 성공적 미래가 우리나라의 미래이기도 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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