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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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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의 선물

 

SBS|안영인 기자|입력2014.07.26 15:27

올여름 미국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뜻하지 않는 선물을 받았다. 해안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멸치 떼의 군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해안에 대규모 멸치 떼가 나타난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아래 사진은 샌디에이고 라호야 해안을 촬영한 사진인데 물속에 검은 색으로 보이는 거대한 띠가 멸치 떼다.

(사진 촬영 :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Douglas Alden 연구원)

멸치 떼는 스크립스 해양연구소가 촬영한 동영상에서 좀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XvxIdkhsoqU

https://www.youtube.com/watch?v=3cq-s1L73aQ#t=121 )

멸치 떼 뿐 만이 아니다. 평상시 적어도 멕시코 남쪽 적도부근까지 내려가야 잡을 수 있었던 열대다랑어(참치)를 남부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잡을 수 있게 됐다. 배타고 해안가로 나가 열대 다랑어를 낚는 관광 상품도 인기다. 어른 팔뚝만한 다랑어를 직접 낚아 사투(?)를 벌이며 끌어 올리는 손맛, 입에서 살살 녹는 싱싱한 회 맛도 잊기 어려울 것이다.

(사진 설명 : 열대다랑어를 잡고 포즈를 취한 대학원생 노준성씨)

열대다랑어가 어떻게 왜 캘리포니아 해안까지 올라왔는지, 먼 바다에 있던 멸치 떼가 왜 해변으로 몰려왔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른다. 하지만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은 이 같은 뜻밖의 현상은 엘니뇨의 선물이라고 말 한다( http://www.elnino.noaa.gov/enso4.html 참고 ).

적도 동태평양 부근이 평상시보다 뜨거워지는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무역풍(동풍)이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평상시 무역풍이 강하게 불 때는 적도 부근 페루나 에콰도르, 콜롬비아 연안에서는 강한 용승류가 발생한다. 표층의 바닷물이 무역풍에 의해 서쪽으로 쓸려 가는 것을 메우기 위해 바다 아래쪽에서 위쪽 바다 표면으로 차가운 물이 올라오는 것이다.

바다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물은 바닥에 가라 앉아 있던 각종 영양분을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물고기 먹이가 바닥에서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때문에 평상시 남미 적도 부근 바다는 세계 최대 어장 가운데 하나다. 한국 원양 어선 수천 척도 이곳에서 열대다랑어 등을 잡는다.

하지만 엘니뇨가 발생하면 황금 어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용승류도 약해져 올라오는 영양분이 줄어든다. 물고기 먹잇감이 그 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영양분이 떠오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붙어있는 것이다. 먹잇감이 줄어들면 물고기들은 먹잇감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영양분을 먹고 살던 작은 물고기들이 남미 적도 부근 앞바다를 떠나 북쪽이나 남쪽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북반구의 경우 열대 어종들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물고기가 이동을 하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큰 물고기도 자연히 먹이를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열대 해역에서 잡을 수 있었던 다랑어를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잡을 수 있는 이유다.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여름에 열대 다랑어 선물을 받은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17년만의 일이다. 1997~1998년은 최근 들어 가장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해다.

엘니뇨는 보통 2~7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니뇨하면 흔히 가뭄이나 폭염, 홍수, 폭설 같은 재앙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재앙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날씨와 해양, 생태계 등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그 변화가 재앙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고 선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또 동일한 한 가지 변화가 한 지역에는 선물로 다른 지역에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올여름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다랑어 선물을 받았지만 남미 열대 해역에서 다랑어를 잡던 사람들에게는 어획량이 급감할 수 있는 만큼 엘니뇨가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참고>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 https://scripps.ucsd.edu )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해양연구소로 연구원이 1,600여 명이나 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연구소다. 연구소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의 해양 연구와 함께 기후, 기후변화 과련 첨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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