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형 재생사업 우수 마을 견학 현장을 찾아서
[서울톡톡] 뉴타운 신화는 장밋빛 아파트 대신 여기저기 사회 갈등의 깊은 생채기만 남기고 있다. 시공사와 조합, 주민과 주민 사이에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빠져나올 구멍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 설까? 재건축·재개발로 몸살을 앓던 지역에서 주민들 스스로 좀 다른 대안을 찾아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민들 힘으로 주택을 개량하고 마을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시나 구청에서도 도로, 공원,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정비해주며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보다 정이 넘치는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현재 서울시 주거환경과에서는 이와 같은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우수 마을을 견학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내 우수 마을을 돌아보며 사례를 나누고, 새롭게 추진하려는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인 궁금증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재개발 대신, 정감 어린 마을이 좋아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
지난 13일 은평구 신사동 237번지 '산새마을'에서는 우수 마을 견학이 진행되었다. 이날 견학에는 서대문구 홍은 1동 주민 5명과 노원구 공릉동 10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지금은 분양도 안 되는 마당에 더군다나 수익도 없고 원주민들만 그냥 내쫓기게 생겼는데, 그거를 찬성할 리가 없죠. 지금은 오히려 재개발 난개발 되어서 들어갔는데 나오지 못하는 사람 너무 많다고 하죠. 저희도 반대하고 나니까, 이런 사업이 있다 해서 견학차 나왔습니다."
행사 시작 전, 홍은1동 주민들이 한 목소리로 재개발에 반대했던 당시 입장도 설명해 준다. 이내 산새마을 대표 최순복 씨의 안내로 마을 견학이 시작되었다.
"상추는 어제 마지막으로 뜯었고요. 다시 씨를 뿌렸어요. 감자는 다음 주에 캘 거예요. 다음 주가 하지거든요. 옆에 하얀 것은 메밀이에요. 이곳 텃밭의 채소들은 저희도 개인이 마음대로 따진 못해요. 함께 수확해서 모두 지역아동센터, 누리복지센터 이런 데 보내집니다. 관내 어르신들도 그쪽에 가서 무료로 식사하세요. 수확한 채소가 많은 양은 아니어도 한 번 따면 오이 50개 이상 따요. 그렇게 해서 보내면 한 끼 식사량은 되잖아요."
산새마을의 자랑인 마을 텃밭은 본래 개 사육장이었다. 2011년 11월까지 사유지였던 것을 서울시가 매입한 것이다.
"공원을 만들려고 하셨던 거 같은데, 방치되어 있으니 사람들이 자꾸 쓰레기를 버리잖아요. 동네 분들이 저러다 쓰레기장 되겠다고 말씀하셔서 엄마들이 들어가서 청소를 했어요. 나중에는 구청에서 오셔서 도와주셨는데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왔어요."
폐건물을 철거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데만 꼬박 4주, 4톤 트럭 30여 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개를 키우던 곳이다 보니 토양이 적합하지 않아 흙도 다 바꾸고, 지하수를 파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산새마을의 친환경 나눔 텃밭은 이렇듯 더 이상 쓰레기 더미가 쌓이는 것을 원치 않던 주민들이 일궈낸 작은 기적이었다. 견학 참가자들은 연신 "아이고 좋다!"라며 자연과 어우러진 산새마을에 부러움을 표한다.
"내려오시면서 오른쪽이 주민참여 재생사업 지역이고요. 이쪽 반대쪽은 경관 사업이 끝난 지역입니다. 아직 길을 다 닦은 것은 아니고요, 1차로 해놓은 것입니다."
산새마을에서 마을재생사업이 시작된 것은 2011년. 은평구에서 실시한 두꺼비하우징 시범단지로 선정되면서부터였다. 전면 철거 대신 낡은 주택을 고치고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 재생 방식으로, 게다 주민의 뜻에 따라 스스로 만들어간 것은 전국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붕이나 창틀, 단열 공사 등 노후 주택을 개·보수하고, 허물어진 담장은 다시 쌓았다. 은평미술협회나 씨앗학교 아이들이 나와 벽화도 그려 넣었다. 빗물받이 등 골목길 개선 공사도 진행되고, 공원과 주차장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나 은평구, 그 밖에 여러 단체의 도움도 있었지만, 모두 주민 운영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행된 것이었다.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을 한다면, 이것만은 꼭!
이날 견학은 참자자들의 질의·응답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는데, 실제 사업비 조성 방식이나 예산 경비, 사업 시작 계기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간혹 견학자 중엔 시나 구청에 떼를 쓰면 들어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는데, 최순복 대표는 주민들의 노력이 먼저라 강조한다. 쓰레기를 치우고, 안전 지킴이 활동을 하고, 다양한 주민 참여 행사를 진행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시나 구에서도 움직이게 됐다는 얘기다.
"마을 이름도 저희가 마을학교을 열면서 산새마을이라 지었어요. 함께 모일 공간이 없어, 저희가 자비로 빈집을 임대해 사용했고요. 그렇게 10개월 이상 있다 보니, 마을회관 부지를 시에서 마련해 주셨어요. 주차장도, 저희 동네엔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어르신들인데, 산자락이라 올라와야 하잖아요. 그래서 마을버스를 유치하려 했는데, 좁은 골목에다 주차된 차들 때문에 버스가 다닐 수 없다는 거예요. 주차문제 해결이 먼저다 싶어 주차장 건립을 요청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제안하고 설명하고 저희 주민분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견학자들은 마을 소득 사업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는데, 이곳 산새마을에서는 현재 수세미나 비누 등을 팔아 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7월부터 공사에 들어가는 마을회관이 조성되면, 층별로 수익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
"마을회관도 건물은 시에서 지어주지만, 그 안에 운영은 마을 주민들이 해야 하는 거는 아시죠? 그래서 저희도 운영비를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고요. 지하에 목욕탕을 짓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시중 목욕비보단 저렴하게 한 3,000~4,000원 정도 받을 생각이고요. 그리고 북카페도 저희 마을에 맞게 운영할 생각이고... 2층 독서실이 수입을 가장 많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곳 또한 시중보다 저렴하게 받을 생각입니다. 3층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오는데, 1인 2만 원씩 받고 식사비는 별도로 받으려 하고 있고요. 옥상엔 태양광을 설치해 전기료를 조금 절약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자신들에 들려줄 조언을 부탁했다.
"꼭 어르신들과도 함께 하세요. 젊은 사람들은 필요하면 따라와요. 그런데 어르신들은 자꾸 빠지려고 하세요.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에게 방해될까봐... 그래도 꼭 안고 가세요. 저희는 어르신이라고 봐 드리고 그런 것 없어요. 견학을 가도 같이 가야 하고, 호미질을 해도 같이 해야 하고 똑같이 합니다."
산새마을은 이제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모범 마을로 타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의 단골 견학 코스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제3회 대한민국 경관대상 특별상을 받으며 주민이 함께 가꾸는 경관 좋은 마을로 인정도 받았다. 아파트보다 좋은 정감 어린 마을이 되었다고 주민들도 만족스러워한다. 혹시 우리 동네도 재개발 재건축 대신 산새마을처럼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으로 마을을 가꾸고 싶다면, 서울시 주거환경과에서 실시하는 우수 마을 견학에 참가해보는 것이 좋겠다.
문의 : 서울시 주거환경과 02-2133-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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