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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인테리어, 나만의 꿈 버킷리스트

이런저런 이야기/작은 집이 아름답다

by 소나무맨 2014. 5. 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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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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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내 주변 사람 중에도 작은 집을 짓고 싶다는 이가 많다. 나 역시 그렇다. 몇 년 전, 서촌에 있는 한옥으로 전세를 얻어 이사를 왔는데 영구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의 주거를 고민하게 된다. 아내는 작은 집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넓게 사용할 수 있으니 집을 지어보는 건 어떻겠냐며 작은 집 건축과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가진 돈은 많지 않은데 어쩌려는 건지...
너도나도 작은 집을 짓겠다는데 대체 작은 집이란 어느 정도의 면적을 말하는 걸까? 몇 달 전 아는 편집장과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아내가 작은 집을 짓고 싶어한다고 얘길 했더니 앞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끼어들며 말한다. “10평, 20평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그 땅에 어떻게 집을 지어. 이리저리 잘려 나가는 것 계산하고 그래도 3~4식구 사람답게 사려면 30평 이상은 돼야지. 그것도 적어. 10~20평? 어림없어요!” 시중에 <9평 하우스>란 책도 나와 있단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괜히 말만 길어질 것 같아 참았다.

건축가들은 지을 수 없는 땅의 크기는 없다고 말한다. 불편함, 협소함만 감수한다면 9평이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건 땅의 크기가 아니라 그 땅에 지은 집에서 잘 살 수 있느냐를 냉철하게 따져보는 것이다. 한옥으로 이사를 오기 전 25평 아파트 분양권을 사놓고 약 2년간 어머니 집에 얹혀산 적이 있다. 마침내 입주 예정자들을 초대해 아파트 내부를 보여주는 날, 빈 집을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거실은 소파 놓고, TV 놓으면 별 여유 공간이 없는 비디오방 같았고, 2개의 작은 방은 구색만 대충 맞춰놓은 것 같아 용도를 정하기가 애매했다. 이런 집에 살려고 아내와 엄마 사이에 끼어 그 ‘험한’ 세월을 살았나 싶었다. 아내가 한옥으로 이사를 오자고 했을 때 선뜻 그러자고 했던 데는 그 아파트에 정을 못 붙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큰 집을 살 능력도 안 되면서, 그곳이 막연히 답답했다.
이런 내가 작은 집에 살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떤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땅에, 어떤 건축가가 지었느냐에 따라 작은 집도 천지 차로 달라질 것이고, 내 집이라는 뿌듯함, 실력과 도전정신이 있는 건축가와 머리를 맞대고 지은 집이라면 더 특별하고 사랑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는 차분히 고민해 봐야 한다. ‘낭만은 짧고 생활은 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래저래 불편하고, 그 감정이 누적되면 애정도 식을 수밖에 없다.
“크기만 생각하기보다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충족시킬 수 없다면 아무리 작게 잘 지은 공간이라 해도 멋진 스몰 하우스가 될 수 없지요.” 몇 년 전 KNJ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주택 시장에 진출한 일본의 작은 집 전문 건축가 나카에 유지의 말이다.

작은 집 그 자체는 럭셔리하지 않다. TV나 영화에서 봐왔던 크고 아름다운 집을 생각해봐라. 아름다운 정원, 넓은 거실, 전망 좋은 주방이 있는 ‘큰 집’은 얼마나 아름답던가. 다만,
큰 집이 진정 럭셔리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 집을 감당하기 벅차서는 안 된다는 것. 매달 임대료나 대출을 감느라 허리가 휠 정도라면 그 집은 집주인에게 좋은 보금자리가 아니다. 월간 <럭셔리>에서 작은 집 특집을 진행하면서 김원 건축가를 만났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 다. “집을 장악하고 내 집이다 하고 느껴야지, 은행에서 돈 빌려 큰 집에 사는 것은 럭셔리한 것이 아닙니다.”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당신이 당신 삶의 노예 감독일 때의 삶이 가장 힘들다”고 했는데 과도하게 빚을 얻어 집을 산다면 스스로를 계속해서 채찍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은 집이 럭셔리하다는 건 집의 크기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작은 집도 좋다, 라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럭셔리함을 의미한다. 남의 눈치나 체면 안 따지는 당당함, 작고 소박한 것에도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건강한 정신, 작은 집이 청소하기도 편하다고 생각하는 ‘쿨한’ 생각, 3~4식구 사는데 굳이 큰 집이 필요 없고 데커레이션이나 스타일링에 따라 충분히 괜찮게 살 수 있다는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마인드가 작은 집을 럭셔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집에서도 행복할 확신과 자신이 있다면 이제 적극적으로 건축가를 찾아야 할 때다. 원하는 입지와 구매 가능한 수준의 대지 면적은 저마다 다를 것이니 논외로 하자. 작은 집을 짓자는 결심이 섰다면 집을 설계할 건축가를 찾아야 한다. 작은 집일수록 능력 있는 건축가가 필요한 이유는 큰 집을 지을 때보다 훨씬 큰 창의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창의성과 감각, 기지에 따라 작은 집도 살만한 집이 될 수 있다. 작은 집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몇 있는데(검색 창에 작은 집 건축가라고만 치면 수많은 이름이 나올 것이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 봐도 좋고, 아예 좀 더 적극적으로 신진 건축가를 찾아나서도 좋다.
내 경우라면, 아직 대표작이 거의 없는, 하지만 성실하고 의욕적인 신진 건축가를 찾아 나설 것이다. 이름 있는 건축가들의 경우 1,500~3,000만 원 정도를 설계비로 내야 하는데 예산이 빠듯한 작은 집을 지으면서 이 정도 금액을 책정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신진 건축가의 경우 1,000만 원 안쪽에서 설계비를 책정할 수 있다. 간혹 건축가가 너무 유명하면 그 기에 밀려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충분히 얘기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뺏기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건축가라면 그런 걱정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몽당주택이라는 극소주택 한 채가 올라갔다. 총 3층 규모인데 각 층이 4~5평, 모두 합해 14평인 집이다. 동네를 오가며 자주 보는데 그렇게 작은 집에 작게나마 데크를 깐 마당도 있고, 한쪽에는 대나무도 있다. 그곳에는 예쁜 강아지도 산다. 최근 이 집을 설계한, 듀오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첫 작업이라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어떻게든 잘 짓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했다. 집 주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얘기해 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단다. 집은 건축가와 건축주의 공동 작품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그분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과연 그렇게 만족스러운 집이 나왔을까? 라는 말도 했다.

건축가들을 만나 보면 건축주가 원하는 게 정확하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알아서 해 주세요”라는 것만큼 막연하고 광범위하고 모호한 게 또 어디 있는가. 만약 작은 집을 짓기로 결정했다면 건축가에게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나열해보는 것도 좋겠다. 앞서 얘기한 건축주의 경우 욕실에서 꼭 인왕산을 봤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이를 설계에 반영했다고 한다. 반대로 건축가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끌어내 달라고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작은 집 설계로 유명한 임형남 건축가는 모든 고객에게 작은 규모로나마 마루나 테라스를 꼭 만들어준다.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앉아서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요즘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점점 없는데 집에서라도 그런 시간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은 집이라고 하면 꼭 땅을 구매해 직접 집을 올리는 것만 생각하는데 기존에 있는 작은 단독 주택이나 빌라를 구매해 리노베이션을 하는 방법도 있다. 경우에는 건축가가 아닌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좋은데 역시 이미 유명한 사람보다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젊고 감각 있는 이를 찾아내는 게 좋다. 작은 선반을 여러 개 활용하거나, 구석 공간에 딱 맞는 미니 책상 등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작은 집도 그렇게 작아 보이지 않는다.
정성갑(월간 <럭셔리>기자) | 에디터 윤성아 | 디자인 이동민 | 사진 디자인하우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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