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만들기와 마을 기업(Community Business)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이소영
1968년 스코틀랜드 사우스 라나크셔(South Lanarkshire) 지역에서는 마을의 주요산업이었던 방직업이 쇠퇴하면서 지역도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1974년 설립된 문화유산보호단체 뉴 라나크 트러스트(New Lanark Trust)는 지역의 방직공장들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보존하고자 하는 운동을 펼쳐나갔다. 18세기 공장촌이라는 역사적 환경을 온전히 보존하되, 더 이상 공장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건물은 관광산업과 연계하여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스코틀랜드 지방정부와 문화재청(Historic Scotland)의 지원을 받아 대부분의 건물을 뉴 라나크 트러스트가 매입하였고, 매입한 자산을 운영하기 위해 트러스트 산하의 마을기업 New Lanark Home을 설립하였다. 뉴 라나크 홈은 매입건물을 공방, 레스토랑 등 각종 상업시설에 임대해줌으로써, 보존자원을 활용하는 동시에 지역의 새로운 산업 및 고용을 창출시켰다.
사우스 라나크셔 방직공장촌 마을기업 뉴 라나크 홈의 홈페이지
영국 뉴튼 책포드(Newton Chagford) 지역의 지역주민들은 책포드 지역의 정원 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포드 커뮤니티 비료 만들기 운동(the Chagford Community Composting Project: CCCP)을 펼쳤다. 지역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성 폐기물을 비료로 만들어 자원을 재생하여 사용하는 지역환경운동을 펼친 것이다.
1993년 마을 주민들에게 자원 재활용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을 펼치는 한편, 유기성 폐기물을 바로 자원화할 수 있는 핵심기술인 유기농 비료생산 기술을 전파시켜 나갔다. 마을의 유기농 비료생산 만들기 운동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면서, 이 운동을 추진해나가던 단체는 1995년 Proper Job이라는 유한회사를 책포드 지역에 설립하였다. 유기성 폐기물 수거 및 재판매 등의 사업을 주 사업내용으로 삼되, 재활용 상점 및 까페 등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유기농 비료 제조과정 마을기업 Proper Job 홈페이지
일본 도쿄 도와긴자(東和銀座) 시장은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 등의 입점으로 시장이 쇠퇴하고 있었다. 시장상인들은 상점가 진흥조합 등을 중심으로 시장 재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던 중, 1990년 도쿄 도와 지역에 병원이 신설되어 병원식당을 위탁운영할 업체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래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을 판단한 시장상인들은 1990년 (주)아모르도와(AMORU 東和)를 설립하였다. 41명의 상점주인들이 출자한 주식회사로 병원식당을 운영하기 위한 마을기업이었다. 이후 도시락 급식, 청소사업 등의 사업 등을 운영하여, 마을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시장의 폐업된 생선가게 및 빵집 등을 인수하여 경영하기 시작하였다. 일상적 상행위가 일어나는 빵집과 생선가게만큼은 시장의 활력을 위해서도 지역 공동체간 소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지역상인 출신 마을기업 사장 (주)아모르도와 홈페이지
지역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최근 들어 마을 기업, 즉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지원, 농수산식품부의 농어촌 공동체회사, 지식경제부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시범사업 등 마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시책도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면 마을 기업(Community Business)이란 무엇일까?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용어의 출처는 1970년대 중반 설립된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의 ‘Community Business Scotland(CBS)'라는 중간적 지원조직의 형태인 유한회사에 기원을 두고 있다. 영국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지역 커뮤니티가 주체가 되어 지역주민의 고용과 지역발전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는 사업조직을 의미한다고 한다(Hayton, 1984). 일본에서는 버블경제 붕괴 후, 지역 쇠퇴현상이 일어나자, 지역 재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건강하게 만드는 주민주체의 지역사업이라고 전제하고 정부나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서비스와 달리 주민 스스로가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비즈니스로 전개하려는 것이라는 것이다(호소우치 노부타카 편저, 2007).
수익성을 창출하는 기업활동을 수행하기는 하나, 수익 창출의 목적은 마을, 즉 공익성을 위한 것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의 대부분의 마을기업의 설립 연혁을 살펴보면,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설립되기 이전에 지역주민들이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을 만들기의 노력들이 있어 왔다. 영국의 뉴 라나크 홈이라는 마을기업이 생겨나기 이전에는 지역문화유산단체를 중심으로 한 문화유산 보존 마을 만들기가 활발했었고, 프라퍼 잡이 생성되기 전에는 자원순환운동을 통해 지역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을 만들기의 노력이 있었다. 일본의 (주)아모르도와 마을기업을 설립하기 이전에 시장 상인들은 상점가 진흥조합을 중심으로 시장 재활성화를 위한 마을 만들기 노력을 지속했었다.
물론 마을 만들기가 마을 기업 설립의 필수조건은 아니겠지만, 지역 주체가 지역사회를 위한 기업을 설립하게 되기까지에 이르려면 사실 기업 설립 이전에 지역 주체 스스로가 지역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노력이 수반했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마을 만들기 운동이 반드시 마을기업 설립으로 귀결되는 공식이 성립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마을 만들기 운동이 성숙하게 되면, 운동의 지속성 및 효과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마을 기업의 설립을 고민하게 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일본의 (주)아모르도와도 긴자도와 상점가 진흥조합으로 지속해왔던 시장 활성화 마을 만들기를 지속하기 위해 설립한 마을기업인 것이다. 즉 폐업하는 상점이 속출해가던 시점에서 시장상인들은 상점을 지탱할 수 있는 활로로서 급식업에 뛰어들고자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식회사의 설립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마을 기업(Community Business)은 그저 우리 마을에 입지해있는 기업, 아니면 우리 마을 밖의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우리 마을 안에 설립한 기업이 아니라, 말 그대로 마을이 세운 기업, 즉 커뮤니티를 위한, 커뮤니티에 의한, 커뮤니티의 비스니스인 것이므로, 마을 기업 자체는 마을 만들기의 한 과정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홈페이지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rbanactionnetwork
[출처] 마을 만들기와 마을 기업(Community Business)|작성자 도시연대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 해외운동 사례와 제안 (0) | 2014.04.08 |
---|---|
행정이 지원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의 종류 (0) | 2014.04.07 |
마을만들기의 다양한 접근사례 (0) | 2014.04.07 |
전국에 부는 공동체 바람 ‘마을 만들기’ 현장을 가다① (0) | 2014.03.28 |
마을만들기, 진안군 10년의 경험과 시스템/ 국토연구원 (0) | 2014.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