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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볼륨존 전략(신흥국에서 키우는 글로벌 리더십 회복의 꿈)

리더쉽

by 소나무맨 2014. 4. 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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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볼륨존 전략(신흥국에서 키우는 글로벌 리더십 회복의 꿈)

이지평 | 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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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이 연간 가계소득 5천~3.5만 달러에 달하는 신흥국의 중간소득계층을 볼륨존(Volume Zone)이라고 정의하고 집중공략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신흥국의 중간소득계층이 2009년 8.8억명에서 2020년 20억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등 향후 신흥국의 높은 경제성장과 함께 볼륨존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볼륨존을 개척하기 위해 일본기업은 신흥국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 기능 개발과 가격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현지 거점의 제조 노하우 향상과 현지 연구개발 체제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기업은 대졸 신규 종업원의 채용에서도 외국인을 우선하면서 신흥국 현지의 창의를 활용하여 이를 글로벌 차원에서 활용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 체제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신흥국에 대한 일본기업의 투자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신흥국을 주로 생산기지의 관점으로 봐 온 일본이 소비시장으로서의 신흥국에서 장기적으로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지는 더 지켜봐야 할 지도 모른다. 볼륨존은 선진국의 기준으로는 저소득층시장에 속하기 때문에 이 시장의 개척은 일본기업의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세이도와 같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멀티브랜드 전략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고 닛산자동차는 신흥국 기반의 코스트 이노베이션을 달성하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의 신흥국에서의 영업이익도 크게 늘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볼륨존 전략은 단순히 신흥시장 전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볼륨존을 기반으로 차세대 제품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전체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서 전개되고 있다.

신흥시장은 우리기업들의 주력시장이다. 일본의 신흥국 볼륨존 전략은 우리기업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다. 차별화된 전략과 아이디어, 품질, 서비스로 신흥시장에서의 새로운 한일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일본기업의 볼륨존 전략의 실체
Ⅱ. 성공 패턴 및 사례
Ⅲ. 신흥시장에서의 새로운 한일전의 의미



Ⅰ. 일본기업의 볼륨존 전략의 실체


수년 전부터 일본기업이 한국의 글로벌 전략을 벤치마크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신흥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한국의 전자, 자동차 기업의 성공비결을 탐구해 왔다. 일본정부와 많은 일본기업은 신흥국의 중간소득계층을 볼륨존(Volume Zone)이라고 정의하고 이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신흥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기업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빠른 신흥국의 대규모 소비시장을 놓칠 경우 이 시장을 선점한 한국기업과의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반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기업의 볼륨존 전략은 이미 신흥시장에서 어느정도 입지를 구축한 한국기업으로서는 경쟁 심화 요인이다. 그동안 고가격·고품질 제품에 주력했던 일본기업이 신흥국의 볼륨존 시장을 쉽게 공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기업의 실적을 보면 볼륨존 전략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엔고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들은 신흥시장에서의 수익 확대에 힘입어서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의 2011년 3월 연결결산(2010.4~2011.3)에서는 경상이익이 53%나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니의 경우 한국기업의 아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도 시장에서 LCD TV 분야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LG, 삼성과 함께 선두권 경쟁을 전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랐으며, 일본 자동차 업체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시장에 맞는 저가격 가정용 자동차를 개발하여 현지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Panasonic의 오츠보(大坪文雄) 사장은 「BRICs,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3개 신흥국에서 2010년 4~12월 매출액이 20%를 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국기업의 점유율은 높지만 추월할 수 있다.」고 하며 신흥시장에서의 한일재역전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기업이 전개하고 있는 볼륨존 전략이 이미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고 있다. 비록 신흥시장에서의 입지 측면에서 한국기업과의 점유율 격차가 큰 분야도 많으나 앞으로 일본기업의 볼륨존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인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1. 볼륨존 전략의 등장 배경과 의미

가계소득 5천~3.5만 달러의 신흥국 중간소득층을 공략

향후 일본기업의 볼륨존 전략의 파급 효과 등을 보기 위해서는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의 실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볼륨존이라는 말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간하고 있는 2009년판 통상백서에서 제시되면서 일본에서 주목을 받아 왔던 개념으로 주로 신흥국 중간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한 범용시장을 의미한다. 통상백서에서는 이 볼륨존을 연간 가계 가처분 소득이 5,000~35,000달러의 인구라고 규정하여 아시아 지역에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일본기업이 이 시장을 중점적으로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유수의 전자기업인 Panasonic의 경우 중기 경영 전략에서 이 볼륨존을 개척하겠다는 방침을 명시하고 있다.

리만쇼크 이후 세계경제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신흥국 내수시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일본시장 및 선진국 고소득시장에 기반을 두었던 일본기업의 수익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성장하는 신흥국에서 비즈니스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실제로 <그림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앞으로의 세계경제에서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의 GDP 증가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중간소득계층인 것으로 일본기업은 보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경우 <그림 2>와 같이 2000년대 초에 전체 인구의 9.1%였던 연소득 5,000달러~35,000달러의 중간소득 계층이 2020년에는 66%, 20억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상장기업 영업이익의 지역별 비중을 보면(<그림 3>) 일본 본국의 비중이 2000년의 79.9%에서 2009년에는 56.5%로 급락한 반면 아시아의 비중은 6%에서 23.6%로 확대했다. 아시아와 기타 지역을 합한 신흥시장 전체의 이익 비중은 30%를 초과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기업은 신흥국 중간소득층 시장의 유망성과 일본기업의 개척 가능성을 평가하면서 볼륨존 전략을 내세우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의 볼륨존 전략은 소비재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점차 생산재나 인프라 분야도 강조하기 시작했다.

2. 모노즈쿠리 전략의 변화

고품질, 고가격만 추구하지 않겠다

일본기업은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소비시장이 선진국과 다른 형태로 확대되면서 그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의 볼륨존은 현지에서는 중간소득계층이지만 일본이나 선진국 기준으로는 하위소득계층에 해당되기 때문에 일본기업은 신흥국의 볼륨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그 동안의 일본 및 선진시장에서 개발한 제품을 앞세웠던 전략을 바꾸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제품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고품질이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신흥국의 고객이 크게 호응하지 않는 일본 제품의 오버 스펙(Over Spec : 예를 들어 2~3년 밖에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에 10년의 내구성을 가진 부품을 사용하는 식) 문제를 극복하고 신흥국 볼륨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가격 절감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기업은 단순히 제품 가격을 절감하기 위해 기능을 줄이는 ‘삭감의 경영’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삭감의 경영’보다도 현지 수요를 근본적으로 고려하여 필요한 기능과 가격 수준을 맞추는 개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후지필름의 경우 중국을 비롯한 BRICs 시장을 대상으로 현지 부품 조달 등에 주력하면서 대당 100달러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가격을 절감하면서도 현지 소비자에 맞는 기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도시바의 경우 LCD TV에서 불필요한 기능을 생략하면서 가격을 절감하는 동시에 신흥국 현지 수요에 대응한 신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동사는 신흥국의 열악한 전력사정이나 전파 사정에 대응한 LCD TV를 개발했으며, 이는 정전(停電) 발생 시에도 2시간 정도 시청이 가능하도록 배터리가 내장된 동시에 전파가 약한 지역에서도 원활하게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전기 신호 증폭기기도 탑재했다.

일본기업은 일본에서 개발한 제품을 그대로 신흥시장에 출시해도 고품질이기 때문에 다소 가격이 높아도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신흥국의 현지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구하여 이에 맞는 제품을 현지 부품 및 자재를 조달하면서 저 코스트로 생산하는데 주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노즈쿠리의 시스템화

일본기업은 현장 인력의 장인정신에 바탕을 둔 일본식의 모노즈쿠리(혼이 담긴 제조)에 주력해 왔는데, 볼륨존 공략을 위해 이를 혁신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모노즈쿠리 전략은 일본인끼리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기초로 하고 있었다(암묵적 지식). 그러나 이러한 전통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려운 신흥국의 여건을 감안하여 제조 노하우를 보다 손쉽게 전달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Panasonic의 경우 공장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생산의 효율화, 재고의 압축 등 생산시스템 개선 포인트를 탐구하는 한편 본사 공장의 이러한 노하우를 해외 공장으로 원활하게 전수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기업은 모노즈쿠리 노하우를 객관화하여 신흥국의 근로자와 공유하는 한편 이들의 창의와 지식을 본사로 다시 흡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일본기업은 일본 공장에서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신흥국에서 조립하는 단순한 형태의 해외 전략에서 탈피하면서 자사의 기술적 강점을 플랫폼으로 정립하고 신흥국 거점이 이를 활용하면서 핵심 부품을 생산하거나 제품을 자체 개발 및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쓰비시화학은 광디스크 미디어 사업에서 신제품의 양산체제를 싱가포르 공장에서 최초로 구축한 다음, 이를 인도 및 대만의 생산위탁 기업에게 전수하여 설비투자 없이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미쓰비시화학은 외부 협력회사가 자사의 기술적 강점에 의존하여 자사가 독점 공급하는 핵심 소재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소니는 멕시코, 슬로바키아 공장을 매각하면서 LCD TV 등의 조립 분야를 EMS(전자기기수탁제조 서비스)에게 위임하고 코스트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자체 생산하고 있는 핵심 기계를 이들 협력기업들이 사용하도록 유도하면서 품질 유지와 기술적 통제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제품 기능을 차별화하여 현지화에 주력

일본기업은 볼륨존 공략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제품에 탑재되는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를 통일하여 신흥국 현지 시장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부분적으로 변경하기만 하면 다양한 제품 기능을 그때그때 차별화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현지 환경에 맞게 제품의 각종 기능을 제어하는 방식을 변경하는 역할을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도록 하면 세계 공통 규격의 하드웨어의 비율을 높여도 각국 시장에 차별적으로 적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일본기업의 해외생산 전략의 어려움은 일본식 문화에 기반한 ‘모노즈쿠리’의 해외공장으로의 이식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뿐 아니라 부품 협력사를 포함해서 일본과 똑 같은 시스템을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역할을 강화하게 되면 신흥국 현지의 코스트가 낮은 부품 업체를 활용하면서 원가를 절감하기가 쉬워지는 효과도 있다. 더구나 막대한 수준으로 팽창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코스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일본기업은 이러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전기전자, 자동차 등 각종 제품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의 규모를 보면, 휴대폰의 경우 프로그램의 길이가 2001년 100만줄 정도에서 2009년에는 500만줄(1980년대 후반의 일본 시중은행의 전체 온라인 시스템 수준) 정도로 확대했으며, 자동차의 경우 2000년 100만줄 수준에서 2009년 500~1000만줄(하이브리드 자동차)로 확대, 2015년에는 1억줄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일본경제산업성, 전망).

3. 현지 토착형 마케팅 활동 강화

현지 고객 연구를 기초로 두 가지의 차별화 포인트 추구

일본기업은 신흥시장의 볼륨존을 개척하기 위해 현지 고객의 니즈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Panasonic의 경우 주요 신흥시장별로 ‘생활연구소’를 설치하여 현지시장용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각국의 생활연구 거점은 본사의 Global Consumer Research Center와 연계되고 서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일본기업은 이러한 현지 고객 연구를 통해 고객의 체감 품질을 중시하고 있다. 신흥국 볼륨존의 고객이 선진국과 달리 어떤 기능이나 품질에 대해 특별한 니즈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기능이나 품질이 신흥국에서는 필요가 없는지를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시장, 선진국 시장에 주력해 왔던 일본기업에게 있어서 신흥국의 볼륨존 시장 공략은 미지의 불확실한 고객을 상대로 한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분권화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고객을 기반으로 한 이노베이션의 시기에는 기존의 조직이나 전략으로는 대응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다는 이노베이션의 딜레마가 작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제품개발 조직 등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현지거점의 독자적 고객 대응력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흥시장 전략을 위해 일본기업은 최근 일본 본사에서도 유학생을 포함한 외국인 인력의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Panasonic이나 유니클로 등은 대졸 신규채용에서 80%를 비 일본인으로 발탁하여 중국, 동남아, 한국인 등의 기용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기타 일본 대기업도 외국인 채용을 대폭 늘릴 방침으로 있다.

물론, 일본기업은 현지기업과 똑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일본기업만의 독특한 강점인 품질에 대한 신뢰성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즉, 일본기업은 신흥국의 볼륨존을 공략하기 위해 토착화된 현지 고객 연구기능과 글로벌 경영역량을 활용하면서 본국 및 선진국시장과의 차별화하는 한편 현지기업과의 차별화 등 두 가지의 차별화 포인트를 본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저팬 브랜드의 확산에 주력

일본 등 선진시장과 신흥국 고급시장에 주력해 왔던 일본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신흥국 볼륨존 시장 공략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일본기업은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볼륨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흥국의 고객들이 일본 제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인 △ 고품질 △ 친환경 △ 선진형 라이프스타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현지 범용시장에도 브랜드 이미지를 침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소니의 경우도 현지 서비스망을 확장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의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소니의 서비스센터는 2009년 말 기준으로 연해지역의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280개에 달했으나 소니는 이를 2012년까지 38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니는 이러한 서비스센터를 세련된 디자인 전문점과 같은 컨셉으로 설치하고, 점포의 일정 공간에서 제품을 수리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또한 소니는 각 신흥국별로 차별화된 서비스, 점포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소니에 따르면, 「국가마다 고객이 서비스에 대해 요구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내용 측면에서 차별화하고 현지 직영점, 다른 전문점 등을 지원하는 전문팀의 운영방식도 차별화하고 있는 것이 소니의 차별화 포인트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기업은 신흥국의 독특한 유통 관행 때문에 직접적인 마케팅을 꺼리는 경향이 강했지만 볼륨존 시장 개척을 위해 토착화된 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 음료 회사인 야쿠르트의 경우 일본 제품의 친환경 및 건강 이미지를 살리면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를 활용하지 않고 중국 현지의 어려운 유통 관행을 실제로 경험하고 하나하나 극복하면서 직접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기업은 신흥국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확장해 왔으나 볼륨존을 공략하기 위해 지방 도시로까지 판매망을 확장 중에 있다. 인도시장의 경우 양판점 등 대형 판매점의 비율이 낮고 판매망 확장에 어려움이 있지만 일본기업은 한국기업을 견제하면서 지방 도시까지 점포망과 애프터 서비스망의 확충에 나서기 시작했다.

중국, 인도, 베트남, 태국, 브라질, 인도네시아가 최우선 지역

볼륨존 전략의 가속화와 함께 일본기업의 해외직접투자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도 중국, 동남아에 이어 인도, 브라질에 대한 투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단일국가로서 최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일본기업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일본 국제협력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중국에 대한 사업 유망도 평가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하락세를 보이다가 중국 내수 시장의 확대에 따라 2009년 이후에는 다시 상승세로 반전했다.

업종별로 보면 화학, 자동차, 전기전자, 일반기계 등의 주요 제조업에서 중국과 인도가 일본기업이 보는 유망 지역으로서 압도적인 위치에 있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 산업에서 인도가 중국을 능가하는 유망국가로 평가되고 있는 등 일본기업은 볼륨존 전략의 대상지로서 중국 못지않게 인도를 중요시하고 있다. 1인당 소득이 빠르게 신장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인도는 소득의 신장세가 완만하지만 거대한 인구가 소비계층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기업은 볼륨존 전략에서 인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에 대한 평가는 2006년에 태국을 능가하여 제3위가 되었으며, 인도차이나 반도 차원에서 태국과 베트남을 연계하여 동남아 역내시장을 개척하려는 일본기업이 많다. 또한 최근의 특징으로서 러시아에 대한 일본기업의 유망도 평가가 다소 떨어지는 한편, 브라질, 인도네시아에 대한 평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기업의 신흥시장 전략에서는 중국, 인도, 베트남, 태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6대 국가가 최중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볼륨존 전략도 이들 지역에서 중점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의 시장 평가 측면에서는 중국과 브라질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경우 저렴한 노동력, 공급기지 등 생산 거점으로서의 평가도 높은 편이다.


Ⅱ. 성공 패턴 및 사례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일본기업이 볼륨존 전략을 심도 있게 꾸준히 추진하기 시작함으로써 그 성과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흥국을 주로 생산기지의 관점으로 봐 온 일본이 소비시장으로서의 신흥국에서 장기적으로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시세이도 : 기존 프리미엄 전략과의 조화

지금까지의 일본기업 성공 사례로 볼 경우 향후 일본기업의 볼륨존 전략이 성공할 수 있는지의 포인트로서 몇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우선, 기존 프리미엄 제품 전략과 볼륨존 전략이 잘 조화를 이룬 기업이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시세이도를 들 수 있다. 시세이도는 많은 일본기업이 시장 입지 확보에 고전하는 중국 시장에서 구미 글로벌 브랜드와 경합하면서 탑 클래스의 브랜드 파워를 확립한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시세이도는 1981년부터 중국시장에 진출, 초기에는 백화점 등의 부유층 시장을 공략하여 기반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이후 별도 제품 브랜드를 만드는 멀티브랜드 전략을 통해 중간소득계층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시세이도의 현지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Shiseido, Aupres와 별도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Urara’나 ‘Za’ 브랜드를 개발하여 미용 사원을 교육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의 침투 및 향상에 주력해 왔다.

가격대와 판매 채널 별로 브랜드를 달리 관리하면서 시세이도는 판매점에 대한 각종 경영 지도를 실시하여 접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브랜드 이미지의 향상에 주력했다. 200명 정도의 중국인 현지 지도원이 1만 2,000명의 미용사원을 교육하는 시스템을 구축, 이들이 각 점포를 지원하고 있다. 각 판매점에 대해서는 POS(Point of Sales : 판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정보 네트워크 시스템)를 활용한 판매 관리 기법, 점포 운영 노하우, 접객 서비스 노하우 등을 수시로 연수하여 소비자들이 시세이도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시세이도는 중국 시장에서 △ 고급 제품 브랜드 이미지의 확립 △ 볼륨존으로의 브랜드 이미지 침투라는 단계적 발전전략을 추진했는데, 최근에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급제품과 볼륨존을 동시에 공략하는 한편, 러시아 및 동구권의 경우 중국처럼 고급제품부터 선점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닛산자동차 : 신흥국 기반의 코스트 이노베이션

신흥국의 볼륨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며, 현지 수요에 맞는 품질을 달성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가 된다.

닛산자동차의 경우 신흥국 볼륨존 시장용 4인승 소형차 ‘마치’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신흥시장의 니즈를 철저하게 파악하기 위해 10명의 제품 개발팀에 태국, 인도인 엔지니어를 포함시켰다.

제품개발에서는 신흥국 소비자의 연료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급 차종에서 최고의 연료 효율을 추구하게 되었으며, 설계 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엔진을 4기통에서 3기통으로 변경했다. 원부자재 비용 절감을 위해, 강도가 높은 일본제 특수강판을 쓰지 않고 인도에서도 조달이 가능한 철강재로 변경했다. 이를 위해 강도가 낮은 철강재를 사용해도 차량 전체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차량의 설계 구조를 혁신하였다. 부품 수도 최대한 축약하여 인도 거점 등 숙련공이 많지 않는 지역에서도 조립 과정의 불량 발생 빈도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신흥국 소비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개발된 ‘마치’는 태국 거점에서 생산되고 일본에도 역수입되고 있다. 자동차 왕국 일본에서는 자국 공장에서 수출만 하고 해외공장에서 자동차를 역수입하는 것은 거의 없었던 일이다.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서의 경험과 혁신을 역발상으로 본국이나 선진시장에 적용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이 글로벌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 닛산도 신흥국 볼륨존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달성한 코스트 이노베이션의 성과를 선진국 저가시장에도 적용하고 있다.
Panasonic : 볼륨존 전략과 전사적 글로벌 전략의 시너지 추구

볼륨존 전략도 그 자체는 글로벌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서 추진되기 때문에 전사적인 전략과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신흥국의 특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 개량 코스트가 누적될 경우 글로벌 생산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Panasonic은 신흥국 현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존의 제품과는 다른 발상에 기초한 볼륨존 제품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각 지역의 생활연구소와 본사의 생활연구 조직 간의 교류에 노력하고 있다. 2010년에 신설된 ‘글로벌 컨슈머 리서치센터’는 각국의 생활 연구에서 얻은 성과를 집약해 글로벌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상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Panasonic은 볼륨존의 잠재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연구체제를 구축하여 연구 분업의 효율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 본사는 △ 전체적인 기술전략의 책정△ 제조업의 기반 기술 개발 △ 신규 사업 창출 △ 글로벌한 기초 상품(프리미엄 지향) 개발 등에 주력하는 한편, 중국, 동남아, 인도 등의 신흥시장의 연구거점의 경우 현지시장용 제품 모델이나 중동·아프리카 등 기타 신흥시장용 제품 모델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Panasonic은 이러한 글로벌한 연구 및 제품 개발 분업체제하에서 인버터, 히트펌프, 3D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V제품)으로 선진국 및 신흥국의 고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이러한 첨단기술의 범용화 과정을 주도하고 볼륨존 제품에도 부분적으로 적용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Ⅲ. 신흥시장에서의 새로운 한일전의 의미


일본기업은 볼륨존을 기반으로 차세대 제품의 주도권 강화에도 주력

일본의 글로벌기업들의 신흥국 볼륨존 전략이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며, 이러한 글로벌 기업을 일본정부가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도 결과적으로 일본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미 일본기업은 신흥국의 대표적인 볼륨존 상품이기도 하는 휴대폰 산업에서 글로벌 위상이 크게 약해진 상태이며, 절대품질을 추구했던 일본기업이 ‘합리적’ 품질을 지향하면서 제품불량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기업의 볼륨존 전략이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한정될 가능성도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일본기업의 볼륨존 전략은 신흥국의 고성장하는 중간소득층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위상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반성과 함께 한국기업과의 경쟁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일본기업의 볼륨존 전략이 한국기업을 겨냥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일본기업이 성공할 경우 한국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은 한국기업으로서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그만큼 한일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일본기업의 볼륨존 전략이 특히 전기전자,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요 소비재 산업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어서 한국의 산업 및 경제 전반에 대한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신흥국의 볼륨존 시장은 앞으로 절대적 비중으로 확대되면서 각종 소비재 산업의 향방을 좌우하는 파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여 이 시장에서의 입지를 상실하는 것은 글로벌한 이노베이션 능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위험이 따를 것이다.

일본기업은 볼륨존 전략을 단순히 마케팅 차원을 넘어서 기술 및 모노즈쿠리 전략과 결부시켜서 기존의 기술개발 옵션 전략의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이노베이션의 드라이버로서 활용하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기업은 볼륨존을 기반으로 글로벌 규모의 경제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 회복을 지향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개발에서 다양한 옵션에 투자하고 → 차세대 제품의 양산 및 보급 → 제품 기술의 보급 및 일반화 과정에서의 아웃소싱 활용이라는 Product Life Cycle 상의 통제력을 회복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흥국의 볼륨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신개념의 부품 및 기계, 자재 등을 고도의 기술로 저렴하게 만들고 경쟁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 일본기업은 신소재 개발 등을 통해 경쟁의 기초를 바꾸는 혁신기술의 개발에 주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노력이 다 성공하기는 어렵겠지만 과거 미국 산업이 IT기술로 부활한 바와 같이 일본 제조업이 그린 기술과 차세대 저가격 기술을 접목하여 신흥시장을 기반으로 부활할 가능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볼륨존을 포함한 신흥시장 전략에서 우리 기업의 차별성이 중요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볼륨존 전략을 통해 신흥시장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실제로 인도네시아 소형차 시장, 인도 LCD TV 시장, 중국 에어컨 시장 등에서 일본기업이 약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으로서도 일본기업 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의 볼륨존, 고소득층 시장, BOP(Bottom of Pyramid: 신흥국 저소득층) 시장을 망라한 신흥시장 전체적 차원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BOP(Bottom of Pyramid: 신흥국 저소득층) 시장 인구가 장기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볼륨존 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에 볼륨존의 중요성이 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비 내구재의 경우 BOP 시장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며, BOP에서 볼륨존으로 이동하는 계층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미래의 볼륨존에 어필하고 선점 효과를 노리겠다는 측면에서 BOP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볼륨존 시장으로 내려오는 일본기업의 Trading down에 대해 우리 기업이 보다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으로서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Trading up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인정 받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시장에서 현지 거점의 자생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현지 거점이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토착화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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