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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저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서 강론 중인 문규현 신부 ⓒ정현진 기자 |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안녕하고 지냈는지, 더구나 우리 사회의 공동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의 삶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표본이 되어야 할 선거에 국가의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 개입한 사건은 모두
‘개인적 일탈행위’로 포장되면서 우리나라는 초유의 짝퉁 대통령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개인적 투표 결과와는 상관없이 국정원과 국방부와
사이버 언론의 단합에 의해서 대통령을 뽑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30여 년간 잠자던 내란죄가 서너 살배기 어린아이까지 참석한 모임에 적용되었습니다.
외국의 외교문서까지 위조하여 간첩 조작질하는 일도 서슴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을 무조건 빨갱이와 종복으로 몰아붙이는
일도 한국 사회의 유행병이 되었습니다. 지난 21일 국민방송 뉴스타파는 ‘의정분쟁 봉합, 국민은 없었다’였습니다. 대한민국에 국민이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다’는 것이겠죠.
오늘 우리는 이 나라, 이 민족, 이 국민을 위하여, 민주공화국 재건을 기도하기 위하여
함께했습니다.
요즘, 이런 비교의 글을 들어 보셨습니까?
박정희는 군사쿠데타, 박근혜는
선거쿠데타 박정희는 유신독재, 박근혜는 언론독재 박정희는 중앙정보부, 박근혜는 국가정보원 박정희는 공안 통치, 박근혜도 공안
통치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에게서 국가관과 정치에 대해 배웠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기억하려면
제대로 기억해야 합니다. 제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먹지 말고, 무엇보다 역사적 교훈을 배워야 합니다.
그 아버지 독재자 박정희는 국가와 정치를 자신에게 복종시켰습니다. 종신 집권을 꿈꾸며,
헌법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했습니다. 간첩 조작과 공포정치로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사형당하고, 고문 받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결국 박정희의
최후가 어땠습니까? 비운에 갔습니다. 부하의 총탄에 사살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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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저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
우리 국민은 그 역사에서 배웠습니다. 독재자는 반드시 몰락합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역사와 민주주의는 느려도 전진, 전진합니다.
지난 대선은 국정원, 경찰, 언론 등 권력기관들이 합작해서 만든 명백한 부정선거입니다.
특히 국가 권력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팀을 꾸려서 ‘이명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과 정치인들은 모조리 빨갱이, 종북이라고 낙인을
찍었습니다. 지역감정을 극대화하며 국민 분열에 앞장섰습니다.
국정원이야말로 국민을 적으로 알고 나라를 붕괴시키려고 획책한 내란죄 현행범입니다.
타락하고 추악한 범죄 집단입니다. 국민의 적입니다. 국정원은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해체, 개선되어야 합니다. 박근혜, 국정원의 도움으로
당선된 박근혜가 책임져야 합니다.
<제노사이드와 기억의 정치>를 쓴 허버트 허시는 “은폐와 조작에 의해 진실이
죽는 것을 본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40년 전으로 회귀한 유신독재를 또다시 맛보는 고통스럽고 슬픈 현실을
봅니다. 그 불의한 독재와 맞서 싸웠던 의로운 청년학생들, 시민 노동자, 농민 등 모든 이들의 노고를 기억합니다.
지난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인 국정원이 간첩 조작 사건을 재연하고 있습니다.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정권을 잡고, 또한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증거를 조작하여 간첩 혐의로 몰아 인권이 유린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던 악행들이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역대의 정보기관 간첩 조작은 총칼로 권좌에 앉은 독재정권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다행히 민주정부 수립 이후 많은 조작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유신독재 시대 조작간첩사건 등이 재심을 통해, 당시 국가범죄를
사과하고 무죄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미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빨갱이 사냥, 종북몰이, 조작간첩사건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소위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은폐하고 다른 나라 공문을 위조하면서 옹호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외칩니다. 간첩조작사건의 책임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즉각
해임하라! 국가권력 국정원을 즉각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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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저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 참석한 방구들장 신부(왼쪽)와 박창신 신부가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국가정보원 해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현진 기자 |
국기문란 범죄행위를 좌시한다면 국정책임자의 분명한 직무유기입니다. 국정책임자 대통령은
물러나야 합니다.
다른 나라 외교문서를 위조하면서 간첩을 조작하는 행위는 분명한 범죄행위입니다. 사실
조작에 의한 빨갱이, 간첩 제조는 과거 독재권력의 통치전략이죠. 정치적 경쟁자나 경쟁세력을 ‘종북’ 따위의 색깔론으로 몰아 제거하거나 약화시켜
권력을 유지 · 강화하려는 범죄입니다.
이런 통치전략을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불안감을 끊임없이 재생산해줄 ‘간첩단
사건’ 등이 필요했습니다. 불순분자, 적 혹은 간첩은 정략적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제조되었지요.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도 역대의 정보기관이
벌인 끔찍한 조작 사건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한 민간인에게 간첩 혐의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다른 나라인 중국 정부의 공문서를 위조해
가지고 온 사건. 그 ‘위조범죄’의 주체가 국정원이었습니다. 위조범죄 관련자는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았으며, 국정원은 증거조작을 미리 알고 있다
했습니다. 이를 지시까지 했다는 고백도 했습니다. 검찰 역시 국정원이 내준 위조문서를 마치 검찰 자신이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증거처럼 재판부에
대담하게 제시했습니다. 이는 분명한 범죄행위입니다.
대선 부정 사건과 함께 간첩 조작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쌍벽을 이루는 국기문란
사건입니다. 두 사건 모두의 한복판에 이 나라 국정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국정원장 남재준이 국가기밀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은
전직 대통령을 재사살하고 부정선거를 획책한 거죠. 대선 불법 · 부정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전략이죠.
중요한 것은 ‘간첩 조작 사건은 전체 국민 누구에게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 우리의 미래가 걱정입니다. 우리의 후손이 걱정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역시 조용합니다. 대통령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사정없이 거꾸로 돌립니다.
민주주의의 퇴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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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저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는 전주교구 신자 600여 명과 각 교구와 수도회 사제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
민주주의는 침묵으로 지켜지는 게 아닙니다. 대선 부정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보았습니다. 민초(民草)의 존엄한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는 것을 우리는 간첩 조작 사건에서 보고 있습니다.
청와대에 비정상 기능이 있다면 그것도 정상화해야 할 것입니다. 청와대의 정상화, 국정원의
해체 수준에 맞는 전면적인 개혁과 이를 위한 그 책임자들(남재준 국정원장 등)의 파면은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대통령의 책임이요
책무입니다.
국정원을 다시 살펴봅니다. 국정원은 지난 18대 대선의 과정에서 불법과 부정을
저질렀습니다. 이를 은폐 조작했던 국가기관입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과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2012년 12월 12일 대선을 며칠 앞둔 때입니다. 민주당은 경찰과 선관위에 국정원 여직원 김 모 씨의 오피스텔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한밤에
일어난 이 사건은 대선의 핵으로 다가왔습니다.
그후 대선 내내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의혹이 큰 이슈였습니다. 2012년 12월 16일
대선 후보 TV 3차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가 없는 걸로 나왔다며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경찰은 TV 토론이 끝난 직후인 밤 11시 갑자기 수사결과를 발표합니다. ‘국정원 김
씨의 댓글 흔적은 없었다. 김 씨는 무혐의’라는 것입니다. 일요일 저녁, 그것도 한밤에 무슨 재난 사고나 폭탄테러 사건도 아닌데, 경찰은 밤
11시에 수사결과를 발표했던 것입니다.
국정원은 12월 16일, 너무나 놀라운 신속성을 보여줍니다. 11시경 국정원 여직원 관련
경찰 수사 발표 후 11분 뒤에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조직적 비방 댓글’ 주장은 사실 무근이다. 국가정보기관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어떠합니까? 국정원 선거 개입에 대한 불법댓글이 2200만 개에 해당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국군 사이버사령부 역시 국정원의 지원으로 불법적인 선거 개입을 했습니다. 경찰까지 협조합니다.
권은희. 이 이름을 모르면 요새 간첩이랍니다. 국민 누나, 국민 언니, 2013년판
유관순 열사라고 합니다. 권은희 수사과장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없는 걸로 덮어서 박근혜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선거 국면을 마련해줬음을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김용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정말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없었습니까? 박근혜 후보가 국정원의 불법적인 지원, 부정한
방법 없이 정정당당하게 당선되었습니까? 우리는 철저한 조사와 해명,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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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저녁,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
만약 지난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국정원의 불법과 부정 등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진상규명을 하고 국민에게 사죄했더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간첩 조작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내란음모 사건도,
건국 이래 초유의 반민주주의 사건 통진당 해산 기도도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대선은 국가가 헌법이 정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유린한
것입니다. 명백한 불법부정선거입니다.
우리는 선언합니다. 이 나라를 민주공화국으로 세우는 길은 짝퉁 대통령 박근혜의
퇴진입니다.
권은희 수사과장이 얼마 전에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 사진에 찍힌
경찰서 현판에 이렇게 써 있습니다. “불의를 증오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정의를 사랑하지 못한다.”
오늘 독서에는 “만일 그대들이 정의로 다스리지 않았거나 율법을 지키지 않았거나 하느님의
뜻에 맞게 처신하지 않았으면 주님께서 지체 없이 무서운 힘으로 그대들을 엄습할 것이다. 권세 있는 자들에게는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지혜
6,4-5)고 합니다. 그런데 불의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 인생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정원이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국민을 협박하는 것을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습니다. 지금의 국정원을 그냥 두면 앞으로 무슨 선거인들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헌법도 무용지물입니다. 더 큰 걱정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나라는 끊임없이 추락할 것입니다.
우리는 내 인생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합니다. 내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이 사회,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헌신합니다. 우리는 더 사랑하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꿈이 있고 희망 있는 그런 세상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국정원 해체와 박근혜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할 것입니다. 나라를 사랑한다면, 민주공화국을 원한다면, 국정원을 해체하십시오. 물러나 정의를 바로 세우십시오.
밀양 할매들의 명언이 있습니다. “우리는 승리한다.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니까.”
여러분! 지금 우리는 잠자는 우리의 이성과 양심을 다시 깨워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회를 흔들어야 합니다. 촛불의 미미한 불꽃은 물론, 훨훨 타오르며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횃불까지, 그 다양한
모습이 우리의 각박한 현실에서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을 구체화시켜야 합니다.
올해로 동학농민혁명이 120주년입니다. 넘지 못한 우금치, 기필코 넘어 민주공화국
희망세상을 이룹시다. 여러분, 함께 갑시다!
문규현
신부 (바오로) 전주교구
원로사목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