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규 기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0권> 박시백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빌려 보지 않고 전권을 사서 본 만화책. 만화가 가볍다는 편견을 깬 책.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책. 10여 년간 정사 <조선왕조실록>을 탐독하고 연구한 저자의 내공이 묻어난다. 일간지 시사만화가 출신답게 조선시대를 다루면서도 현재 또한 놓치지 않았다. 남이나 북이나 지금 우리는 왕조 시대를 사는 착각이 들기에, 오늘을 대입해 읽으면 더 잘 읽힌다.
김은지 기자 <남산의 부장들> 김충식 지음 폴리티쿠스 펴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20년 만에 다시 나온 이 책은, 고리타분한 옛이야기가 아니다. 국가 정보기관이 다시 정치의 전면에 선 2013년에 읽는 중앙정보부의 과거사가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묘하게 익숙한 ‘그때 그 시절’에서 시사점을 얻게 돼, 더 열심히 읽게 된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떠났다고 생각하던 책 속의 올드보이(김기춘 등)들이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변진경 기자 <달나라 소년> 이언 브라운 지음 부키 펴냄 이보다 더 솔직하고 이기적인 모습의 육아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실제 모든 부모가 그렇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아 아빠의 일기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에게 내 아이와 이 우주의 관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송지혜 기자 <일본 전후의 붕괴> 권혁태 지음 제이앤씨 펴냄 2000년대에 나타난 일본 전후 청년의 우경화 근(近)기원을 설명한다. 1980∼1990년대의 소비사회·포스트모던·탈국가화 같은 여러 흐름에서 청년 내셔널리즘 문제를 진단했다. 역사적 사건과 자료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분석하면서 책의 가치를 더했다. 다소 묵직하지만 일본 전후 청년의 우경화를 설명하는 데 이처럼 공을 들인 책을 본 적이 없어, 꼽지 않을 수 없다.
이오성 기자 <부산은 넓다> 유승훈 지음 글항아리 펴냄 부산박물관 학예사로 일하는 서울 출신 저자가 외부인의 시선으로 부산의 문화와 역사를 살폈다. 초가집 몇 채밖에 없던 해운대가 어쩌다 부산 제1의 해수욕장이 되었는지, 부산 밀면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노래방 문화가 먼저 꽃피게 된 이유가 뭔지 등을 다양한 자료로 고증했다. 책을 덮고 나면 알게 된다. 부산이 넓은 건, 그저 땅덩이만이 아님을. 그리고 몹시 부산행 차표를 끊고 싶어질 것이다.
장일호 기자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지음 문학동네 펴냄 밑줄을 긋다 보니 거의 모든 연에 밑줄이, 그래서 책 귀퉁이를 접다 보니 거의 모든 페이지가 접혀 있었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꾀병> 일부).” 동갑내기 시인의 문재에 잠깐 질투했다. 올해 가장 많이 선물한 책.
전혜원 기자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난다 펴냄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첫 산문집. <한겨레>와 <국민일보>에 실린 칼럼을 엮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 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과거도 착취당한다’)와 같은, 평생 곱씹고 싶은 문장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차형석 기자 <이모부의 서재> 임호부 지음 산과글 펴냄 이 책의 저자는 오랫동안 출판계에서 외주 교정자로 일해왔다. 그가 알라딘 서재에 써놓은 글을 보고 여러 이름 있는 출판사에서 그에게 책을 내자고 했지만 그는 이를 물리치고 한 신생 출판사를 선택했다. 그러고서 초판 300부만 찍은 위엄이라니. 차근차근한 문체를 따라가고 있자면, 이 저자의 독서일기가 아니었다면 내가 읽고 싶었을까 싶은 책마저 읽고 싶게 만든다.
차형석 기자 <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엘릭시르 펴냄 눈에 확 들어온 국내 작가의 장르소설. 이 작가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고 영화까지 만들어진 소설을 쓴 바 있다(영화는 별로였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질주하듯이 흘러간다. 이 소설의 배경은 미국. 등장인물도 한 명 빼고는 다 외국인이다.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작가는 이 소설이 해외에 번역 출판되고, 해외에서 이 작품이 영화화되기를 원한다. 그렇게 된다면, 왠지 나도 통쾌할 것 같다.
천관율 기자 <안티프래질>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블랙 스완>으로 지성계를 뒤흔든 나심 탈레브의 최신작. 안티프래질이란 ‘잘 부서지는’이라는 뜻의 ‘프래질’에 ‘안티’를 붙여 만든 신조어. ‘충격을 받을수록 강해진다’라는 뜻이다. 기능성 음료 대신 와인을 마셔야 하는 이유부터 근대국가보다 도시국가가 우월한 이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안티프래질의 렌즈로 설명한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온 세상을 저자의 렌즈로 보고 있다.
천관율 기자 <경제 이론으로 본 민주주의> 앤서니 다운스 지음 박상훈 외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민주주의 이론, 합리적 선택 이론, 정당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우리 시대의 고전. 한동안 절판되었다가 올해 새 번역본이 나왔다. 정치를 선한 의지의 구현으로 생각하고, 사회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도덕적 지도자를 기다리고, 정당보다는 인물이 중요하다 확신하고,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는 시민으로서 직무유기라 믿는다면, 이 모든 아이디어가 왜 틀렸는지를 이 책은 멋지게 설명한다.
허은선 기자 <청춘이 사는 법> 김민수 지음 리더스북 펴냄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다면 뭘 꼭 챙겨야 할까. 일주일에 40시간 딱 채워 일하는 월급쟁이의 시급은 숫자 몇으로 나누면 될까. 집주인 허락 없이 룸메이트를 들여도 될까. 학교에서도 안 알려줌, 사장님도 안 알려줌, 집주인도 안 알려줌. 하지만 이 책은 다 알려줌! ‘마음만은 청춘’인 분들이 읽어도 유익할 만큼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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