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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가 보여준 일본의 맨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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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이 고키 의원, 최영의, 오치아이 히로미쓰(위 왼쪽부터).

                                            이들을 통해 진짜 일본을 만날 수 있다.

 

풍운아가 보여준 일본의 맨얼굴

시사INLive | 고재열 기자 | 입력 2014.03.11 09:01
김연아와 안현수 중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는 누구일까? 당연히 김연아 선수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김연아와 안현수 중에서 한국 사회의 모순을 더 잘 보여주는 선수는 누구일까? 아마 답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인터넷 매체 < 딴지일보 > 일본 특파원을 지낸 최석영씨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한국에 소개할 일본의 유명인을 골랐다.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이들이다. 재일 조선인 4명, 일본 사회의 반항아 4명, 개성적인 삶을 산 인물 4명, 명과 암이 있는 거물 4명, 이렇게 총 16명을 소개하는데 일본을 좀 안다 하던 사람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많다. 저자는 "현대 일본을 만드는 데 큰 몫을 한 사람 가운데 한국에서는 무명인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진짜 일본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시이 고키 의원, 최영의, 오치아이 히로미쓰(위 왼쪽부터). 이들을 통해 진짜 일본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일본 야구선수 중 메이저리거로 활동한 노모 히데오나 스즈키 이치로,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 등은 알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오치아이 히로미쓰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체주의' 일본 사회에 저항하며 개인주의자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폭력으로 후배들을 길들이려는 선배들에게 맞서고, 프로에서는 야구계 원로들에게 대들었던 그는 야구계의 '왕따'였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놀고 연습도 혼자 하면서 자신만의 연습 방식인 '오레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현역 시절 수위타자, 홈런왕, 타점왕을 각 5회씩 차지할 정도로 최고의 선수였지만 감독으로 선택받지 못하다가 뒤늦게 데뷔하고, 팀을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게 했지만 야구계 원로들의 견제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으로 임명되지는 못했다.

오치아이와 최동원의 공통점


이런 오치아이의 반항적인 모습을 보면 떠오르는 한국 야구선수가 있다. 바로 고 최동원씨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를 이끌면서 비주전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 애썼던 그는 구단에서 배척당하고 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나섰다가 완패하기도 했다. 오치아이의 삶과 닮아 있다. 저자는 "일본의 문제적 인물을 들여다보는 것이 재밌는 까닭은 바로 우리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흔히 '일제 잔재'가 문제라고 하는데 단순히 잔재가 아니라 유산을 그대로 전해준 일본의 본모습은 우리 사회 문제의 원형을 보여준다"라고 풀이했다.

이시이 고키의 삶도 한국 정치인들에게 교훈을 준다. 많은 한국인이 일본 역대 총리의 이름은 알아도 학생운동권 출신의 폭로 전문 일본 국회의원 이시이 고키는 알지 못한다. 1960년대 일본 대학생들의 '안보 투쟁'을 이끌었던 이시이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후로도 일본 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고발하는 데 집중했다. 운동권 출신 486 의원들이 이시이 의원처럼 치열하게 자신을 던졌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최영의(최배달)·정건영·김일·한창우 등 재일 조선인들의 이야기에서는 신화를 걷어낸다. 시대의 풍운아로서 일본 사회에 긍정 영향을 끼쳤든 부정 영향을 끼쳤든 이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았던 사람들이다. 이런 인물 위주로 다룬 것에 대해 저자는 "외국인들이 한국과 관련해 떠올릴 인물은 아마 박근혜 대통령이나 가수 싸이 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황우석·심형래 등이 일으킨 논란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이 한국을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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