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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제 이야기]중국발 초미세먼지와 생태 외교---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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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제 이야기]중국발 초미세먼지와 생태 외교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1950~60년대에 프랑스를 시작으로 관광부라는 걸 만들면서 투어리즘에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걸 음모론으로 보는 사람들은 전후 복구에 따른 장기 호황으로 늘어난 예금액으로 고분고분하지 않게 된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관광이 시작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임금은 높여주지만 해외 관광 등으로 빈털터리가 된 노동자들은 아주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 1주일에 걸친 스키 바캉스를 없애고 사람들에게 더 강도 높은 노동을 시키려고 하다가 스키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일을 더 시키겠다는 좌파 대통령에 맞서 노동자들과 스키 자본이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이 시절에는 유럽도 스키 관광에 너도나도 열을 올렸고, 그 결과 알프스가 최대의 피해자가 되었다. 2000년대가 되면서 이런 알프스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스위스 여기에 리히텐슈타인까지 참여하는 거대한 협상이 벌어졌다. 조약은 만들어졌지만 그 사이에 더욱 우파 국가로 변한 스위스가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다. 월경 오염 문제나 여러 국가에 걸친 생태 복원 같은 건 언제나 어려운 외교적 과제이다.

이번 겨울,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드디어 전면적으로 사회 문제가 되었다. 런던형 스모그, LA형 스모그, 이렇게 크게 대별해 본다면 중국은 1세기 전 런던형 스모그에 가깝다. 런던형은 겨울철 난방, LA형은 더운 여름철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만들어낸다. 이런 문제들은 자국 내에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중국에서 벌어지는 런던형 스모그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이건 전형적인 월경 오염문제의 형태이다.

유아 등 노약자들에게는 이제 겨울이 끔찍한 계절이 되었다. 여기에 공업지구의 산업 오염물질까지 섞이면 그냥 방치하기는 어려운 문제가 된다.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정부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현 정부는 남의 나라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런 입장인 것 같다. 알프스 협약처럼 여러 나라가 관여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푸는 게 생태 외교의 묘미인데, 이런 눈으로 보면 한국의 생태 외교는 아직 초보적 수준이다.


단기간에 풀기는 어렵겠지만, 예를 들면 환경 기술에 대한 기술 이전과 같은 기술적이며 동시에 경제적인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황사를 줄이기 위해서 몽골 지역에 우리가 나무를 심는 일은 고전적인 일이 되었다. 굴뚝에서의 오염 물질 저감 장치나 청정연료에 관한 각종 기술들, 여기에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감안하면 다양한 방식의 미세먼지 외교가 작동할 여지가 있다. 길게 보면, 그냥 중국에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업계의 기술 발전은 물론 새로운 생태 경제의 출발점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연료 전환이 이루어져서 적용하기 쉽지 않은 청정 석탄 방식 등 한국 업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어쩌란 말이냐, 정부가 이런 입장이면 곤란하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외교적 노력을 시작하는 건, 지금 당장 해결하라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그 노력을 지금 시작하라는 것이다. 생태 외교, 한국에는 아직 낯설지만 이제는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초미세먼지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걸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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