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작가 싼마오의 산문집. 꿈을 찾아 열정적인 삶을 살다간 '싼마오'는 중국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다. 유랑을 하듯 자유롭게 살며 삶의 자취를 글로 남겼다. 그녀는 사하라 사막에서의 기상천외한 신혼생활을 담백하고 위트 있게 그려낸 첫 작품 <사하라 이야기>가 호평을 받은 이래,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싼마오는 스페인 남편과 사막에서 결혼하고, 독특하고 정겨운 사하라 이웃들과 신혼생활을 꾸려간다. 황량한 사막에서 알콩달콩 사랑을 이끌어가던 싼마오와 남편 '호세'는 서사하라의 정세가 불안정해짐에 따라,결국 정든 사막과 친근한 이웃들을 뒤로 하고 카나리아 제도로 이사를 가게 된다.
이 책에는 사하라 사막과 아름다운 화산섬 카나리아 제도를 배경으로 싼마오, 호세 부부가 겪었던 일들을 담백하고 위트있게 그려냈다. 그곳에서 겪은 독특한 체험을 자유로우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서사하라의 독립을 외치는 유격대, 사막의 노예 등 낯선 이국땅에서 만들어가는 소중한 이들과의 인연과 삶의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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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하라가 전란에 휩싸이게 되자, 싼마오와 호세는 사하라 사막을 떠나 카나리아 군도에 가서 살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편 호세가 몇 년 후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 후 싼마오는 대만으로 돌아와 문화대학에서 문학 창작을 가르치는 한편 활발한 집필활동을 펼쳤다. 1991년 4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여성 작가 싼마오의 예술혼과 자유로움을 향한 열정은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길 위의 사람들
벙어리 노예
영혼을 담는 기계
이름 없는 중사
흐느끼는 낙타
카나리아 제도 유람기
어느 낯선 사람의 죽음
털보와 나
작가의 말 - 속세의 인연
사막을 사랑한 여자와 바다를 사랑한 남자....
『사하라 이야기』의 호기심과 열정 가득한 부부 싼마오와 호세!
그들이 전하는 반짝이는 자유와 소박한 행복,
그리고 낯선 땅에서 만난 잊지 못할 인연들의 이야기.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막을 꿈꾸게 만든 대만 작가 싼마오의 산문집. 스페인인 남편 호세, 독특한 사하라 이웃들과 함께하는 기상천외한 사막 신혼기를 그린 『사하라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되는 책이다.
서사하라의 정세가 날로 복잡하고 불안해져 가는 중에, 싼마오와 호세는 결국 정든 사막을 떠나 카나리아 제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게 된다. 광대하고 신비로운 사하라 사막과 대서양의 아름다운 화산섬 카나리아 제도를 배경으로, 서사하라의 독립을 외치는 유격대, 스페인 주둔군, 사막의 노예, 의지가지없는 병든 노인 등 이웃들과 겪어 가는 삶의 애환을 솔직담백하고 따뜻하게 그려 내고 있다.
황야에 나 있는 단 하나의 아스팔트 길을 나는 날마다 지나간다. 죽은 듯 고요한, 생명도 없고 슬픔이나 즐거움도 없는 듯한 길이지만, 사실 그 길도 세상 어느 길이나 마찬가지로, 좁은 길이나 굽은 길이나 마찬가지로, 자기의 길손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느릿느릿 흐르는 세월을 오고 간다.
--250쪽, 「길 위의 사람들」 중에서
사진기로 지구상에서 가장 광대한 사막을 어찌한다는 일은,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도저히 내가 기대하는 수준에 이를 수가 없었다. 수없이 사막에 다녀온 후에야 비로소 이 사실을 깨달은 나는 주제넘은 원대한 계획을 접고 몇 가지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사람을 찍자! 나는 사람이 좋아."
--59쪽, 「영혼을 담는 기계」 중에서
아이는 엄마 품에서 활기차게 꼼지락거리다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떠들기 시작했다.
"유격대가 호세를 죽여라, 싼마오를 죽여라."
"이런 죽일 놈!"
커바이는 아이를 엎어 놓고 때리려 했다. 순박한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때리면 뭐해요. 애가 뭘 알아요?"
나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커바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나를 흘깃 보고는 금방 고개를 떨어뜨렸다.
"어디 사람인지 가르지 말아요! 우리는 모두 무라나(신)의 자식이잖아요!"
--117쪽, 「흐느끼는 낙타」 중에서
대자연의 경치도 나를 뒤흔들었지만 작은 마을에서 쉬어 갈 때마다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행의 즐거움은 더욱 커졌다. 만약 이 세상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곳일지라도 나를 사로잡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있기에 세상에는 재미와 생기가 넘친다.
--180쪽, 「카나리아 제도 유람기」 중에서
호세는 왜 바다 밑에서 일하는 직업을 선택했을까?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호세는 바다를, 사람이 없는 바다 밑의 세계를 열렬히 사랑했다. 호세는 세상에서는 쓸쓸하고 서글퍼도 물속에서는 즐겁다고 말하곤 했다. 이번에 라그라시오사에서 잠수하는 것은 그의 마음속 염원을 따른 것이었다.
--182쪽, 「카나리아 제도 유람기」 중에서
이따금 찾아드는 고독은, 나라는 인간에게는 대단히 소중한 것이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다 열지 않았다. 호세는 내 마음속의 방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고 심지어 한자리 차지하기도 했지만, 나는 나만의 구석자리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것, 나 혼자만의 것이었다. 결혼도 그 구석자리를 없앨 수는 없었고, 나의 동반자에게 전부 열어 보일 필요도 없었다. 그가 아무 때나 뛰어들어 소란을 피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216쪽, 「털보와 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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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사랑한 싼마오가 살아온 이야기, 《흐느끼는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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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에 이은 싼마오 님 두 번째 산문모음 《흐느끼는 낙타》를 읽습니다. 《사하라 이야기》를 읽던 때와 마찬가지로, 자유롭지 못한 넋이라면 죽은 목숨이라고 여기고 있구나 싶은 싼마오 님 이야기책은 중국에서 스물여섯 권짜리 전집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몇 권쯤 더 옮겨질 수 있을까요.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언론매체에서는 하나도 안 다루어 주지만, 책 좋아하는 이들은 입소문으로 퍼뜨리고 나누면서 새로운 싼마오 님 문학이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이와 같은 흐름은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가게 될까요.
.. 그는 석상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음료수를 조금 마시고 자기가 가져온 마른 빵을 먹었을 뿐, 다른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팔짱을 낀 채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벙어리 노예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일어나서 손짓을 했다. "화내지 말아요. 집에 가져가서 아내랑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어서 안 먹었어요." … 그는 내가 봉투에 음식을 담는 것을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움과 기쁨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보고 나는 울컥했다 … 사소한 음식을 얻고도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 벙어리 노예는 자신의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틀림없었다. 분명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을 것이다 … 벙어리 노예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자기의 피부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그는 또 미소를 지으며 자기의 가슴을 가리켰고, 새를 가리키며 날아가는 시늉을 했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내 몸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내 마음은 자유로워요." .. (46, 50쪽)
《사하라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싼마오 님이 남달리 사막을 사랑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산문모음 《흐느끼는 낙타》를 읽으며, 싼마오 님은 사막뿐 아니라 섬도 사랑하네 하고 생각합니다. 다만, 도시는 사랑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싫어하거나 꺼려하지 않으나, 복닥이는 사람물결은 반가워하지 않을 뿐더러 멀리멀리 떨어지고자 합니다. 전기제품을 쓰고 자동차를 몰지만 이런 물건을 쓰기도 할 뿐이지, 이런 물건에 매이지 않습니다. 아무런 물건 없이 얼마든지 살림을 꾸리고 어떠한 물질을 두 손에서 놓더라도 홀가분합니다.
이웃사람은 모두 꺼리고 놀리고 들볶는 사막 노예한테 처음으로 말을 걸며 동무로 사귀는 싼마오요, 싼마오네 남편 호세입니다. 노예 몸을 자유롭지 못하고 얽어맨 이들은 한껏 자유를 누리는 듯하지만 외려 마음은 갇혀 있을 뿐이고, 몸이 갇혀 있어도 마음은 누구보다 자유로운 노예한테 삶을 배우고 슬기를 듣는 싼마오요, 싼마오네 남편 호세입니다. 이 둘은 그 무엇으로도 서로를 옭매지 않는 가운데, 둘레 다른 사람을 옭매고픈 마음이 없는 한편, 사회나 나라가 사람을 옭매는 일을 거스릅니다.
.. 스페인 정부가 이곳(그란카나리아 섬)을 자유항으로 개방한 이후로 가전제품, 사진기, 시계 등 무거운 세금이 부과된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거리거리 가득 늘어섰다. 난잡한 도시는 꼭 홍콩 같은 분위기였고, 벌떼처럼 거리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로 복잡하고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언젠가 대만 어업계의 대가 추 선생에게 그란카나리아 섬의 인상이 어떤지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어선 일로 해마다 몇 번씩 이곳을 다녀갔는데, 이렇게 대답했다. "개성이 없어요. 아주 조잡하고. 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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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싼마오며 호세며, 그리고 또다른 숱한 '싼마오와 호세' 들은 저마다 다 다른 삶임을 깨닫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다르고 네가 다른 삶임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름을 아니까 껴안을 줄 압니다. 다름을 알기에 사랑할 줄 압니다. 다름을 알고 있으므로 어깨동무할 줄 압니다. 다름을 알려 하니 기꺼이 손길과 눈길을 내밉니다.
다름을 모를 때 어깨동무를 못합니다. 다름을 모르는 가운데 사랑이란 없습니다. 다름을 모르면서 믿을 수 없고, 나눌 수 없으며, 함께할 수 없습니다. 다름을 모르니 막개발이 이루어지고, 다름을 짓밟으니 독재자가 일어서며, 다름을 내리누르니 군사쿠테타가 일어납니다.
다름을 깨닫는 어른이라면 아이들한테 입시지옥을 선물하지 않습니다. 다름을 깨달은 어른이라면 돈바라기 정치나 경제를 펼치지 않습니다. 다름을 깨달으려는 어른이라면 지식으로 권력을 세우지 않습니다.
산 사람이 되고자 하니 서로 다른 길을 걷습니다. 산 넋이 되고자 하니 서로를 꾸밈없이 맞아들입니다. 죽은 사람이 되었기에 서로 똑같이 되려는 겨루기를 하면서 1등으로 올라설 꿈을 키웁니다. 죽은 넋이 되었기에 서로서로 겉치레와 겉꾸밈으로 뭔가 돋보이거나 남달리 보이려고 애쓰고 맙니다.
.. 낯선 곳에 갔을 때 그곳 사람들과 완전히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마구 사진을 찍어대는 것은 무례한 짓 같아서 사진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 (62쪽)
자유를 사랑했기에 사막을 사랑한 싼마오입니다. 평화를 사랑했기에 섬을 사랑한 싼마오입니다. 평등을 사랑했기에 아름다운 사람을 찾고 만나고 어울리며 스스로도 아름다워지고자 한 싼마오입니다.
[출처] 싼마오, 《흐느끼는 낙타》|작성자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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