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탈학교 아이들이 학교를 '싫지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28일 국민일보 취재팀이 아이들에게 "학교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부탁하자 각종 수식어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광주의 한 고교를 자퇴했다가 학업중단 숙려제를 통해 반 년 만에 학교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김모(18)군은 "학교는 화장실"이라고 정의했다. 김군은 "생리현상을 처리하러 귀찮아도 화장실에 가야 하듯 학교 또한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서 아주 내쳐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해 학교로 되돌아온 경우다. 김군은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아서 그냥 다닌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자퇴 직전 "최소한의 교육과정을 졸업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교사의 충고에 마음을 돌린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뛰쳐나온 이모(18)군은 아직 학교에 대한 애증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학교는 엄마 같은 존재"라면서 "있으면 짜증나는데 없으니까 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미처 친해지지 못한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볼 걸, 조별과제도 좀 더 열심히 해볼 걸 싶어 후회스럽다"면서도 "다시 학교로 돌아갈 마음은 없다"고 했다. 학교가 그립지만 자신이 끔찍이도 싫어했던 학교생활에 다시 적응해 나갈 엄두는 못 내는 듯했다.
광주에 사는 류모(16)양도 "학교는 엄청 싫은데 가끔 그리운 아빠 같다"고 했다. 류양은 2010년 1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다. 류양은 "아빠랑 정말 자주 싸우는데 용돈 같은 건 막상 아빠가 다 챙겨준다"면서 "아빠와도, 학교와도 영원히 관계 회복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을 견디지 못해 자퇴한 아이들은 학교를 '공부만 하는 곳'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강원도에서 학교를 다니다 지난해 4월 자퇴한 정모(17)군은 "학교는 지루한 곳"이라고 일축했다. 정군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공부만 하니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가 모두 지루했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정군은 자퇴 이후 가장 좋은 점으로 '자유'를 꼽았다. "방해받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울산에 사는 전모(19)군은 아예 "학교는 공부"라고 답했다. 드러머가 꿈인 전군은 획일적인 학교 공부를 견디지 못해 나왔다고 했다.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자살기도까지 했던 전군에게 학교는 전혀 '쉼터'가 돼 주지 못했다.
일반학교에 적응하진 못했지만 공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를 인식하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부산의 한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배모(19)양은 "학교는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곳"이라고 응답했다. 배양은 "학교는 내가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성격과 말투, 버릇 등을 고칠 수 있게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특별취재팀=이영미 정승훈 차장, 이도경 김수현 정부경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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