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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학교이탈 청소년 40명 심층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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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무맨 2014. 1. 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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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학교이탈 청소년 40명 심층 인터뷰

국민일보 | 입력 2014.01.06 02:28
가정 폭력·부모 이혼 등 아픈 상처가 실타래처럼 얽혀

지난해 4월을 기준으로 초·중·고교를 떠난 아이들은 6만8188명이었다. 2만8000여명은 교실로 복귀했지만 나머지 4만여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1%쯤에 해당하는 숫자다. 매일 200명(수업일수 200일 기준) 정도가 학교 울타리 밖으로 사라진 셈이다. 흩어진 아이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 최고의 경쟁사회인 한국에서 탈락한 1%는 금세 잊혀졌다. 교사는 교실 안 아이들만으로도 벅찼고, 교육제도는 학생이 아닌 아이들을 돌볼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불량품'으로 버려진 아이들에게 미래를 꿈꿔볼 두 번째 기회는 허락되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9∼12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전국의 10대 4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일부 청소년에 대해서는 추가 대면·서면 질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2∼3개월 추적 조사도 병행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왜 학교를 그만두는지, 그 과정에서 가정·학교·사회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21세기 아이들의 눈에 비친 학교는 어떤 곳이었는지에 대해 들었다.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질문에 대한 답이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본보는 매주 월요일 1회씩 모두 10여회에 걸쳐 아이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상습적인 부단 결석·가출 학업 중단 전조신호

국민일보가 인터뷰한 '학교이탈 청소년' 40명 대부분은 3∼6가지 문제가 중첩돼 학교를 그만뒀다(표 참조). 이혼·구타 같은 가정문제는 학교로 이어지고, 다시 가출·일탈행동 같은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 증폭되는 악순환 속에서 고통 받다가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을 한 것이다. 학업을 전면 중단하기에 앞서 상습적인 무단결석과 가출로 부모나 교사에게 이상신호를 보내는 것도 특징이었다. 학교를 나간 아이들을 찾아내는 것은 힘들었다. 위기학생을 위한 위탁교육 기관인 위(Wee)스쿨과 대안학교 등을 방문하거나 야밤에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했다. 학교를 그만둔 가출청소년을 만날 확률은 신림역이나 도봉역 등 서울 지하철역 주변의 패스트푸드점과 24시간 카페에서 가장 높았다. 새벽녘 허름한 운동복에 슬리퍼를 끌고 나타난 아이들은 십중팔구 가출하고 학교를 그만둔 10대였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들=거리를 떠도는 아이들 중에는 취재팀과의 인터뷰 약속을 어기고 잠적하거나 전화기를 끄고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잦았다. 휴대전화 절도 등으로 먹고살았다는 가출 2년차 안모(19)군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조차 안군의 소재를 몰랐다.

인터뷰에 제대로 응한 인원은 남자 25명, 여자 15명뿐이었다. 학교를 그만둔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3까지 다양했으며 학교를 안 다닌 기간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6년까지 있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17명, 부산·대전 7명, 광주 5명, 강원 2명, 경북·경남 1명이었다. 거짓말을 꾸며내는 아이들도 많았다. 따로 살고 있다던 서울의 홍모(17)군 어머니는 아버지의 상습 구타로 가출한 지 오래됐다. 홍군 역시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가출을 반복했다. "(홍군이) 또래들 사이에서 피해자로 인식되는 것을 꺼려 거짓말을 자주 꾸며낸다." 상담교사의 귀띔이었다. ◇집→학교→다시 집으로 꼬리를 물며 커지는 상처들=인터뷰한 아이들 중 무려 3분의 1이 넘는 16명은 부모로부터 구타나 욕설, 방임 등 학대의 경험이 있었다. 술 마시고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와 학교까지 그만뒀다는 전모(17)군. 프라이팬부터 망치, 드라이버까지 아버지는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들어 그를 때렸다. 망치에 머리를 맞고 응급실에 실려간 날, 아버지는 전군에게 "의사에겐 계단에서 굴렀다고 하라"고 말했다. "술 깬 뒤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더 괘씸해요." 전군이 아버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전부였다. 40명 중 절반이 넘는 22명은 편부·편모·조손가정 출신이었다. 이유는 대부분 이혼이거나 부모 한쪽의 가출이었다. 경제적 요인이 학교를 그만둔 원인 중 하나였다고 답한 9명 가운데 5명도 부모가 모두 없거나 한쪽만 있는 가정 출신이었다. 가정폭력과 가난, 부모의 이혼 및 가출 같은 조건들이 실타래처럼 꼬인 아이의 삶은 학교를 그만두기 전부터 이미 힘겹고 복잡한 것이었다. 새아버지와 싸운 뒤 가출해 1개월 가까이 찜질방과 모텔, 길거리를 전전한 이모(17)양. "몸이 아파서 급하게 병원에 갔고 친구가 돈을 내줬다. 미안해서 집에 있는 돼지저금통에서 3000원을 꺼내 줬는데 엄마와 새아빠가 '도둑년'이라고 몰아붙여서 나왔다"고 했다. 이양 역시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의 이혼 후 아버지와 살다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고1의 문턱에 걸려 넘어지는 아이들=대학이 목표가 아닌 아이들에게 고교 진학은 결정적인 '문턱'이었다. 인터뷰한 아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19명이 고1 때 학교를 떠났다. '고1효과'라고 불러도 좋을 대규모 이탈이다. 이유는 자명해 보였다. 이 시기 대입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학업 부담은 급증했다. 의무교육 기간이 종료돼 학교를 그만두기 용이해지는 탓도 컸다. 대입에 몰두해야 하는 고교 교사들이 '버린' 아이들은 '알아서' 학교를 떠났다. 아이들의 답변도 비슷한 그림을 보여줬다. 학교폭력 가·피해자 혹은 또래집단 갈등으로 학교를 그만둔 인원(24명)이 진로·진학 실패를 원인으로 꼽은 아이들(20명)보다 많긴 했다. 하지만 학교이탈의 가장 중요한 이유에 집중하면 다른 답이 나온다. '진로·진학 실패'를 꼽은 아이들은 17명으로 교우관계(10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래갈등이 아이들의 고민거리이긴 하지만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밀어내는 결정적 힘은 역시 '진로·진학 실패'였다. 40명 중 27명은 학교를 그만두기 전 무단결석과 가출을 반복함으로써 주변에 '구조신호'를 보낸 공통점이 있었다. 글·사진=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특별취재팀=이영미 정승훈 이도경 김수현 정부경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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