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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

숲에 관하여/숲, 평화, 생명, 종교

by 소나무맨 2014. 1. 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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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12월 '라광야'전시를 위한 설명회에 참석한 박노해.(사진=왕진오 기자)

 

사진으로 쓴 시, 박노해의 '다른 길' 일상의 위대한 경이 포착

cnbnews왕진오 기자⁄ 2014.01.24 10:43:42

 

[서울=CNB]왕진오 기자= '노동의 새벽'의 시인이자 80년대 혁명의 아이콘이었던

 

박노해(본명 박기평, 57). 자유의 몸이 된지 14년째 세상과의 색다른

 

만남을 펜이 아닌 사진으로 선보이며 '빛으로 쓴 시'(라광야사진전,

 

2010년)를 통해 중동지역 평범한 소시민의 애잔한 삶을 렌즈에 담았고,

 

이제 티베트, 라오스, 파키스탄, 버마, 인도네시아, 인디아 등에서

 

기록해온 이미지들을 통해 '다른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오는 2월 5일부터 3월 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다른길, 박노해 아시아 사진전'은 눈물 젖은 땅이었으나 그 슬픔의 힘으로

 치유하고 소생하는 강인한 생명의 땅이자 영혼의 대지인 아시아를 보여준다.


지난 3년 간 아시아 전역을 기록한 흑백 필름 사진은 무려 7만여 컷으로

이 중 엄선된 120여 컷의 작품이 정통 흑백 아날로그 인화로 선보이는 것이다.


 

파도 속에 심은 나무가 숲을 이루다. Ulee Lheue village, Banda Aceh, Sumatra, Indonesia, 2013. ⓒ박노해

▲ 파도 속에 심은 나무가 숲을 이루다. Ulee Lheue village, Banda Aceh, Sumatra, Indonesia, 2013. ⓒ박노해

 


고난과 성취의 역동적인 한국 역사의 현장을 온몸으로 뚫고 나온 그는, 민주화 이후 16년간 '다른 삶'의 길을 찾아 유랑길을 걸어왔다. 그가 찾아가는 현장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박노해는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마을과 사람들 속으로 걸어가, 70억 인류 중에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토박이의 삶과 대지의 노동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그의 사진 속 아시아는 '눈물의 땅'아시아도 아니며, 막연한 그리움과 신비화된 '오리엔탈'의 아시아도 아닌 전혀 새로운 모습니다. 아픈 역사를 품고 정직한 절망 끝에 길어올린 '희망의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다.


그에게 아시아는 '좋은 삶의 원형'이자 '희망의 종자'가 남겨진 땅이다. 서구 중심의 '성장과 진보'의 세계관을 넘어선 대안 혁명의 세계관을 오랫동안 모색해온 그는 아시아 토박이 마을 삶 속으로 들어가 마지작 남은 희망의 종자를 채취하듯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나날이 새롭게'. Langmusi, Amdo Tibet, 2012. ⓒ박노해

▲ '나날이 새롭게'. Langmusi, Amdo Tibet, 2012. ⓒ박노해

 

이번 전시는 유럽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대형 흑백 아날로그 인화 작품'을 다시 한 번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흑과 백의 계조만으로 뜨겁고 찬연할 수 있으며, 그 나라의 색감을 보여주기 위해 엄선한 몇몇의 칼라 작품은 눈이 시릴 정도다. 또한 모든 흑백 사진의 필름 테두리는 '노 트리밍'의 증거로, 치열한 현장에서 이루어낸 결정적 구도 미학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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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 사진전은 박노해 시인이 지난 3년간

아시아 전역을 유랑하며 찍어온 사진 7만여 컷 중 엄선한 120컷의 사진과

시인이 직접 쓴 사진 캡션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사진전입니다.

티베트, 인도네시아, 라오스, 파키스탄, 버마, 인디아까지

우리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전시 기간 | 2014년 2월 5일 - 2014년 3월 3일 (휴관일 없음)

관람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8시 30분 (입장 마감은 8시까지)

전시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지하 1층 (문의 02 734 1977)

관람 요금 | 성인 5,000원 학생 3,000원 (상세 내용 확인)

*작가의 뜻에 따라 수익금은 지구마을 이웃들을 위한 평화나눔활동에 쓰입니다



 



인류 정신의 지붕인 땅 티베트에서부터

깨끗한 '밥'과 불심의 '꽃'의 나라 버마를 거쳐

두 얼굴을 지닌 인디아까지.

아시아 6개국의 생활과 풍경을 사진으로 만나고

그 나라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깊이있게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지구시대 유랑자' 5불 카페 가족분들에게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5불당 세계일주클럽 가족분들 중 50분(1인 2매)을 <다른 길>전에 초대합니다.

댓글로 참여의사를 밝혀주시면 선착순 50분께 초대권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다른 길에서 뵙겠습니다.




<대표 작품>

PAKISTAN 내 마음에 만년설산 하나 품고

지구상에서 빛나는 만년설 봉우리를 가장 많이 품고 있는 나라.
만년설은 흘러내려 인더스 문명의 시원을 이루었고 위대한 간다라 문명을 꽃피웠다.
예전에는 천국이라 불리던 땅, 지금은 지옥이라 불리는 땅.
폭음과 불안과 긴장음이 흐르는 ‘국경의 운명’과 홍수와 지진의 재난,
13여 년에 걸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까지 더해
어디에도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슬픈 파키스탄.
그러나 모든 것이 무너져도 영혼이 무너지지 않는 한
결코 무릎 꿇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높고 춥고 험난한 땅에서도 굳센 인내심으로 노동하고 기도하고,
자급자립의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
나 또한 어둠이 내려와도 빛나는 만년설산 하나 가슴에 품고 가야 하리.



 

<짜이가 끓는 시간>

하루에 가장 즐거운 시간은 짜이가 끓는 시간.

양가죽으로 만든 전통 풀무 마시키자로 불씨를 살리고

갓 짜낸 신선한 양젖에 홍차잎을 넣고 차를 끓인다.

발갛게 달아오른 화롯가로 가족들이 모여들고

짜이 향과 함께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Barsat village, Gaguch, Pakistan, 2011.



<구름이 머무는 마을>

눈부신 만년설산의 품에 안긴 작은 마을.

이곳은 너무 높고 너무 춥고 척박한 땅.

구름도 고개 돌려 잠시 머물다 길을 떠난다.

손수 지은 흙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부부는

“나라와 부모를 선택해 태어날 수는 없지요.

사람으로서 ‘어찌할 수 없음’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찌할 수 있음’은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화롯불을 피워 따뜻한 차와 미소를 건네고

가슴에 만년설 봉우리 하나 품고 가라며

빨간 사과 한 보따리를 안겨 주신다.

Nasirabad village, Northern Areas, Pakistan, 2011.




INDONESIA 신생新生을 부르는 화산의 선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산이 있는 ‘불의 땅’ 인도네시아.

화산은 두려움과 동시에 비옥한 대지라는 위대한 선물을 준다.

최고의 커피인 ‘아체 가요 마운틴’의 향기가 흐르는 나라,

최대의 열대산림이 숨쉬는 아시아의 허파, 1만 8천여 섬들이 별처럼 수놓아진 나라.

이 풍요로운 땅에서 다양한 민족들이 어우러져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가 살아간다.

식민지배에서부터 군부 독재, 소수민족의 독립운동까지 격동의 역사가 흘러갔지만,

대지에 뿌리박은 야생의 힘으로 깊은 상처만큼 강인한 재생의 힘을 간직하고 있다.

재앙만 같은 화산 폭발이 신생의 대지를 선물하듯,

시련을 딛고 나만의 길을 찾아갈 때 걸음마다 ‘불꽃의 만남’이 이루어지리라.

 



<화산의 선물>

세계에서 화산火山이 가장 많은 나라

인도네시아는 풍요로운 ‘불의 땅’이다.

화산은 두려움과 선물을 동시에 준다.

화산이 폭발한 자리에 탄생한 비옥한 대지는

혁명 같은 격동이 준 위대한 선물이다.

“우리는 화산의 선물로 살아가고 있으니

나 또한 누군가의 선물이 되어야겠지요.”

저 높고 깊은 곳의 농부는 허리 숙인 노동으로

이 무너지는 세상을 묵묵히 떠받치며

자신의 등을 딛고 인류를 오르게 하는

빛의 디딤돌만 같다.

Sukapura village, Probolinggo, East Java, Indonesia, 2013.



<파도 속에 심은 나무가 숲을 이루다>

2004년, 쓰나미가 아체 주민 수십만 명을 쓸어갔을 때

울렐르 마을Ulee Lheue은 가장 먼저 해일이 덮치고

가장 처참히 파괴된 거대한 폐허의 무덤이었다.

당시 울렐르 마을의 스물다섯 살 청년 사파핫은

손가락만 한 나무를 홀로 바닷물 속에 심고 있었다.

“이 여린 바까오 나무가 지진 해일을 막아줄 순 없겠지요.

하지만 자꾸 절망하려는 제 마음은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요.”

무릎을 꿇고 나무를 심던 사파핫은 끝내 파도처럼 흐느꼈다.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나는,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가느란 바까오 나무가 파도 속에 자라나 숲을 이루었고,

그는 오늘도 붉은 노을 속에 어린 바까오를 심어가고 있었다.

절망의 바닥에서 자라나지 않은 것은 희망이 아니지 않느냐고,

파도는 끝이 없을지라도 나는 날마다 나무를 심어갈 것이라고.

Ulee Lheue village, Banda Aceh, Sumatra, Indonesia, 2013.




 

INDIA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극단의 두 얼굴을 지닌 땅 인디아. 히말라야 만년설산과 라자스탄 사막이 동시에 펼쳐지고,

첨단 IT산업의도심에 느릿느릿 암소가 걸어가고,

아쉬람의 고요한 명상 속에 카슈미르에서는 계엄군의 총성이 울리고,

핵무기를 갖고 성장 질주를 하지만 최악의 카스트인 불가촉천민과 빈민들이 신음하는 나라.

하늘과 땅 사이의 광활한 대지 위에 너무도 다양한 삶들이 굴러간다.

그 모든 걸 지탱하는 건 75%에 달하는 농민들, 위대한 여성 농민들이다.

성스러움과 더러움을 모두 품고서도 자신이 가야 할 곳을 향해

유장히 흐르는 저 갠지스 강물처럼, 우리의 삶도 굽힘 없이 흘러가기를.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가장 높은 히말라야 만년설산에서 흘러와

가장 낮은 평원까지 젖 물려주는 인디아의 강.

바라나시로 순례를 가는 붉은 사리 옷의 여인들과

흙먼지 묻은 흰옷의 사내들이 강물을 만나자

발길을 멈추고 땀을 씻고 빨래를 한다.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부디 서두르지도 말고 게으르지도 말아라.

모든 것은 인연의 때가 되면 이루어져 갈 것이니.

River Betwa, Orcha, Madhya Pradesh, India, 2013.



<물 항아리 머리에 인 여인의 걸음>

물 항아리 머리에 인 여인의 걸음으로 깨어나는 인디아의 아침.

묵직한 물 항아리를 이고 걸으면 등허리와 목선이 곧게 펴지고

단전에서부터 온몸에 기운이 차오르는, 최고의 일상 요가가 된다.

인디아 여성의 늘씬한 몸매와 우아한 자태는

날마다 물 항아리를 이고 걷는 노고의 선물인 것만 같다.

고귀한 것은 늘 무거운 것, 고귀한 짐을 아름답게

이고 지고 가는 자가 고귀한 사람인 것을.

Patha Karka village, Uttar Pradesh, India, 2013.




LAOS 저 높고 깊은 곳의 농부들 산과 물의 나라 라오스.

메콩 강줄기가 여명의 숨을 쉬면 짙은 운무 속에 푸르스름한 산맥이 장엄하게 일어선다.

고르게 가난하기에 오히려 아름다운 풍경과 순박한 심성을 지켜온 나라.

오렌지빛 가사를 입은 승려들의 탁밧 행렬이 불자들의 가슴에 아침 태양을 떠오르게 하는 나라.

그러나 라오스는 세계 최대의 불발탄이 ‘전쟁의 슬픔’으로 묻혀 있는 대지이기도 하다.

라오스의 고산족들은 오늘도 가파른 화전밭에 서서,

인류를 먹여 살릴 한 뼘의 농지를 맨손으로 넓혀가고 있다.

자신의 길을 걷다가 한계에 부딪혀 돌아서고 싶을 때,

꾸역꾸역 너의 지경地境을 넓혀가라고 격려하는 저 높은 곳의 농부들을 만나,

다시 살아갈 힘을 건네받기를.

 



<아카족 마을의 햇살 학교>

지도에도 없는 깊은 산 속의 아카족 마을.

고운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하나둘씩 짝을 지어 학교에 모여든다.

선생님은 아이를 등에 업은 동네 이모다.

아빠들이 짜준 나무 책상에 하나뿐인 책을 놓고

재잘재잘 웃음꽃을 피우다 공부 삼매경에 빠져든다.

누가 공부 잘하냐고 물어보자 서로 어리둥절하다가

“다 잘하는데요. 이 친구는 셈을 잘하구요

저 오빤 나무 타고 과일을 잘 따구요

얜 물고기를 잘 잡구요 전 노래를 잘해요.

아참, 저 이쁜 언니는 최고의 날라리래요.”

Akha Phixor village, Ban Phapoun Mai, Phongsali, Laos, 2011.



<아침을 깨우는 부엌 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고산족 마을의 아침은

어머니가 피우는 불빛으로부터 시작한다.

불을 피워 물을 끓이고 밥을 짓기 시작하면

가족들이 깨어나 모여들어 언 몸을 녹인다.

햇살이 길게 비추면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아침밥을 먹고 담소를 나눈 뒤 일터로 간다.

사랑은 자신을 불사르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빛이 있다.

 

순수한 헌신만큼 맑은 빛이 있다.

Akha Phixor village, Ban Phapoun Mai, Phongsali, Laos, 2011.




BURMA 깨끗한 ‘밥’과 불심의 ‘꽃’

세계 최장기 군부 독재의 총칼 사이로 피어나는 미소의 나라.

그러나 굳게 닫혀있던 아시아의 마지막 빗장이 풀리자,

버마에는 지금 느슨해진 독재권력의 자리에 더 무서운 자본 독재가 들어서고 있다.

‘폭풍 변화’ 앞에 흔들리는 민초들의 삶은 그럴수록 더 뿌리 깊은 마음의 힘을 품어간다.

가난 속에서도 소득의 1/10을 들여 아침마다 불전에 꽃을 바치는 사람들.

사람은 밥이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영혼이 없는 밥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미소로 환대하는 사람들.

고난 속에서도 인간의 신비를 비춰주는 ‘아웅더비 버마’-새 희망의 버마.

그 순수한 미소와 빛나는 슬픔의 힘으로

 

우리의 ‘밥’에서도 ‘꽃’이 피어나는 대지의 노래가 울리기를.


 


<노래하는 호수>

‘버마의 심장’이라 불리는 인레 호수는

고원 지대에 자리한 ‘산 위의 바다’이다.

푸르스름한 물안개 속에 태양이 떠오르면

인레 어부들은 고요한 호수 위를 걷듯

가만가만 두 발로 노를 저어간다.

인레 호수의 고기잡이는 천지인天地人이 하나 되어

이뤄내는 부드럽고 치열한 떨림의 몸짓이다.

자연이 길러준 것을 오늘 하루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깨끗한 노동은 감사한 밥이 되고 평정한 영혼이 된다.

작은 그물을 당겨 은빛 물고기를 거두어 받는 시간,

어부의 노동은 우아한 춤이 된다.

Lake Inle, Nyaung Shwe, Burma, 2011.



<노래하는 다리>

인레 호수 마을과 고산족 마을을 이어주는

이 나무다리는 매년 우기 때마다 휩쓸려 나간다.

장마가 끝나면 여러 소수민족이 함께 모여

다시 다리를 세우고 잔치를 벌인다.

해마다 새로 짓는 나무다리의 역사를 따라

서로의 믿음 또한 시간의 두께로 깊어진다.

오늘도 이 다리를 오가는 다양한 발걸음들은

마치 오선지 위에 어우러진 음표들처럼

가슴 시린 희망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

‘함께하는 혼자’로 진정한 나를 찾아

좋은 삶 쪽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게는

분명, 다른 길이 있다.

Lake Inle, Nyaung Shwe, Burma, 2011.




TIBET 남김없이 피고 지고

‘인류 정신의 지붕’ 티베트. 야크 유목과 보리 농사와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인들의 ‘삶의 세 기둥’이다. 1950년 중국에 강제 점령된 후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고,

급속한 개방에 저항도 전통도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무언가 급속히 열리면 무언가 급속히 무너진다.

그럼에도 인간이 사는 가장 높은 곳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로

오체투지 순례길을 걸어가는 티베트인의 모습은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선물 받은 하루의 생을 다 소멸시키며, 텅 빈 충만의 정신적 풍요를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이 지상에 잠시 천막을 친 자, 삶도 초원의 꽃처럼 남김없이 피고 지고,

하루하루 사랑으로 나를 살라가는 생의 도약을 이루기를.



<남김없이 피고 지고>

야크 젖을 짜던 스무 살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러 천막집으로 들어간다.

“나는 이 지상에 잠시 천막을 친 자이지요.

이 초원의 꽃들처럼 남김없이 피고 지기를 바래요.

내가 떠난 자리에는 다시 새 풀이 돋아나고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겠지요.”

충만한 삶이란, 축적이 아닌 소멸에서 오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 삶의 목적은 선물 받은 하루하루를 남김없이 불살라

빛과 사랑으로 생의 도약을 이루는 것이 아니던가.

Ruoergai, Amdo Tibet, 2012.



<주인을 위로하는 말>

황하가 처음으로 몸을 틀어 아홉 번 굽이쳐 흐르는

황하구곡제일만 언덕에서 관광객을 말에 태워

산정 전망대까지 데려다 주는 티베트 여인.

종일 숨찬 걸음에도 손님을 태우지 못한 모양이다.

집에서는 가족과 아이들이 기다리는데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붉은 석양이 무거워

여인은 능선에 주저앉아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오랜 동료이자 식구인 말은 손님을 태우지 못한

자신의 등이 미안해서인지 고개 숙여 주인을 위로한다.

Jiu qu huang he di yi wan, Ruoergai, Amdo Tibe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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