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독단 경계해야 존경 받는 리더 된다
중앙일보 | 입력 2014.01.21 00:07
이영관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제주도에는 미로공원이 있다. 입구에서 바라보면 그저 평범한 숲 속 정원처럼 보인다. 관광객들은 미로지도를 면밀히 살펴보며 정해진 길을 따라 걸어가야만 한다. 무작정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만다. 미로란 깊숙이 들어갈수록 빠져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탐욕 또한 깊숙이 빠져들수록 빠져 나오기 어려워진다.
세상살이도 길을 잃게 되면 그동안 이뤄 놓은 업적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애인이 있으면서 또 다른 애인을 사귀게 되면 사랑의 진정한 맛을 잃기 쉽고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 몰래 애인을 사귀게 되면 파멸의 미로에 갇히기 쉽다. 물욕과 성적 탐욕을 뛰어넘고 권력욕과 명예욕에 집착하는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세상살이는 아는 만큼 보이게 되며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질수록 세상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빛을 발하게 된다.
백제의 의자왕하면 삼천궁녀가 떠오른다. 수많은 미인들을 궁에 불러들여 향락생활을 즐기다 보니 나라의 재정은 악화됐고 임금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치마폭에 싸여 쾌락적인 욕망의 포로가 돼버렸고 국제정세의 변화와 위기상황에 대처할 리더십을 상실하고 말았다.
탐욕에 물든 리더는 판단력이 흐려져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서슴지 않는다. 탐욕에 의한 부작용은 조직 전체로 확산되며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후백제를 세운 견훤은 후계구도에 실패해 어렵게 세운 왕조를 스스로 무너트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궁예 또한
후고구려의 왕이었지만 신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우를 범해 권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권력이란 최고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지지만 독단적으로 처리될 때 중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공포정치를 펼치며 극악무도한 행위를 일삼았던 연산군이나 나름대로 부강한 나라를 세워보고자 동분서주했으나 신하들의 의견수렴에 미흡했던 광해군의 리더십도 독단적인 의사결정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존경 받는 리더가 되려면 탐욕과 독단을 경계해야 한다. 정의와 사랑의 실천이란 탐욕과 독단으로부터 해방되어야만 실천 가능한 경지다.
고려 말기에는 백이와 숙제의 충절을 뛰어넘는 삶을 살다간 정몽주가 있었다. 그는 고려왕조의 멸망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목숨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비겁하게 세상을 등지고 생활하는 은둔자의 삶을 포기하고 당당하게 고려왕조의 정통성을 지키다 세상을 떠났다.
삶이란 빈손으로 태어나 부귀영화를 누리기도 하지만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 이치를 알면서도 근시안적 탐욕과 독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노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독한 마음과 탐욕, 시기와 질투를 떨쳐버리고 마음을 비워야만 삶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으며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다고 했다. 마음을 비워야만 세상이 올바르고 진실 되게 보이며 혼탁한 세상을 정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이영관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