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품, 아이와 함께 자라다. Growth Product

2014. 1. 4. 09:42젠더(성별) 이슈

유아용품, 아이와 함께 자라다. Growth Product

Posted: 02 Jan 2014 06:00 PM PST

한해살이 유아용품, 부모를 망설이게 하다.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자, 육아/교육시장이 좀처럼 불황을 모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부모의 마음과 현실은 별개다. 아이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일명 ‘필수 용품’ 리스트가 끝없이 나열되기 시작한다. 값 자체가 만만치않을 뿐더러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에게 고작 한 두 달, 길어봤자 1년 쓰일 뿐인 한해살이 물건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얻어쓰자니 어딘가 마뜩찮기도 하고 나름 공들여 완성한 아이방 인테리어와 영 어울리지 않는다. 이쯤되면 엄마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비싼 돈 주고 하나 사놓으면 내 아이 자라는 것마냥 유아용품도 함께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오늘 본 아티클에선 그런 니즈를 귀신같이 읽어낸  ‘Growth Product’를 소개하고자 한다.

 

Growth Product, 내 아이와 함께 자라다. 

트렌드인사이트에선 지난 5월 <세 살 가구 여든까지, 추억이 있는 Memorial Furniture> 아티클을 통해 새로운 가구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요악하면 아이의 식탁용 의자가 간단한 조립을 통해 미끄럼틀로 활용된다던지 아이의 흔들요람이 부모의 의자로 쓰이는 이른바 다용도 (multi use) 가구에 대한 소개였다. 이 사례가 ‘동시간대에 한 명 이상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다루었다면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Growth Product는 ‘시간차를 두고 단 한 명이’ 활용하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 신생아 유모차, 1살배기 보행기, 3살배기 자전거가 하나로. Piv-O stroller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이 가장 욕심을 내는 아이템 중 하나가 유모차다. 유명인이 사용했다는 수백만원짜리 제품이 아니라고 해도 기본 가격이 만만치 않은 품목. 기왕 사야 할 유모차라면 걸음마를 할 즈음엔 실내 보행기로, 뛰어 놀 즈음엔 자전거로 활용할 수 있게하면 어떨까? 디자이너 Luis Pereira Twist은 이 아이디어를 Piv-O stroller를 통해 실현시켰다. 

유모차_01 유모차_02

  • 내 아이와 함께 침대도 자란다. Growth Crib

어제 본 아이와 오늘 본 아이는 다르다. 그만큼 빨리 크고 ‘키’는 그 성장의 지표가 된다. 아이의 발 끝이 침대 바깥으로 튀어나온 것을 보며 ‘벌써 이만큼 컸구나’ 싶어 대견스럽다가도 더 큰 침대를 사러가야 할 생각에 심난해진다.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은 2012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제품인 그로스 크립 (Grow Crib, Crib은 유아용 침대)로 해결할 수 있다. 이 제품의 특징은 제품 하단의 프레임을 이용해 쉽게 침대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하여,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추어 침대도 같이 변하게 한 것이다. 

침대_01 침대_02

  • 6개월부터 10살 어린이까지. 10년지기 의자 Froc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탁 문화가 일반화된 요즘, 유아용 식탁 의자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필수품이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과 함께 가장 빨리 쓸모없어지게 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Froc은 그런 유아용 의자의 수명을 10년으로 늘려놓은 디자인 아이템으로 발판과 등받침을 조절하기만 하면 6개월 유아부터 10살 어린이까지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의자_01

 

경제성, 공간효율성 그리고 물건에 대한 정서적 애착

이처럼 Growth Product는 엄마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아주 스마트한 제품이다. Growth Product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경제성

가장 1차원적인 장점이다. 교체 주기가 다른 유아용품보다 현저하게 길어 구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 공간효율성

엄마들의 고민 중 하나는 쓸모없어진 유아용품의 ‘처리’다. 버리자니 아깝고 두고 있자니 쓸데가 없는 ‘계륵’이 되어버린 것. 먼지가 켜켜이 쌓여 창고에 즐비하게 늘어선 유아용품의 폐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간 효율성 역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3. 물건에 대한 정서적 애착 형성

1,2번의 효용이 다소 일반적인 성향을 갖는 반면, 3번은 Growth Product만의 차별적인 효용이라 할 수 있다.

태어나서 처음 갖게 되는 자신만의 물건에 아이들은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된다. 몇개월 단위로 교체되는 게 아니라 몇년을 두고 곁에 있는 물건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를 통해 형성되는 정서적 애착과 안정감은 Growth Product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노인들을 위한 Aged Product, 산모를 위한 Maternity Product.

Growth Product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어린아이들의 신체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또다른 의미의 변화를 겪고 있는 이들로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도 있다. 유아기만큼이나 급속도로 신체가 변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노인, 그리고 산모다.

노인들을 위한 Aged Product라면? 퇴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70대 초반에서 80대 사이의 노인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해보자. 무릎 관절이 퇴화되고 점차 몸의 중심이 낮아지는 특성을 고려한 침대, 의자, 싱크대 등의 디자인을 생각할 수 있다. 

산모들을 위한 Maternity Product는 어떨까. 임신과 출산을 전후로 여성은 최소 2년동안 뼈와 장기, 근육를 포함한 극심한 신체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러한 패턴을 파악한다면 특히 산모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침대를 산모의 신체변화와 함께 변형되는 디자인으로 재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사는 것도 버리는 것도 많은 세상이다.

작은 것 하나도 아까워 버리지 못하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세대와는 물건의 가치와 인식 자체가 달라졌고, ‘손때 묻은’ 나만의 무엇을 갖기란 그만큼 어려워졌다. Growth Product는 경제적, 공간적 효율성을 떠나 물건과 나의 관계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된다는 데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새롭고 비싼 물건보단 오래도록 곁을 지켜주는 소꼽친구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