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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치를 위한 경험적 조건들- 18대 대통령선거 결과와 그 극복 방안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3. 12.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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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치를 위한 경험적 조건들- 18대 대통령선거 결과와 그 극복 방안

김재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제17대 국회의원)  |  webmaster@self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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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3  18: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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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치를 위한 경험적 조건들
18대 대통령선거 결과와 그 극복 방안

김재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제17대 국회의원)

1.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문제와 대응전략

세대, 지역, 계층, 직능 전략에서 모두 실패
김대중 후보-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지지층 이탈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이 정권교체에 실패한 것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50대 이상 세대와 자영업자, 그리고 서민층과 수도권 및 충청권 유권자 층이 대거 이탈한데 비해 이를 막을만한 대선전략과 지도부의 리더십이 취약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대별 투표를 보면, 1997년 김대중 후보의 경우 50대 투표에서 이회창 후보를 7% 앞섰으며 2002년 노무현 후보는 60대 투표에서 이회창 후보보다 3% 더 득표했으나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두 연령대 투표에서 모두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각 대선에서 후보들의 득표율은 아래와 같이 조사됐다.

● 50대 이상 세대의 투표 변화
- 1997년 대선 때 50대 투표 : 김대중 44.7%, 이회창 37.0%
- 2002년 대선 때 60대 이상의 투표 : 노무현 47.6%, 이회창 44.6%
-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50대 이상 투표에서 모두 뒤짐.

서민층 투표를 보면 1997년 월 250만원 이하 소득자에서 이회창 후보보다 김대중 후보가 평균 5% 더 득표했으며, 2002년 월 300만원 미만 소득자에서 이회창 후보보다 노무현 후보가 평균 14% 더 득표했으나 이번에 문재인 후보는 월 250만원 이하 소득자에서 박근혜 후보보다 15% 이상이나 뒤졌다.

이는 '계층역반향' 또는 계층배반 투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영세서민층이 보수정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그만큼 민주개혁 진영의 후보가 경제불안 심리를 해소시켜 줄 정책공약에서 뒤졌기 때문이다. 노년세대와 서민층을 사회경제적으로 본다면 바로 경제불안 계층이며, 투표 선택의 가장 큰 변수는 불안심리임을 알아야 한다. 민주개혁 진영은 이점에서 대선의 전략기획이 근본적으로 취약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 서민층 투표의 변화추이
- 1997년 대선, 월소득 150만원 미만 : 김대중 40.2%, 이회창 31.1%
- 1997년 대선, 월소득 150-250만원 : 김대중 34.6%, 이회창 34%
- 2002년 대선, 월소득 150만원 미만 : 노무현 49.0%, 이회창 34.3%
월소득 150-299만원 : 노무현 48.4%, 이회창 35.3%
- 2012년 대선, 249만원 미만 : 문재인 37.3%, 박근혜 52.4%

또한 직업을 보면 자영업자 투표에서 김대중 후보가 상대보다 22% 이상이나 더 득표했으며 노무현 후보도 10% 앞섰으나 문재인 후보는 18.5%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자영업자란 중견 중소기업인 보다 소규모의 수공업이나 유통 서비서업에 종사하는 계층으로 역시 경제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바꾸어 말하면 안정희구층이라 할 수도 있다.

● 자영업자 투표
- 1997년 대선 : 김대중 46.9%, 이회창 24.7%
- 2002년 대선 : 노무현 47.0%, 이회창 37.7%
- 2012년 대선 : 문재인 37.5%, 박근혜 56.0%

지역적으로도 김대중 노무현 후보가 모두 이겼던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 패배했다.

● 수도권 및 충청권 유권자층
- 1997, 2002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는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과 충남북에서 모두 승리.
- 18대 대선 :
서울- 문재인 51.4%, 박근혜 48.2%
경기- 문재인 49.2%, 박근혜 50.4%
인천- 문재인 48.0%, 박근혜 51.6%
대전- 문재인 49.7%, 박근혜 50.0%
충북- 문재인 43.3%, 박근혜 56.2%
충남- 문재인 42.8%, 박근혜 56.7%

중앙선관위가 공식 집계한 자료와 사회과학데이터센터의 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의 대선패배의 중요한 원인은 선거전략 부재와 사전준비 미흡 때문에 세대, 계층, 지역, 직능 전략에서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2. 계파갈등과 두뇌기능 미흡 등으로 국민신뢰 하락

패인 1위는 계파갈등, 2위는 두뇌기능 미흡
선대위 본부장- 실무책임자 증언청취와 설문조사 결과

민주통합당의 대선평가위 보고서는 정당과 선거대책위원회, 후보 요인, 정책공약, 선거구도 등 선거캠페인 분석에 기반한 9대 패인으로 대선전략 부재와 함께, △계파갈등 △두뇌기능 미흡 △취약한 리더십 △평상시 정당활동의 부재 △방만한 선대위 △당내 경선문화 부진 △정책부족 △후보 요인을 꼽았다.

보고서는 “경제의 세계화, 사회경제의 양극화 추세 속에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는 객관적 상황에서 민주당이 원래의 뿌리인 포용과 소통의 프레임을 벗어나 민생을 외면한 채 이념논쟁, 계파갈등, 대결정치에 주력했다”면서 “당의 분열이 계속되고 계파갈등이 심화되면서 민주당에 대한 국민신뢰가 현저히 하락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모든 설문조사와 주요인사 면담에서 민주통합당의 대선패인 중 1순위는 단연 계파갈등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두뇌기능의 미흡으로 나타났다.  

   
 
   
 
두뇌기능과 관련, 민주정책연구원에 대한 위상과 역할을 확립해야 하며 당으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민주진영의 중심적 싱크탱크로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원장의 선출방식을 개선하고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3. 유권자 투표선택에서 정당과 후보 요인

유권자의 투표선택은 정당보다 후보요인이 압도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보다 지지층 만족감 못 안겨줘

18대 대선에서 유권자의 투표선택에 영향을 미친 변수는 후보요인이 정당요인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전통적인 투표행태 연구결과에 부합되지 않는다. 가장 권위있는 미국 정치학계의 선거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투표선택에서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기준은 정당으로 나타났고 그 다음이 후보, 그리고 정책과 공약은 맨 후순위였다.

18대 대선의 투표분석 결과는 비단 이번에만 국한된 특성이 아니며 한국정당들의 인물 중심으로 조직되고 이합집산해 온데도 기인한다. 다만 1987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가 출마한 대선결과를 반드시 후보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기는 무리일 것이다. 또 1992년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박찬종 등이 출마한 대선결과도 마찬가지다. 거기엔 후보에 대한 인물평가 보다도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한 대연합 결집현상과 지역패권주의가 불가항력적으로 작용하는 선거구도가 훨씬 더 크게 투표선택을 좌우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민주당보다는 문재인 후보를 보고 투표했고 마찬가지로 새누리당보다는 박근혜 후보를 보고 투표한 경향이 확인됐지만, 그것이 후보 간 인물평가를 바탕으로 한 선택이라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즉 보수대연합으로 보수정당의 투표영향력을 더 높였고 또 지역패권주의로 선거구도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으며, 다만 정당의 이미지 보다는 후보들의 지지도가 각각 더 높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또한 민주당 보다도 문재인 후보를 보고 투표했다는 강도가 새누리당 보다도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강도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능력 면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비해 국정운영을 포함하여 여러 분야에서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문 후보는 박 후보에 비해 상황대처 능력이나 TV토론 실력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으나 당 장악력과 캠프운용 등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정당 요인의 경우, 새누리당은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폭넓은 호감을 이끌어 내고 있었으나 민주당은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인색한 평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이 지지층에게 만족감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는 징표였다.

4.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아름다운 단일화 실패

“협상 조건은 좋았으나 승리주의적 태도 때문에 실패”
“문재인 후보가 얻은 득표 45%가 안철수 지지자”
“정치인 안철수, 과거 과오에 대한 ‘반성 세례’필요”

18대 대선은 야권 후보들간의 단일화 과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협상의 상황과 조건이 충분히 좋았음에도 승리주의적 태도를 가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해서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협상에서 쌍방이 무능력했다고 평가된다. 민주당의 대선평가 보고서도 "이겨야 한다는 집념이 강한 상태에서 이기려는 전략을 성찰적으로 재검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양측은 자신이 승리한다는 기본 가정 위에서 협상을 했을 뿐 다른 가능성을 예상하지도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두 후보 측을 함께 비판했다.

국민의식조사 결과, 안철수 지지자의 65.2%는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음이 확인됐으며 21.2%는 박근혜 후보에게로 갔고 11.7%는 기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문재인 후보가 얻은 득표를 100으로 기준했을 때 45%가 안철수 지지자로부터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국민의식조사에 대해 분석해 보면 또 21.2%만이 박근혜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친 박근혜 성향 가운데 상당수가 기권 등의 형태로 흩어진 것을 의미하며 이때 기권을 한 11.7%를 문재인 후보가 적극 흡수하지 못한 것이 패인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대선이 끝난 지 넉달이 지난 평가시점에서 안철수 현상과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는 그다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위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는 대선이 끝난 현재에도 매우 높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46.7%가 동의했으며 그 중에서도 문재인 후보에 투표자는 59.3%가, 안철수 전 후보 지지자는 69.6%의 동의율을 보였다.

안철수 전 후보가 후보단일화 국면과 사퇴 이후에 보여준 행보에 대해 대다수 국민, 그리고 안철수 지지자들까지도 크게 공감하지는 않았다. 안 전 후보가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과오를 고백한 후에 정치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에 일반국민 46.4%, 문재인 투표층 50.1%, 안철수 지지층 51.2%가 찬성, 지지층 사이에서 그의 정치적 책임에 대한 동의율이 더 높았다.

이는 새롭게 정치를 재개한 안 전 후보에 대한 현재의 지지는 상당한 수준이나 정치인 안철수가 좀더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과거의 과오에 대한 ‘반성 세례’가 필요함을 요구한 것이라 평가된다.

   
 
5. 책임소재 규명과 정치적 책임윤리의 실천
--국민여망· 역사적 책임 부응 못한 정치적 책임

대선패배의 정치적 책임과 관련해 선거구도에 대해서는 두가지 상반된 견해가 논쟁적이었다. 즉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잘못해서 졌다는 '내부 책임론 및 자기성찰형'과 이기기 힘든 선거에서 민주당은 최선을 다했으나 졌다는 '환경책임론 및 자기위로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설문조사 결과, 84.8%가 내부 책임론에 동의한 반면, 환경책임론의 동의한 사람은 11.3%에 불과했다.

다시 말하면 내부 책임론에 반대한 민주당 주요 인사는 8.4%에 불과한 반면, 환경책임론에 반대한 인사는 78.1%에 달했다. 이 점에서도 압도적 다수가 내부 책임론에 바탕해 반성하고 민주개혁 진영의 정치적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임을 알 수 있다.

야권으로의 정권교체에 대한 지지율이 거의 모든 국민여론조사에서 과반 선을 넘은 것이 사실이었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에 의한 극도의 비리와 유례없는 국정파탄 때문에 우러나온 공분과 당위성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국민 여망에 부응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다하지 못한 공적 책임에 대해서 책임있는 인사들은 깊이 성찰하고 공개적으로 ‘내 탓이오’라고 외치면서 머리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 야권 안팎 여론층의 주문이었다.

그것이 정치인과 공인으로서 다른 어떤 논리나 해명보다도 우선돼야 할 책임윤리의 실천이며 그렇게 책임질 줄 아는 정치인만이 국민과 역사 속에서 ‘반성의 세례’를 거쳐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여기서 새로운 정치와 바람직한 정치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는 대선패배의 중요한 원인으로 계파이기주의를 꼽고 그것을 당내 최고위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서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4.11 총선공천이 진행되던 3월8일 ‘혁신과 통합‘ 그룹의 핵심인사들이 회동하고 그 결과를 당 대표에게 전달해 계파이기주의를 노정한데 대해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당시 언론들은 민주당내 계파보스들의 담합에 의해 ‘당 대표-- 원내대표 -- 대선후보’가 사전에 내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계파담합에 대한 당 내외의 논란과 비판은 4.11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문재인 후보가 확정된 9월 중순까지 이어져 민주통합당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경선은 각본대로 했을 뿐 아무런 국민 감동도 창출하지 못한데 대해 정치적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맞춤형 공약이 취약했던 문제와 관련, 선대위를 방만하게 조직하고 그 총괄지휘체계를 세우지 못한 탓에 가장 크게 악영향을 받은 것 중 하나가 정책공약의 혼선과 그 홍보전략 부재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정책부문을 정책위원회, 선대위 공감1본부, 공감2본부, 미래캠프 등 여러 갈래로 분립시켰다. 그리고는 정책부문의 혼선을 조정하기 위해 정책조정회의를 구성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정책조정회의를 처음 주도했던 고위간부가 후보단일화 협상이 시작되고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거기에 쏠리자 그쪽으로 활동 중점을 옮겨버려 정책조정은 흐지부지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치인들의 일관성과 책임감 결여라는 공통적인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할 수도 있다.

6. 결어 : 민주개혁 수권정당의 건설 방향

‘생활밀착형 민생정당’으로의 대전환이 최우선적 주문
계파정치 청산 ‧ 지역친화 ‧ 세대 조화의 정당으로 환골탈태

1) 생활밀착형 민생정당 대전환

201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민주개혁 정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권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활밀착형 민생정당’으로 대전환할 것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국민의식조사에 나타난 수권정당의 모습은 유권자의 삶의 현장에 파고드는 ‘지역친화적 정당’과 여러 연령층을 아우르는 ‘세대 조화의 정당’이라 할 수 있다. 정당의 사회적 지지기반(social linkage of political parties)은 지역, 세대, 사회계층, 직능분야, 종교 등이 꼽히며 이중 지난 대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표 변수를 찾으라면 지역과 세대였다.

위에서 상술한 대로 민주당내 주요인사와 일반국민 대상 의식조사에서 가장 크게 요구되는 목소리는 생활밀착형 민생정당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제민주화나 보편적 복지 같은 정책공약의 거대담론은 좋았으나 그것을 실생활과 연결시키는 맞춤형 민생공약이 미비했다는 지적이었다.

민생정당이란 구체적으로 의료, 교육, 일자리, 노후생활, 방범치안 등의 정책을 섬세하게 입안하고 시행하도록 하는 역할로 평가받는다. 여야의 정치적 경쟁은 여기서 우열이 가려진다. 집권여당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127석의 원내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인 민주당도 국회에서 입법활동과 함께 행정부에 대한 국정감사 등을 통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다. 이같은 민생 활동보다도 당내 권력투쟁이나 이념 논쟁에 몰입된다면 민생정당의 이미지는 얻을 수 없다. 특히 민주개혁 정당들은 운동권 정치나 패거리 정치의 이미지를 하루빨리 털어버리고 민의를 대변하는 정책전문가들과 바른 정치인들이 중용되는 민생정당으로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그것은 제도 개선도 중요하고 또한 당내 정치문화와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성취할 수 있는 과제다.

2) 평상시 정당활동을 활성화해야

대선이 끝난 후 여러 학계 발표회와 언론 보도에서 여론주도층과 민주당 지역위 간부들은 민주당의 평상시 정당활동이 취약하다는 비판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상시엔 생활정치가 없는 ‘휴면정당’이 선거 때만 나타난다는 비판이었다. 맞춤형 공약이 중요하지만 선거 때 임박해서 하는 단기 처방은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평상시 정당활동을 제대로 축적해 가야 한다.

평상시 휴면정당이라는 여론주도층의 비판은 생활밀착형 민생정당이나 국민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과 정반대의 이미지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대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었. 정당 내에 평상시 정책활동을 독려하고 감사하는 특별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 당의 최고지도부가 항상 유념하고 챙겨야 과제다. 평상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민생정책 활동을 위해 정당의 지역위원회와 중앙당 부설 정책연구소가 중요하다.

3) 지역친화적 ‘하방(下方) 정치’의 제도화

민주개혁 진영은 1990년대 초 지방자치를 부활시키는데 주도역을 담당한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지역주민의 삶의 현장에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 국민의 삶은 지역 현장에서 영위됨에도 민주당 의원들이나 당료들이 지역에 파고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들은 오직 공천이나 당직을 노리고 중앙당사에 몰려있으며 계파보스 주변을 맴도는 정치꾼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앙집중적 권력이 불랙홀이 되어 모든 정치활동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회오리바람의 정치(politics of the vortex)’ 현상을 당 차원에서 혁신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하방의 정치’를 실천해 지역친화적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다.

서울 중앙당이나 광역 시도당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의원들과 당료들을 지역 현장에 하방(下方) 내려보내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로 공천이든 당직 인사든 고과에 반영하는 것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농어촌과 공장 같은 노동현장을 대상으로 한 중국 공산당의 하방운동이나 19세기 말 제정러시아의 지식인들이 벌였던 브나로드(v narod) 계몽운동을 모방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혁신적 의미로서 현대민주정치의 풀뿌리인 지역의 요소와 그 가치들을 소중하게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공동체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민주개혁 정당은 정치인의 성장 프로세스 중 하나로 지역친화적 하방을 제도화해야 한다.

4) 한국정당 리더십의 세대별 발전과 정치문화를 반영하는 정치

민주개혁진영이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한 큰 원인 중 하나는 세대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이었다. 전체 유권자 구성비에서 5060세대가 2030세대을 넘어 선 뒤 처음 치르는 선거였는데도 이 의미를 간파하지 못한 채 2030에 무게를 기울인 선거캠페인에 몰입했다. 이는 10여년 전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다. 유권자들이 나이가 들어가면 보수화하는 ‘연령효과’ 때문에 민주진보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근거가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 1997년 대선의 50대 투표에서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 후보보다 7% 이상을 앞섰고 2002년엔 60대 이상 투표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보다 3% 더 득표한 것으로 나타난 조사결과 등이 그 입증자료다. 진화론적인 연령효과보다는 정치의식 형성이론에 따른 ‘세대효과’를 더 주목해야 한다.

종합적인 세대 전략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정치의식 형성이론에 바탕한 세대 구획이 중요하다. 정치사회화와 사회심리학 이론에서 외부세계의 변화와 충격에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며 그것이 의식과 사고방식에 깊은 영향을 주는 나이인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이른바 ‘형성의 시기(formative period)'에 어떤 정치사회적 사건에 노출됐는지가 기준이 된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세대 구분은 의식 형성의 시기에 경험한 정치적, 사회적 사건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구획지을 수 있다.

첫째, 의식 형성시기에 8.15해방과 6.25전쟁을 경험한 ‘원로세대’다. 이들은 국가주의와 안보의식이 강하며 한국 사회에서 보수성을 가장 강하게 드러낸다. 이 세대는 대체로 주요 정당의 강령에 ‘대한민국’과 같은 용어가 강조되기를 원한다. 이들이 주로 경험한 정당은 한민당-민국당-민주당과 자유당, 그리고 한독당이며 정치지도자는 김구 이승만 신익희 조병옥 장택상 장면 등으로 독립운동 세대였다.

둘째, 4.19혁명과 5.16쿠데타, 6.3 대일 굴욕외교반대운동, 유신선포를 경험한 ‘자유민주운동 세대’로 이들은 전통적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 이 세대의 정치의식은 자유민주적 가치와 함께 산업화를 중시하는 것으로 특징지워진다. 이들이 바라 본 주요 정당은 공화당과 민정당, 그리고 민자당이며 그 주도세력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군사쿠데타 세대였다.

셋째, 1980년 정치군인 집단의 내란에 항거한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민중운동 세대’로 군사권위주의에 대해 가장 강력한 저항을 실천한 세대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지만 다수 구성원인 노동자와 농민층에 눈을 돌려 경제적 분배와 복지정책을 중시한다. 이들은 또 1987년 6월 선배세대인 이른바 ‘넥타이부대’와 함께 시민항쟁을 성공으로 이끈 경험도 갖고 있다.

6월시민항쟁의 덕택으로 정치적 자유화를 누리면서 등장한 정당이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고 그 주역은 민주화투쟁 세대로 김영삼 김대중과, 여기에 김종필이 참여해 이른바 3김정치 시대가 전개됐다. 당시 민중운동 세대 중 정치권에 진입한 그룹이 이른바 현재의 486정치인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에 남은 다수의 민중운동 세대는 1997년부터 시작된 IMF 금융위기에 노출되면서 심각한 경제불안감을 현장의 삶 속에서 경험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에 등 돌린 50대 초중반은 바로 이들 민중운동과 경제불안이 혼재된 세대로 분석된다. 이들은 정치권의 동년배 486정치인들과 분명하게 거리가 먼 경제불안 의식을 따로이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지도부도, 또 그 세대를 대변해야 할 486 정치인도 그런 경제불안감을 해소시켜 줄만한 정책공약에서 취약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넷째, 인터넷 문화의 주역이고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 응원을 경험한 ‘신진세대’로 이들은 정치적 관심보다도 정보, 문화, 스포츠, 일상생활에 비중을 두며 개인주의가 강한 것이 특성이다. 이들의 개인주의는 국가나 정치체제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삼는 전통적 자유주의와는 다르며, 시민사회 속에서의 자율적 행위자임을 중시한다. 새로운 정치의 방향을 고학적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세대 구성을 이렇게 원로세대, 자유민주 세대, 민중운동 세대, 인터넷 세대로 나누어 보고 각 세대의 특성에 걸맞은 맞춤형 전략과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 정치세대 분석이 새로운 정치와 선거전략의 바탕을 이루도록 과학적 데이터를 축적해가야 한다

5) 계파정치 청산과 공적 리더십의 확립

한국정당의 역사는 계파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정당의 단합을 해치고 동기유발을 무산시키는 계파패권주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고질적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공적인 리더십을 확립하는 환골탈태가 이루어져야 정당의 단합을 가져오고 선거 때 당력을 기울일 수 있는 동기유발이 가능해진다.

특정 계파에 의한 당권 독과점과 당직 돌려막기식 당 운영 때문에 많은 구성원들이 극심한 위화감과 박탈적 소외감에 시달리는 현상은 어느 정당이나 공통적이다. 이렇게 끼리끼리 해 먹는다는 당내 비판을 해소시키지 않고서는 선거에 당력을 기울일 수 없으며, 다만 권위주의적 정당지도자만이 일시적으로 봉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당 대표와 원내 대표 선출, 그리도 대통령후보 선출과 주요 선거의 공천과정에서 횡행하는 계파담합이나 나누어먹기가 바로 한국정당들의 체질을 병들게 한 암적 문화였다. 당원과 대의원에 의해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출돼야 할 당 수뇌직이 계파담합에 의해 사전 약속됐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정치가 각본대로 움직였을 뿐이며 예측불허의 결과와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냉소하고 외면하는 것이다. 감동을 주기는 커녕 ‘밀실 야합’이라는 구태정치로 지탄을 하기 일쑤였다.

그런 계파정치가 계속 발호한다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의 공적 리더십은 운신의 폭이 좁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 당 운영에서 공공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대선평가위의 전국 지역순회 간담회를 통해 여론주도층에 의해 제기된 것은 계파정치 문제가 그만큼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한 지표가 될 것이다.

민주당의 한 고위 핵심 인사는 4.11 총선에서 공천도 계파 보스격인 최고위원들이 어떻게 나누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사실상 계파연합체로 전락했다는 증언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특정 계파에 의해 패권주의적으로 지배되고 있다면 국민이 더 이상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면 그 특정계파를 지지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공적 리더십을 확립하지 않는 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향후 민주당의 당내 정치문화와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시대적인 계파정치를 청산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라고 할 것이다.

6)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연구원의 위상 정립

민주통합당이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패배한 것은 민주정책연구원이 여의도연구소에 패배한 결과라는 지적은 주목을 끌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정당에 주는 국고보조금의 30%를 정책연구소에 할당하도록 실정법에 규정해 놓은 것도 그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싱크탱크를 육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주정책연구원은 갈수록 그 위상과 역할이 왜소해지고 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 민주통합당은 정책연구원의 위상을 실질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첫째, 정책연구원이 당 지도부의 시녀가 되지 않도록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원장의 임명 절차를 다듬고 그 임기를 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 연구원의 기능에서 여론조사와 정세분석에 관한 한 당내 최고의 권위와 구속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당 지도부가 자신에 불리한 정당 지지율이나 선거 평가가 발표되지 못하도록 막거나 압력을 가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셋째, 전략기획에 관해서도 당의 해당 기구가 정책연구원의 제언을 존중하도록 당규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평상시 정책활동에서 연구원은 국내외 전문가 그룹들과 지속적으로 네트워킹을 유지하고 그 결과를 당 정책위원회에 투입하는 역할을 제도화해야 한다.

다섯째, 당 지도부는 정책연구원이 당원에 대한 정치 연수와 시민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7) 자율적 책임윤리의 실천과 인적 쇄신

정당정치는 책임 정치를 근간으로 발전해 왔다. 정당이 정권을 수임받았다가 실정이 많아 국민의 신임을 잃으면 교체돼야 하며, 정당의 지도자가 당권을 맡았다가 상당한 오류를 범하면 당원에게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민주통합당은 커다란 국민여망을 저버리고 참패하고서도 분명하게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 전체에 대해서 책임정치의 기본도 모른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은 아직까지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 이미지를 크게 훼손됐으면 그것을 교정하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수인데도 국민의 눈 높이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표다. 민주당은 올해 5.4 전당대회를 치러 새 지도부를 선출했지만 지난 해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고위 인사들이 계속해서 간헐적으로 반성찰적인 목소리를 내 왔다. 그것이 민주당을 보는 국민의 눈에 결코 긍정적일 수 없는 행태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선과정에서 민주당내 지도급 인사들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여부에 관계없이 여러 오류와 실수를 범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해 인사들은 정치적으로 분명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설사 개인이 가진 역량을 다 기울여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대선패배라는 엄중한 결과에 대해 각 지도급 인사들은 적합한 정치적 책임을 고백하면서 스스로 ‘자성의 세례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치인은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지, 자연인으로서 최선의 신념을 다했다는 이유로 면책하려 해선 안된다. 그것이 정치인에게 특별히 부여된 책임윤리를 자율적으로 실천하는 길이다. 그래야 민주당이 책임정치를 이행할 줄 아는, 희망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고, 또한 그 정치인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정치인이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당원과 국민에 맡겨진다. 자성의 세례를 스스로 이행하면 박수를 받을 것이며 그것으로 아름다운 재탄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책임윤리의 실천을 거부하거나 상황논리를 들어 변명으로 떼우려 한다면 그 결과는 타율적 인적 쇄신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나간 대선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엄정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단순히 패인분석에 그치지 않고 4년여 뒤에 치를 새로운 대선 때 민주정부를 확립할 수 있는 집권플랜에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치의 수요자인 국민 유권자들이 희구하는 새로운 정치란 선거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게 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정치인과 정당들도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자연도태에 이를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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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제17대 국회의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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