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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부는 공동체바람 ‘마을 만들기’ 현장을 가다--전북진안군

시민, 그리고 마을/지역 마을공동체 활동

by 소나무맨 2013. 12. 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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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전국에 부는 공동체바람 ‘마을 만들기’ 현장을 가다

 

 

◇ “단지 간판 하나 바꿨을 뿐인데...”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의 마을 만들기 사례. 상업주의를 벗어난 문화간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낡고 오래된 것들에서 얻는 향수, 하늘땅 고샅에서 진안을 만나다

 

전북 진안군 전국 최초 상향식 마을개발사업 ‘으뜸마을 가꾸기’ 추진

 

전국에서 마을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농촌에서는 특산물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체험활동을 곁들여 도시민들을 끌어들이는 관광형 마을 만들기가, 도시에서는 삭막한 도시공간을 문화와 건강한 삶이 어울리는 공동체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사업이 한창이다.

경기불황 속에 녹록치 않은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눈을 돌리는 도시인들이 늘면서 오랜 타성에 젖은 농촌을 갈아엎고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살아보려고 하는 도시인들이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과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또한 마을 만들기 사업의 현주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사무소가 전국의 지역일간지와 지역신문 기자들을 대상으로 ‘마을기업과 마을 만들기’ 연수를 실시했다.

마을 만들기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들의 진단과 현장탐방을 통해 우리나라의 마을 만들기 현황과 과제를 짚어 본다. / 편집자 주

 

마을주민도 좋고 귀농자도 좋은 마을 간사제도

 

전북 진안군은 농업과 농촌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마을개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재 18개 마을에서 으뜸마을 사업을 포함해 녹색농촌체험마을(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전통테마마을(농촌진흥청), 산촌종합개발사업(산림청), 정보화마을(안전행정부) 등의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같은 사업을 지속적이고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마을개발사업이 활발한 곳에 귀농인 중심으로 마을 간사를 배치했다. 마을 대표가 무보수 명예직이라 열심히 활동하면 할수록 자신의 생계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를 해결하자는 차원이었다.

 

또 귀농자들이 농촌에 잘 정착하지 못하고 2~3년 지나면 도시로 되돌아가는 것이 농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찾지 못하고 일정한 수입이 없기 때문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 마을 주민도 좋고 귀농자도 도움이 되는 상생(相生)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진안군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구자인 부센터장이 말하는 진안군 농촌마을 만들기 10계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마을을 알고 철학을 알면... 백운면 원천마을

 

구자인 부센터장은 마을 만들기 사업의 시작은 ‘내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우리 마을이 잘 살 수 있다’는 것.

 

자식과 손자들에게 존경받는 내가 되어야 그들도 이 마을에서 계속 살고 싶은 희망을 찾을 수 있으며 살기 좋은 마을도 된다. 지도자나 주민이나 자기 스스로를 잘 알고 자기 철학을 가지려 노력할 때 비로소 마을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농촌마을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은 누가 뭐라 해도 깨끗한 자연환경이다. 숨겨진 자원이 마을 구석구석에 너무나 많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마을경관은 너무나도 더럽혀져 있다. 마을의 얼굴이랄 수 있는 마을회관 앞을 보면 그 마을의 현재와 미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의 간판 가꾸기 사업은 단점이라 여겼던 것이 보물이 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시골 면 소재지인 이 마을이 2010년 어느 날 모 방송 뉴스에 소개되면서 탐방객들로 북적이는 진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마을에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착안해 그 분들의 삶의 경험과 생활해 오신 흔적들을 수집하고 기록하면서 시작된 마을사업. 그 가운데 하나가 면 소재지 간판 개선사업이다.

 

전기와 네온사인으로 온갖 현란한 간판이 불야성을 이루는 시대에 상업주의 틀을 벗은 ‘문화간판’은 문명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거리가 되고 있다.

 

◇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 전기와 네온사인으로 온갖 현란한 간판이 불야성을 이루는 시대에 상업주의 틀을 벗은 ‘문화간판’은 문명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거리가 되고 있다.

 

 

토박이와 귀농인의 만남…마을회의

 

마을 만들기 사업의 주체는 원주민과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도시 귀농자들의 결합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농사 경험이 없는 귀농자들이 토박이 주민들과 연계해 각자의 능력과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되고 있다. 선진지 마을의 지도자는 도시로 나갔다 고향에 다시 돌아온 경우가 많고, 그 주위에는 귀농한 도시 출신 젊은이가 몇 명씩 항상 있게 마련이다.

 

진안군의 마을간사 제도는 그런 점에서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빈 집과 땅을 소개하고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푸근한 인심만 있다면 반드시 사람이 찾아온다. 그들의 단점만 지적하기보다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대접하면 마을에 새로운 길이 열린다. 마을회의는 이를 위한 훈련장이다. 마을회의가 일상적으로 잘 열리는 마을일수록 마을발전의 체계는 잘 잡힌다.

 

마을 소득원 “가까이 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의 주된 목적은 결국 마을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잘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 받아 마을사업을 벌이는 것은 경우에 따라 주민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더 심할 경우 마을주체들이 쇠고랑을 차는 오점을 낳을 수 있다.

 

마을 만들기에 적합한 경제작목은 마을에서 가장 친숙한 것을 고급화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작목이나 품목을 대규모로 하기보다 작더라도 복합적으로 세련되게 만드는 치밀함이 더 중요하다.

 

진안군 백운면 흰구름작은조사관 이정영 관장(전 주민자치위원장)은 “누군가 마을을 발전시켜주길 기대하는 의타심이나 고생 없이 성과를 얻으려는 ‘심뽀’는 버려야 한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마을 공동사업은 처음에는 힘들어도 이 과정을 슬기롭게 넘겨야 큰 사업도 가능하다는 것. “준비되지 않은 마을에 정부사업이 들어와 마을 망치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 온 선각자들의 이구동성이다.

구자인 부센터장은 말한다.

 

“적어도 5년 앞을 내다보며 작은 공동사업으로 차근차근 협동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3년만 고생하면 절반은 성취된 셈이고, 나머지 절반은 저절로 이뤄집니다. 그 이후에 세울 수 있는 마을의 공동 전망은 최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원대할 수 있습니다.”

 

 

◇ “진안고원길을 걸어보라. 그곳에서 진안의 마을과 사람들을 만나고 제주올레, 지리산길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재미를 누려보라”고 말하는 진안고원길 정병귀 사무국장

 

 

 

첩첩산중 고원바람 맞는 곳 하늘땅, 진안고원길

 

‘북은 개마고원, 남은 진안고원’이라는 말처럼 진안군은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산이 많고, 산과 산 사이를 흐르는 물길이 절묘한 풍광을 이루고 있다.

 

진안고원길 정병귀 사무국장은 과거 진안에 살았고, 현재 진안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진안문화를 생산하고 진안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그도 귀농자다.

 

진안군 주민들이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개척한 진안고원길은 진안땅 고샅고샅 마을과 마을을 잇는 200km에 이르는 길이다. 환형을 이루는 14개 길은 평균고도 300m 고원에서 100개의 마을과 50개의 고개을 지나며 진안이야기를 담아낸다.

 

하지만 진안고원길은 모든 길이 걷기에 편하게 정비되어 있지는 못하다. 안내이정표가 곳곳에 설치되어 매우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진안고원길을 안내하는 리본은 홍삼색과 인삼색으로 구성된 겹리본이다. 홍삼과 인삼은 고원길을 걷는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진안의 특산물이다. 인삼을 표현하는 노랑은 오래된 산촌마을을 상징하기도 한다.

정병귀 사무국장은 말한다.

 

“이제 진안땅 고샅고샅을 걸어보라. 진안고원길을 걸어보라. 그곳에서 진안의 마을과 사람을 만나고, 수 천 동안 형성해온 땅위의 경관을 즐겨보라. 카미노데산티아고, 제주올레, 지리산길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재미가 진안고원길 곳곳에서 넘쳐 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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