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출판기념회 시즌
-태백산맥
바야흐로 출판기념회 시즌이다.
지역이건 중앙이건, 여당이건 야당이건을 불문하고 정치권에는 출판 소식이 풍성하다. 안희정 충남지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물론이고 곧 이어 문재인 의원까지 ‘책’을 낸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내는 책은 그냥 ‘책’일까? 알고 보면 많은 의미를 내포한 것이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라고 하겠다.
정치인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그럴 듯하다. 지난 시간의 공적 의정활동을 회고 반성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예고하고, 미래 비전에 대해 책을 통하여 제시하겠다는 뜻이다. 정치활동 과정 중에서 자신이 겪은 각종 얘기들을 책으로 엮어 펴내는 일은 경험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 출판기념회로써 현역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예비정치인은 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곧 자신의 본격 정치활동을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대체로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이나 국정감사가 있는 10월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국회 일정이 있을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갖는 이유는 뭘까?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여서 그럴까요? 아니면 국민들에게 책을 많이 읽혀드릴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 일까요?’ 정확히 보면 ‘국회의 힘’이 가장 강할 때인 정기국회 시기에 맞춰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요즘 국회의원 회관과 도서관에서는 매일 1건 이상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하루에 2~3회 열리는 경우도 있다. 매년 출판기념회의 절반 이상이 정기국회 기간에 열린다. 이른바 정기국회는 ‘출판기념회 시즌’이다. 국정감사나 예산편성을 앞둔 이상 기관들로서는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를 모른척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들의 방문을 예상하고 출판기념회를 열기 때문에 국정감사 시즌을 악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기업인에 대한 증인채택이 비교적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기업인들이 증인에서 빼달라고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하면, 증인에서 빼주는 대가로 책을 대량으로 구입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한다. 구매 요구가 사실인 지 여부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어쨌든 국가기관으로서의 권한을 오남용하여 국감이라는 중요 행사를 통해 국회의원들은 수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보여 진다. “의원들이 정기국회에 맞춰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갑'의 횡포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출판기념회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불법정치자금 수수의 장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한다. 출판기념회 자리에서는 책이 팔리는 방법이 참 독특하다. 금액이 얼마 들어있는지 서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 봉투’를 내고 책 1권을 받아 가지고 온다. 봉투 안에 들어있는 돈은 적게는 5만원 내지 10만원 많게는 500만원 이상의 돈이 오고 가기도 한다고 한다. 책 한권 가져오는 대가로 수백만원이 오가는 것이다. 선관위는 이 같이 출판기념회에서 책값에 비해 많은 돈이 오가는 관행에 대해 '사적(私的) 축하금'이어서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아예 규제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내는 책은 대개 대필 작가가 쓴다. 고료 1500만~3000만원 정도이다. 출판기념회를 열고나면 적게는 1억이상 많게는 수억원의 돈이 국회의원에게 돌아간다. 기업인들 입장에서도 돈 좀 주고 싶은데, 정당한 법적 후원금도 선관위에 신고되고 감시되다 보니 편하게 돈을 주는 방법으로 출판기념회를 악용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연간 후원금 모금 한도는 1억 5천만원인데 책값은 개인 돈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필요가 없어서 수백 명이 책값으로 돈 봉투를 줘도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출판기념회로 돈을 모으는 것은 여야 구분도 없고,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없다.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의 장으로 변질된 출판기념회, 이제는 국회 스스로 법을 만들어 정당하게 규율해야 할 시점이다.
사진출처-http://www.flickr.com/photos/76590125@N03/6961292273
독재의 길과 민주의 길---김성주 의원 (0) | 2013.11.29 |
---|---|
불교 시국선언 “헌정질서 파괴 참회하라”스님 1천명 동참…실천불교승가회 “매카시즘 광풍 우려” (0) | 2013.11.29 |
"최후의 권력" -- 김 택 천 (0) | 2013.11.25 |
18 그리고 19--대선 그 후 진보진영은 바뀌었는가--진보개혁 성찰의길 (0) | 2013.11.24 |
민주진보진영의 대외정책구상 (0) | 2013.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