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1.04 03:15
김문조 고려대 교수 질타 "새로운 혼돈 상황 대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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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조 교수는 “주어진 사회 현실을 크고 깊게 통찰해야 하는 사회과학의 세계에선 ‘경박단소’의 경향은 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한국사회학회장을 지낸 김문조(64)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한국 사회학의 현실에 대해 질타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지난달 31일 고려대 사회학과 창립 50주년 기념 심포지엄 '한국 사회학의 미래' 기조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 현실과 유리된 채 상아탑에 갇혀 '학문을 위한 학문'만을 하는 풍조가 확대되고 있다는 탄식인 셈이다.
김 교수는 융·복합적으로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정치적으로는 권력 구도가 집권적·수직적 형태에서 분권적·네트워크적 형태로 바뀌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탈(脫)성장론'이 대세를 이루며 기호가치·체험가치가 교환가치를 대신하며 ▲사회적으로는 국가·시장의 실패 틈새에서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문화적으로는 탈산업·탈물질·탈인습주의를 대변하는 신세대의 가치관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학은 이런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 지적이다. 그는 "지적 능력이 사회문제의 해결 능력이나 사회 참여의 욕구 증진이라는 실천적 차원으로 외연(外延)되지 않는다면, 공공성을 표방한 지식의 양산은 결코 진정한 의미의 공공사회학으로 귀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의 성과 중심적 학술지원 체제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공공적 가치를 외면한 쪼잔한 연구물들이 전문성이라는 미명하에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특히 사회 정의, 사회 통합, 양극화 같은 한국 사회의 민감한 문제에 한국 사회학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