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과 지역, 화폐-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 박고형준 상임활동가

2013. 10. 7. 17:52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협동조합과 지역, 화폐

2013.09.24 17:00

짱돌 조회 수:65

[편집자의 글]
오늘은 마음먹고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너 정말 그러면 세상이 바뀔 것 같아?'
그리고 철저히 그대들의 순전한 열망과 순수한 의지를 꺾어놓을 비정한 사회의 참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진짜는 재미가 없습니다. 혹할 한 방이 없습니다. 시지프스처럼 떨어질 줄 알면서 계속 밀어올리는 힘에 있습니다. 그래도 돌을 밀어 올릴 수 있을 지 없을 지 장담조차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굴러 떨어질 공산이 큽니다.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 진출하기 전까지 골든글러브는 그의 몫이었습니다. 후보선수의 골든글러브 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습니다. 희망은 지난한 과정과 험난한 노력 끝에 아주 조금 얻어지는 작은 결실일 뿐입니다.
협동조합이 거의 전능한 대안은 분명 아닙니다. 그렇기에 실제적인 고민이 또 담깁니다.


협동조합과 지역, 화폐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 박고형준 상임활동가


협동조합법 시행 이후, 다양한 협동조합이 무수하게 생겨나고 있다. 먹거리, 의료, 교육, 건강 등 실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생활요소들을 매개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당조합 조합원들의 생각을 엿들을 수 없지만, 아마도 안전하고 건강한 소비를 통해 조합원들이 고른 혜택을 받기 위함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기업이나 거대한 이익집단이 추구하는 이윤창출보다 사회적 혹은 윤리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공유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게 아니라, 단순한 이윤창출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개입사업자를 하거나 창업, 사회적기업 등으로 진출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안전하고 건강한 소비를 하고 있는가? 대표적으로 먹거리 생활협동조합을 보더라도 로컬(지역유통), 친환경(윤리)을 핵심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필자가 준비하고 있는 빛고을햇빛발전협동조합도 햇빛이라는 재생에너지를 만들어 한국전력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원자력발전소나 화력, 수력발전소에 비해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역유통을 통해 사업을 하기엔 극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협동조합에서 만든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면 그 전력이 지역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 사용되고 그 사용처를 알 수 없으며, 중간에 소멸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고로 햇빛발전협동조합의 경우는 협동조합의 윤리만 남고, 지역은 존재하지 않는 양상을 띤다.

허나 근본적으로 문제의식을 던지고자 한다. 대부분 협동조합이 판매된 수익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느냐는 지점이다. 대개 보면 조합들은 조합원들에게 이윤 배당금을 나눠주는 것보다, 이윤을 사회적으로 사용하는데 노력을 하고 있는 곳을 많이 발견한다. 예컨대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을 위해 돕거나, 조합원들의 의식향상을 위해 교육을 실시하거나, 보다 질 좋은 향상을 위해 협동조합의 규모를 늘리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런 형태를 사회적협동조합이라 부른다. 수익을 사회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다고 보여 지지만, 그 수익에 대한 소비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왜냐? 수익의 잉여물인 화폐가 대한민국 전체를 공유하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의 협동조합은 수익(판매)행위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지, 수익에 따른 소비행위를 할 때 지역을 고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으로 나온 대한민국 화폐를 땅에 묻어두거나 예금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지역에서 화폐가 선순환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고민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하는 제안이다. 요즘 협동조합을 보면서 뭔가 제안이 나올 시기가 된 것 같은데 고민이 미뤄지는 것 같다, 협동조합이 커지고 많아질수록, 어떤 곳은 대형화되거나 어떤 곳은 자기 입지에 대한 부담감만 커지는 것 같다. 모 협동조합에서는 여러 카드회사와 제휴를 맺어가면서까지 소비를 촉진시키고 수익을 통한 혜택을 조합원들에게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수익의 일부가 카드사에게 고스란히 바쳐진다고 생각하면 완벽히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협동조합과 지역, 화폐에 대한 고민을 미뤄선 안 되는 상황이다. 

6918292570_b4e19c6f5b.jpg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