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지구를 지켜라!-- 함께사는길 -환경운동연합 (특집)

2013. 10. 3. 22:12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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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협동조합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 한국도 심상치 않다. 협동조합기본법 개정 이후 7개월 만에 2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사회적 약자들이 당당히 조합의 주인으로 이동중이다. 소도시 원주에선 시민 10명 중 1명이 협동조합 조합원이다. 가히 협동조합 붐이라 할 만하다. 당장 생활협동조합으로 안전한 먹을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촌을 지키고 햇빛발전협동조합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지구를 지키고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수단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원칙이 지켜질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협동조합을 지켜낼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미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를 지켜내 이 땅에 뿌리를 내린 협동조합들이 있다. 그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해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를 몸으로 익힌다면 또 다른 협동조합의 성공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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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 

“협동조합은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 둘 다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환기시켜주는 조언자이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한때 좌우 모두에게 버림받았던 협동조합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이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는 가능성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 했다. 물론 위기는 공멸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봉합되었다. 


왜 세계는 협동조합에 주목하는가

그로부터 3년 뒤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미국의 심장부 맨하튼에서 벌어지게 되는데, 바로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운동이다. 이 운동은 흑인 또는 가난한 자들이 아닌, 미국 사회 주류라고 여겨지던 백인들이 주도했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19세기 말 탄생해 1929년까지 유지된 자유주의(자본주의) 시대에 이어, 미국의 케인즈로 대표되는 복지(개입) 자본주의 시대와 1979년 영국의 대처와 미국 레이건의 등장을 시작으로 30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시대를 지나,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모습을 드러낸 자본주의 역사상 4번째 단계인 자본주의 4.0 시대다. 

지난 30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를 기치로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구조조정으로 인원 감축을 일삼았다. 그 결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공공 영역들이 대거 시장으로 편입되었고, 돈 되는 공공 서비스는 대기업의 손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반면, 돈이 안 되는 사회 서비스 분야에는 자본 진출이 원활치 않았고, 이 영역에 구조조정으로 내몰린 노동자의 고용을 유도해내려는 정책이 가동되었다. 바로 이것이 사회적 기업 같은, 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을 고용하는 형태의 기업과 사회 서비스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사회적 경제를 극도로 부정했던 신자유주의가 역설적으로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를 잉태하는 자기부정의 공간이 되어준 셈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시작한 위기의 자본주의는 시장경제의 모순을 완화할 새로운 대안을 찾았고, 그 대안의 하나로 협동조합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협동조합이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사람들의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역사적 실체인 협동조합에 대해 사람들은 그 설립 목적과 필요성, 운영의 원칙, 가치를 포함하여 규범적, 실증적으로 다양한 정의를 시도하여 왔다. 

1844년 영국의 로치데일 소비자협동조합을 시작으로 프랑스의 생산자협동조합, 독일의 신용협동조합,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 전통을 거쳐 협동조합에 대한 보편적 정의에 이르기까지 대략 15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러나 협동조합에 대한 정의는 지금도 세월을 따라 변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협동조합의 민주적 절차를 경제적 활동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협동조합이 계속 진화해 갈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이 중심인 기업과 자본이 중심인 기업

역사를 따라 계속 진화해 온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꽃이라 불리는 기업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는 흔히 자본이 중심인 기업을 주식회사라 하고 사람이 중심인 기업을 협동조합이라 한다.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조금 쉽게 이를 설명하면, 주식회사에는 ‘올해 매출이 얼마인가요?’ 묻거나 이에 관심을 가지지만 몇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지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협동조합은 매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조합원이 몇 명인가 그들이 얼마만큼 사업을 이용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협동조합과 주식회사는 이처럼 일차적으로 관리하는 지표가 다르다. 무엇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 것이 아니라 근본이 다른 사업조직이라는 것이다.


최대이익을 향한 최적해를 다시 생각한다.

주식회사의 경영이란 자원의 제약 아래에서 최적해를 찾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최적해가 있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참여목적은 같다고 가정하고 나머지 변수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야 최적해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참여하는 조합원의 다양한 필요가 사업으로 전환된 것으로 참여자의 목적이 다양하다. 그래서 단일한 최적해를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단일한 최적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가정 아래 다양한 목적의 합의안을 찾는 정치적 과정이다. 이러한 정치적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협동조합의 경영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결정은 더디지만 집행은 빠를 수 있다. 


기업은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조직인가?

주식회사가 속한 더 큰 공동체인 국가가 민주적으로 통치되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까지 많은 우려가 있었다. 우매한 대중이 투표라는 권리를 가지는 순간 공동체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국가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이제 부정하기 어려운 공리가 되었다.

국가가 민주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면 국가보다 작은 공동체인 주식회사도 그럴 수 있다는 것 역시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주식회사 역시 민주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생각 또는 사상에 기반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한때 정상이라고 받아들였던 개념이 비정상이 되거나 모두를 매료시킨 최신의 생각이 구식이 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기업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상상에 기반을 둔 협동조합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협동조합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더구나 모든 사업을 협동조합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필요와 목적을 확인하고 이를 사업으로 전환할 때 자신들에게 적합한 형태의 사업조직이 무엇인지 잘 고민해보아야 한다. 협동조합은 사람들의 다양한 필요를 사업으로 전환한 다양한 사업조직 형태 중 하나이며,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지배되는 사업조직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시대에서 협동조합이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착한 대안의 하나라는 점은 명백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으로 기업을 상상할 수 있기를! 


강민수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사무국장 coopbiz@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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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중앙동에 자리한 협동조합들. 밝은신협, 한 살림, 밝음의원 등이 함께 사용하는 건물 앞은 협동조합의 
도시 원주를 배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원주의 협동조합운동은 1965년 천주교 원주교구가 설정된 이듬해인 1966년부터 본격화 됐다. 초대 교구장이신 지학순 주교님의 도움으로 무위당 장일순 선생께서 1966년 11월 13일 천주교인 35명과 함께 원주에서 처음으로 신용협동조합을 결성했다. 고리사채로부터 농민과 소상인을 보호하고 자본주의 모순 속에서 사람답게 사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시작한 일이다. 

원주 협동조합 운동 40년 
이후 장일순 선생은 1968년 원주 가톨릭센터에 협동조합 강좌를 개설했고 1969년 10월 13일에는 진광중학교에 협동교육연구소를 여는 것과 동시에 학교 정규과목에 협동조합을 포함시켰고 전국 최초로 학교소비조합을 만들었다. 1972년 원주 밝음신협 설립을 도왔으며 같은 해 발생한 남한강 대홍수 재해대책사업을 이끌면서 협동조합운동을 강원권역으로 확대했다. 1973년 이후에는 저임금 고물가 구조에 시달리는 광산지역(사북, 고한, 태백 등) 노동자를 위해 후학들을 파견, 신용협동조합운동과 소비자협동조합운동을 전개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박정희 정권이 공업중심, 도시중심의 정책을 펼치면서 농촌이 피폐의 길을 걷자 장일순 선생과 지역 협동조합 운동가들은 새로운 협동조합운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고 이에 대한 결과물로 1985년 5월 18일 한살림의 전신인 ‘원주소비자협동조합’을 창립하게 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활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도농상생의 새로운 길, 호혜(互惠)의 길을 연 것이다. 
이처럼 원주 협동조합운동의 역사는 협동조합의 본질에 맞게 주민 삶에 대두되는 문제를 해결해 온 역사라 할 수 있다. 장일순 선생께서는 협동조합을 통해 “만민이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자!”라고 말씀하셨다. 협동조합을 통한 자립과 자치의 지역사회를 꿈꾼 것이다. 

협동조합 간 협동으로 지역 체질을 바꾸자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협동조합운동이 외부적인 금융위기나 제도·환경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협동조합 간 협동이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됐다. 이런 공감 아래 2003년 6월 5일 협동조합과 사회서비스 기관 등 8개 조직을 회원단체로 하는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를 결성하게 됐다. ‘협동과 자치, 생명의 도시를 향하여’를 슬로건으로 한 협의회는 창립 취지문을 통해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녹색도시, 대안사회의 실현 △거대자본에 대항하는 주민참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호 간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 △자연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그린 비즈니스 확대를 통한 생명도시에 걸맞은 산업시스템 안착 △협동경제 이윤의 지역복지 개선 환원을 통한 지역 공동체 건설 등을 천명했다. 
이와 함께 10대 사업과제로 △협동조합운동협의회 활성화 △조합원 참여의 확대 △다양한 분야에서의 여성참여 확대 △지역대학과의 교류 증진 △협동사회연구소 설립 △신규 협동조직의 설립 지원 △지역사회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 △녹색도시 기반 마련 △교육과 문화 활동의 기회 확대 △참여와 자치의 지역사회 건설을 선정했다. 
이후 10대 사업과제는 물론 농업과 농촌, 농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로컬푸드 운동, 조합원 단체 간 교육과 협동기금 조성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협동조합 간 협동을 통해 함께 미래를 꿈꾸며 지역사회의 체질을 바꿔내지 못하면 또 다시 닥쳐올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절박한 깨달음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7월 17일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정관을 개정했다. 회원자격을 ‘협동조합 및 협동운동단체’에서 ‘협동조합과 공동체운동기관, 사회적 기업 등’으로 확대했다. 목적 역시 ‘협동과 자치의 지역사회 건설’에서 ‘협동조합운동 등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운동 활성화’로 변화시켰다. 
각 조직이 설립된 근거를 떠나 같은 지향을 갖고 있는 다양한 조직과 사업의 형태를 활용, 대안적인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8개 단체로 시작한 협의회가 네트워크로 확대되면서 19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와 함께 ‘협동조합 간 협동’을 구호가 아닌 실천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가지 작업을 진행했다. 2010년 10월 회원단체를 상대로 ‘사회적 경제 지표 조사’를 진행하여, 각 단체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고 네트워크 내에서 이를 엮는 작업을 시작했다. 또한, 2011년에는 ‘원주에 사는 즐거움 잔치, 원주 사회적 경제 블록화 사업’ 심포지엄을 진행하여, 23개 단체가 ‘생명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경제 조직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서 단체들은 △공동소유(지향) △민주적 운영 △인간적 사회서비스 실현 △협동을 통한 사회적 목적 구현 등을 추구하는 조직을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규정했다. 또한, △사회적 경제 조직 간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발전을 위한 시스템을 안착시킬 것과 △상호 발전을 위한 시스템을 통해 각 조직의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이를 통해 창출되는 잉여를 사회적 목적 실현에 재투자할 것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각 조직의 주인인 조합원·회원 등의 참여 보장과 정보전달을 위해 힘쓰고 새로운 사회 경제 조작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 등을 결의했다. 
2012년에는 이와 같은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는 ‘원주에 사는 즐거움 잔치 시즌Ⅱ : 협동조합, 원주의 길을 묻다.’를 진행하고 사업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자립과 자치를 위한 네트워크의 꿈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는 2013년 3월 29일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거쳐 5월 30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얻었다. 원주지역 23개 사회적 경제 조직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협동조합 지원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우리의 제일 과제는 조합원 단체 간 협업(協業) 시스템을 완성해 사회적 경제 조직이 자립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상호거래와 상호출자 등은 물론 교육과 공동의 금융기반을 조성해 조합원 단체가 독점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시장질서 안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구축, 주민 삶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 등이 건설될 수 있도록 하고, 이 조직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생태계와 연계할 계획이다. ‘협동조합 지역사회 건설’, 협동조합을 통해 주민 삶과 삶터가 바뀌는 지역사회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잘 발달된 지역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협동조합 간 협동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만들어 자립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본질에 맞는 협동조합 설립과 더불어 협동조합이 발전할 수 있는 필수적인 축 중 하나다. 이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이 예측을 기반으로 한 공동의 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2016년은 원주 협동조합 운동 50년이 되는 해이다. 새로운 앞으로의 50년을 꿈꿀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글 김선기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 gsg93@naver.com
사진제공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소속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 
현재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19개로 이들의 전체 조합원과 회원 수는 총 3만5000여 명(중복가입자 포함)이다. 원주 인구의 10퍼센트, 가구 수로 보면 약 30퍼센트가 조합원인 셈이다. 이들 협동조합의 연간 총 매출액은 300억 원이며 고용인원도 400명에 달한다. 금융, 의료, 공동육아, 교육, 먹을거리 등 그 종류도 다양해 협동조합 안에서 거의 모든 생활을 해결할 수 있다.  
주요 원주지역 협동조합
•원주밝음신용협동조합 : 일반 금융기관의 금융혜택에서 소외된 서민과 영세상공인 등 사회, 경제적 약자들에게 필요한 돈을 융통해주고 자립 지원 
•원주생활협동조합, 원주한살림 : 소비자와 농민이 함께하는 생활협동조합, 친환경 농산물 생산 및 소비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 의료, 건강, 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보건의료전문가, 지역복지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협동조합. 현재 밝음의원, 밝음한의원, 우리동네의원, 건강검진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원주공동육아협동조합 소꿉마당, 참꽃어린이 교육협동조합 : 육아 및 대안교육
•남한강삼도생활협동조합, 원주가농영농조합법인 :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위해 농민들이 만든 협동조합
•원주노인 생활협동조합 : 활기찬 노후 생활 영위와 노인 일자리 창출
•상지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조합원(학생, 교직원, 교수) 생활에 필요한 물자 및 서비스의 공급과 구매사업, 교육사업 진행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7월말 기준으로 2039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가히 협동조합 붐이라 할 만하다. 설립인원을 최소 5명으로 완화하고 금융 및 보험업을 제외한 전 사업 분야에서 협동조합으로 법인을 창립할 수 있도록 한 협동조합기본법 영향이 크다. 거기에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 지역 등 해외 협동조합 성공사례가 전해지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성장만을 향해 달리다 파국으로 치닫는 지금, 협동조합이 대안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협동조합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농업협동조합은 농업분야 협동조합 매출로 봤을 때 세계 3위다. 하지만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정의하는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사업체, ‘자발적으로 연대한 사람들의 자치조직’이 협동조합이라고 할 때 농협은 좀 거리가 멀다. 

협동조합 붐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되는 부분은 이 때문이다. 협동조합이란 이름이 아닌 협동조합의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협동조합이 파국으로 치닫는 지구를 구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 반가운 협동조합 시대,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계해야 할 몇 가지

원주경제사회협동조합네트워크 김선기 사무국장은 “성공하는 협동조합의 시작은 제도에 있는 ‘발기인 5명이 모여 정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본질에 맞게 ‘공통의 사회, 경제, 문화적 욕구 또는 사회적 필요 등을 찾아내고 함께 할 사람을 조직화하고 협동조합을 공부’하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아무리 돈이 많고 사업아이템이 좋더라도 조합원이 될 주민의 필요와 결의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협동조합을 추진한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정부의 역할은 누구든 필요로 하는 협동조합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는 것일 뿐 협동조합의 성패는 조합원들의 자발성에 달렸다고 실무자들은 입을 모은다. 

협동조합은 경쟁이 아닌 협동만이 살 길이다. 조합원 간의 협동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간 협동은 협동조합의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원주지역은 이를 잘 보여준다. 원주의료생협은 먼저 지역에 자리를 잡은 밝은신협, 원주한살림, 원주생협 등이 공동 출자해 탄생했다. 또 2009년 설립한 떡 공장 ‘시루봉’ 역시 원주한살림, 원주카톨릭농민회, 원주지역자활센터 등 네트워크의 회원단체 및 회원 개인이 출자금을 마련했다. 시루봉은 떡에 필요한 원재료를 카톨릭농민회, 원주한살림, 원주생협 등에서 조달하고 생산된 떡 역시 이들 조직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로컬푸드카페협동조합 ‘한그릇애’도 지역 내 협동조합 간의 협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한그릇애’ 안진구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한다면 협동조합의 활동범위 안에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이 아니라 서로 협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협동조합 설계 때부터 그들과 연계해야 한다. 시민단체나 사회적기업도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협동조합의 성장 개념도 다르게 봐야 한다. 안진구 이사장은 협동조합 성장은 일반적인 성장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100명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하나와 10명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10개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후자다. 협동조합의 양적 성장은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키우는 것이다. 질적 성장은 사람의 성장이다. 이는 협동조합의 원칙 중 하나가 조합원의 교육이라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이 때 교육은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안 이사장은 조언한다. 

협동조합을 어떻게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도 중요하다.  특히 공익성을 띄는 협동조합의 경우 사람들의 참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신대 장종익 교수는 일반 대중들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쉽고 도움을 주는 협동조합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협동조합은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우리나라 전력계통상 생산된 에너지를 조합원들이 사용하지 못한다. 에너지를 판매한 금액을 조합원들이 나눠가질 수도 있고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구분조차 모호한 협동조합도 적지 않다.”며 “시민단체는 선의에 호소해 활동을 펼 수 있지만 협동조합은 두루뭉술해서는 안 된다. 왜 필요한지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받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줘야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한 가지 더, 협동조합은 끈기가 필요하다.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으로 운영되다보니 시간이 걸리고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과 일반기업은 민물고기와 바다고기처럼 생존조건이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반기업은 일부 주주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이며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속도와 효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전체 조합원의 사업체이자 결사체다. 조합원들의 자발성과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다. 비록 혼자 빨리 갈 수는 없겠지만 여럿이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것이 바로 협동조합이다.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협동조합 설립 기본 절차 

1. 발기인 모집  조합원 자격을 가진 5인 이상의 발기인을 모집한다. 이때 발기인은 사람뿐만 아니라 법인도 참여가 가능하다.

2. 정관작성  정관은 협동조합의 헌법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협동조합 명칭, 설립목적, 조합원 자격 등 14개 이상의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3. 설립동의자 모집  발기인이 모집되어 정관이 마련되면 협동조합의 설립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집한다. 

4. 창립총회 개최  설립 동의자 과반 이상이 참석하고 출석한 설립동의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의결할 수 있다. 또한 이사장과 임원을 선출한다. 

5. 시도지사 설립 신고  발기인이 사무소 소재지 해당 시도지사에 설립 신고를 한다. 이 때 설립신고서와 관련 서류(정관 1부, 창립총회 의사록 1부, 사업계획서 1부, 설립동의자 명부 1부, 임원명부 1부, 임원의 이력서 및 사진, 수입 및 지출 예산서, 출자자수를 적은 서류, 창립총회 개최 공고문)를 작성해 제출한다. 인가나 허가와 같은 행정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시도지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설립신고필증’을 교부해야 한다. 

6. 사무 인수 및 인계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은 발기인 대표는 지체 없이 협동조합 관련 사무와 서류를 창립총회에서 선출된 이사장에게 인계해야 한다. 

7. 출자금 납입  이사장은 조합원이 되려는 자에게 일정 기일을 정해 정관이 정한 출자금을 납입하게 한다. 모든 조합원은 1좌 이상을 납입해야 하고 1인 조합원 출자금은 전체의 30퍼센트를 넘을 수 없다,

8. 설립등기  출자금 납입을 마친 날부터 14일 이내에 관할등기소에 설립등기를 마쳐야 한다. 이때 제출서류는 정관 1부, 창립총회 의사록 1부, 임원 취임승낙 및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초본, 출자금 납입 확인증명 1부, 이사장 인감증명 1부, 설립신고필증 1부, 등록면허세 영수필 확인서 등이다. 

9. 협동조합 설립  등기가 끝나면 법인격을 갖춘 협동조합 설립이 완료된다. 

출처 『협동조합 참 쉽다』 이대중 지음, 푸른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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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협동조합 에코생협 매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 생활 곳곳에 필요한 협동조합들이 적지 않다. 먹을거리며 의료, 육아, 주택, 에너지 등등 다양하다. 지갑만 여는 소비자에서 참여하는 조합원으로 갈아타보길 권한다. 조합원 활동을 통해 협동조합 가치와 방식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배운다면 협동조합 만드는 일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안전한 먹을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한 

생활협동조합

환경연합 에코생협은 건강한 먹을거리와 지속가능한 소비로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건전한 지역 활동을 원하는 조합원들의 모임이다. 조합원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화장지, 세제 등 친환경 생활용품도 생협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다. 생협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농민)도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생산자 조합원은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소비자 조합원들은 생산자 조합원들의 소득을 보장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농사를 짓기 전 미리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이듬해 생산할 품목과 생산량, 가격 등을 정하기 때문에 물품의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에코생협 소비자 조합원들은 생활재 구매뿐만 아니라 합창단 모임, 세밀화그리기 등 다양한 조합원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에코생협 외에도 두레생협회 소속 회원 생협들, 한살림, 아이쿱 등도 생활협동조합이다. 


우리동네 주치의를 원한다면 의료생활협동조합

의료생협은 의료, 건강, 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함께 하는 조직이다. 일반병원의 소유와 운영은 의료인이 전담하지만 의료생협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용하기 때문에 영리추구보다 병원의 주인인 조합원을 위한 의료기관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진료시간을 늘리는 것이나 의료생협이 운영하는 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이 일반 의원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합회(medcoop.or.kr)를 통해 내가 거주하거나 직장이 위치한 지역에 의료생협이 있는지, 가입이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다. 의료생협은 다른 협동조합과는 달리 300명 이상 조합원이 출자금을 3000만 원 이상 모아야 병원을 설립할 수도 있다.  


육아가 고민이라면 공동육아협동조합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은 부모가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때문에 공동체 성격이 강하고 친환경먹거리 등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부모가 조합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부모 활동이나 조합의 행사는 일반 어린이집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출자금을 기반으로 설립되고 그것이 대개 터전 마련에 이용되므로 출자금이 조금 센 편이다. 하지만 출자금은 조합을 탈퇴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의 운영비는 출자금 외에 매월 납부하는 보육료에서 나온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가까운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은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gongdong.or.kr) 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어린이집에 문의하면 어린이집 운영과 가입, 출자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 설립 및 운영 지원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을 꿈꾼다면 

햇빛에너지협동조합

우리동네햇빛발전소는 위험천만한 핵 발전 에너지를 거부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꿈꾸는 시민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조합원들은 출자금으로 서울 삼각산고등학교 옥상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했다.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한전에 파는데 이 때 얻어지는 수익은 조합원에게 배당하고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위한 에너지 교육, 햇빛발전소 확대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동네햇빛발전소 1호기 출자자는 마감이 됐지만 2호기 건설을 위해 출자자를 모집중이다. 우리동네햇빛발전소 외에도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수원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등 지역 곳곳에서 햇빛발전협동조합이 만들어 지고 있으니 관심을 갖는다면 협동조합에서 에너지 전환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