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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디트로이트를 가다- 재정난, 시정부 무능오류부정부패등 파산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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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산’ 디트로이트를 가다-上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23일(月)
빚 180억달러 중 60억달러가 퇴직공무원에게 줄 연금

■ 파산 5대원인

지난 7월 18일 파산보호신청을 했던 ‘자동차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시 파산의 직접적 원인은 공장 이전 및 인구감소에 따른 세수부족의 결과로 나타난 재정난이다. 하지만 파산의 밑바닥에는 미국자동차 산업을 볼모로 삼아 강성투쟁을 벌였던 자동차 노조가 있고, 도시 경쟁력을 확충하지 못한 시정부의 무능과 오류, 부정·부패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선심성 복지정책의 남발이 깔려 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디트로이트시 파산의 원인을 두 차례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1. 디트로이트 시내.

“빅3의 본산인 자동차 왕국, ‘모터 시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볼티모어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지난 11일 오후 6시 디트로이트 웨인카운티 공항(DTW)에 내려앉자 기장은 착륙방송을 내보냈다. 파산한 도시의 관문답지 않게 공항에는 그래도 활기가 흘렀다. 엄청난 북새통은 아닐지라도 미국의 여느 도시 공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탑승했던 더글러스 MD-88 델타항공 1737편도 150명의 정원을 모두 채웠다. 파산에 따른 불안한 표정을 예상했지만 사람들의 얼굴에 특별히 어두운 그림자는 없었다.

해답은 공항 안내데스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공항이 위치한 곳은 미시간주 로물루스시, 디트로이트시까지는 자동차로 20여 분을 다시 가야 한다. 보통 ‘디트로이트’라는 광역 개념으로 불리지만 파산한 디트로이트시와는 다른 도시다. 디트로이트 시내에 본사가 있는 회사는 빅3중에는 GM이 유일하다. 포드 자동차 본사는 디어본, 크라이슬러 본사는 어번힐스에 위치해 있다. 디트로이트 시내로 들어가는 94번 고속도로에는 자동차를 실어나르는 트레일러 차량이 곳곳에서 보였다. 도로위에는 파산의 흔적이 그렇게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내로 들어가자 마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수요일 오후 6시 한창 붐빌 퇴근시간대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자동차도 거의 없고 인적도 드물었다. 컨벤션센터인 코보센터는 공사용 철제 펜스가 쳐져 있지만 분주하게 공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제퍼슨 애비뉴에는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의 르네상스 센터가 있다. GM의 지난 8월 판매대수는 27만5847대로 전년동기 대비 14.7% 증가했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무려 4년 11개월만에 최대 판매치다. 2위인 포드 역시 8월중 21만3078대의 자동차를 팔아 전년동기 대비 12% 성장했다. 2009년 파산보호신청을 했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고 있었다.

밤이 되면서 디트로이트시는 어둠에 잠겼다. 1층 상점은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았고, 광고물도 보이지 않았다. 곳곳에 철거를 하다가 중단된 듯한 건물과 임대 푯말만 눈에 들어왔다.


#2. 비스트로 분수 광장.

“디트로이트 시내를 밤에 DSLR 카메라를 메고 혼자 걸어 다녔다고요? 어휴, 정말 운이 좋았네요. 어제 비바람이 불어 노상강도들과 부랑자들이 밖에 나오지 않았나 봅니다.” 코트라의 김기준 디트로이트 무역관장은 깜짝 놀라며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디트로이트시는 멤피스, 스프링필드, 플린트, 앵커리지와 함께 미국내에서도 강력범죄 발생 톱 5 도시 중 하나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인구10만 명당 2123건의 폭력범죄와 55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시내에 직장이 있는 공무원들, 금융업 종사자들, GM 본사 직원들은 일과가 끝나면 대부분 집이 있는 인근 도시로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디트로이트시의 인구는 1950년에는 180만여 명에 달했다. 1960,1970년대 이후 공장들이 차츰 외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인구가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70만여 명까지 줄었다. 백인 중산층들이 떠난 도시에는 흑인들이 남았다. 현재 디트로이트시 인구의 83%가 흑인이다. 인구감소로 인한 세수부족은 보건, 환경 등 공공행정 서비스는 물론, 치안의 공백을 불러왔고 도심 공동화 현상은 가속화됐다. 잘사는 흑인들마저 자녀교육과 안전을 위해 주거지를 인근 도시로 옮기면서 디트로이트시는 거대한 ‘슬럼’으로 변해갔다.

시당국은 지난 7월 18일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의 승인을 얻어 연방법원에 챕터9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디트로이트시의 케빈 오어 비상관리인은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나긴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180억 달러를 넘는 부채의 3분의 2는 무담보채권과 부채, 3분의 1은 퇴직 공무원들에게 지급할 연금 등이다.


#3. 폴타운 이스트 주변.

GM 본사에서 북동쪽으로 4.5㎞ 정도 떨어진 폴타운 이스트 주변은 문자 그대로 폐허였다. 75번 고속도로 오른편으로는 골조만 남은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폭격을 맞은 도시를 방불케 했다. 벽에는 낙서가 가득했고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 있었다. 1985년 GM은 ‘캐딜락’ 생산을 늘리기 위해 폴타운에 새로운 조립공장을 완공했다. 미국 자동차의 대명사인 캐딜락은 소비자들에게는 품질과 신뢰 자체였다. 디트로이트시에는 공장이전과 인구감소 현상이 있기는 했지만 몰락으로 갈지는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

폴타운 이스트 지역은 2009년 GM의 파산보호신청으로 급속하게 황폐화됐다. 위기에 몰렸던 GM은 미국 전역에서 자동차 조립라인 가동을 축소했고, 생산시설의 폐쇄에 들어갔다. 부품업체들에 GM의 파산보호신청은 공장가동 중지통보나 다를 바 없었다. 캐딜락도 명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최근 폴타운 조립공장은 생산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한번 빠져나간 부품업체들은 다른 지역에 터를 잡고 돌아오지 않았다. 방치된 건물은 공장만이 아니었다. 이용자가 없는 공공기관 건물, 복지회관들도 그대로 버려졌다.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브류스터 윌러 렉센터’는 부서진 건물 외벽에 글자만 남았다.

디트로이트 = 글·사진 이제교 특파원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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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산’ 디트로이트를 가다-上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23일(月)
“지난 10년간 車노조 강경투쟁 때문”
■ 버나드 스웨이키 CAR 선임연구원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의 버나드 스웨이키 선임연구원은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은 오랜기간 누적된 재정문제가 주원인이었고,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도 유연성을 보이면서 회사와 협력하고 있어 미국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2일 미시간주 앤아버에 위치한 CAR 사옥에서 그를 만나 디트로이트시의 파산과 미국 자동차산업의 관계 및 앞으로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7월18일 디트로이트시의 파산보호 신청은 전세계적인 뉴스였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는 상징성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사실 디트로이트시는 수십 년 동안 심각한 재정난에 처해 있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디트로이트시 자체보다는 외곽 도시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 구조적으로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이 빅3의 영업이나 생산, 다른 산업활동에도 해로운 요소가 없다고 생각한다. 포드 본사는 디트로이트시 외곽 도시인 디어본, 크라이슬러 본사는 어번힐스에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2009년 구제금융을 신청할 정도로 위기를 겪었다. 일부에서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쇠퇴가 강성으로 유명한 UAW 때문이라는 지적도 한다.

“UAW는 지난 10여 년 동안 강경원칙투쟁 노선에서 벗어나 경영진과 협조해 나가는 유연성을 보여왔다. 영향력도 과거와 달리 점점 약해지고 있다. UAW는 빅3에 위기가 몰려오면서 2단계 임금계층구조(Two Tier Wage Structure)에도 동의했다. 동일한 조립라인에서 임금을 적게 받는 노동자들의 작업을 인정하고 있다. 과거 같았으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UAW의 태도가 변한 이유는 무엇인가.

“생존을 위한 전략적 측면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따라서 UAW는 최근 외국계 자동차 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 UAW는 테네시주 채터누가의 폭스바겐 공장의 노조 설립에 전력을 쏟고 있다. 근로자들이 ‘UAW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볼 때, 강경 투쟁 원칙보다는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 UAW는 지금 ‘새로운 길’을 외치고 있다.”

―디트로이트시가 앞으로도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디트로이트시 주변처럼 자동차 산업의 인프라가 집약된 곳이 없다. 자동차 산업을 인체로 본다면, 연구·개발을 하고, 판매와 경영을 결정하는 머리는 여전히 디트로이트시에 있다. 팔과 다른 기관들은 물론 다른 지역에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

디트로이트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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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산’ 디트로이트를 가다-上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23일(月)
치안 부재

 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

한밤중 디트로이트 시내를 걸어다니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행위와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디트로이트의 밤은 위험하다. 지난 11일 비가 와서 더 을씨년스러운 디트로이트 거리의 야경. 건물을 헐어낸 뒤 쳐놓은 철제 펜스 옆에 교통표지물이 제멋대로 나뒹굴고 있다.

디트로이트 = 이제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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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산’ 디트로이트를 가다-下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24일(火)
선심정책 남발·혁신 개혁 ‘無’… 시카고·휴스턴도 ‘시한폭탄’

■ 재정적자의 중병 ■ 탈세·공짜복지의 도시

▲ ‘유령도시’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20년 동안 시장으로 재직했던 콜맨 영의 이름을 붙인 디트로이트시의 ‘콜맨 영 시정센터’ 1층 회전문에 지난 12일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건물을 폐쇄합니다’라는 빨간색 문구가 붙어 있다. 영 시장 이후 네 명의 흑인 정치인들이 시장에 올랐지만 선심성 사회복지 정책을 유지하고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외면하면서 결국 디트로이트시는 파산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
한때 미국 5위권 대도시로 번영을 구가했던 디트로이트시가 자동차 산업의 쇠퇴와 기업·인구 유출의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선심성 복지정책을 남발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1701년 프랑스 탐험가 앙투안 캐딜락이 ‘디트로이트(d‘Etroit·해협)’라고 명명한 정착촌을 세우면서 시작된 312년의 역사에도 음울한 그림자가 뒤덮였다. 앙투안 캐딜락의 이름에서 따왔던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GM의 자존심인 캐딜락 브랜드도 상처를 입었다. 만성적 재정적자의 중병에 부정·부패가 만연한 디트로이트시는 혁신과 개혁이 없는 한 파산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 문 닫은 ‘콜맨 영 시정센터’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건물을 폐쇄합니다.’ 지난 12일 오후 디트로이트시 우드워드와 제퍼슨 애비뉴에 위치한 ‘콜맨 영 시정센터(Coleman Young Municipal Center)’의 1층 회전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경비원 한 명만 잠시 입구를 지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떴다. 문에는 빨간색 건물 폐쇄 공고가 나붙었고, 유리창으로 들여다본 로비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버몬트산 흰색 대리석으로 외벽을 장식한 21층 높이의 건물은 1954년 완공 이후 60년 동안 디트로이트시 행정의 중심이었다. 시청 부서의 사무실과 회의실, 재판정이 있었고 공무원연금 관련 부서도 이곳에 위치했다.

하지만 월급을 지급할 돈이 없어 시 공무원들은 출근을 못하고 있고, 치안유지와 긴급구조의 비상업무만 간신히 돌아간다. 범죄신고를 해도 경찰은 1시간이 지나야 출동하기 일쑤고, 앰뷸런스를 불러도 30여 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인터넷에서는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을 놓고 보수 대 진보의 논쟁이 펼쳐졌다. 짐 릴레이라는 네티즌은 “디트로이트시의 몰락에 대해 비판받아야 하는 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콜맨 영 시장”이라며 “디트로이트시가 재앙으로 가는 길을 그가 깔아 놓았다”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영 시장은 시의 회생을 위해 노력했던 ‘위대한 전사’”라고 맞섰다. 일부는 GM의 폴타운 공장 유치, 시립병원 건립, 강변 콘도 건설 등 일자리 창출에 매진한 시장이라는 옹호론도 제기됐다.

흑인인 영 시장은 1974∼1993년까지 20년 동안 시장으로 재직했다. 청년시절 포드자동차 근무 시 급진 노조 활동으로 회사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노동운동가 출신 인사다. 1940, 1950년대에는 전미자동차노조(UAW)에 몸담았고, 한때 공산주의 조직에도 가담해 연방수사국(FBI)의 감시까지 받았다. 백인들이 디트로이트시를 떠나고 다수 인종으로 떠오른 흑인들의 지지를 얻은 그는 시장에 올라 초기에 연금제도 개혁을 시 운영위원회에 건의했다.

하지만 별다른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연금 개혁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후 미 프로농구(NBA) 스타 출신인 현 데이브 빙 시장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네 명의 흑인 정치인들이 줄곧 시장에 당선됐지만 재정을 돌보지 않고 사회복지 정책을 유지해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 만연된 탈세와 ‘눈덩이’연금 부담

“디트로이트시에서 세금 제대로 내는 시민이 몇 명이나 될까요.” 미시간주 워렌에서 만난 교민 A(41) 씨는 디트로이트시에서는 탈세 비리가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첵 캐싱(Check-cashing)’. 자영업자들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급여를 개인수표인 ‘첵’으로 지급한다.

소득세를 공제하지 않는 대신, 적당한 선에서 지급액의 타협이 이뤄진다. 근로자는 첵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꾼다. 고용주들은 인건비가 적게 나가고, 근로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손님들에게 현금을 요구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첵 캐싱으로 급여를 받은 근로자들은 일을 하고 있지만 통계상으로는 실업자들이다. 연방정부와 시정부에 실업자로 분류돼 각종 사회복지제도 수혜대상이 된다. 연평균 개인소득이 1만4000달러(약 1500만 원) 미만이거나 4인가구 기준으로 2만8668달러(약 3000만 원)를 넘지 않으면 푸드 스탬프도 받는다.

연방정부와 시정부가 일정금액을 분담하는 푸드 스탬프를 받으면 1인당 월평균 최대 200달러의 식료품을 무료로 살 수 있다. 앞으로 시행예정인 의료보장제도인 ‘오바마 케어’의 정부 보조금도 챙길 수 있다. A 씨는 “디트로이트시에서는 편하게 살려면 민주당 출신 대통령과 시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시의 최대 고민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무원연금 지금액이다. 전체 180억 달러의 부채 중 상·하수도 부서 채권이 59억 달러, 지방정부 채권이 29억 달러, 펀드 조성이 안 된 현직 공무원들에 대한 미래 연금 지급액이 35억 달러 규모다. 더구나 3만여 명에 달하는 은퇴 공무원들에게도 무려 57억 달러의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직과 퇴직 공무원의 비율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39% 대 61%를 기록해 ‘소수의 현직자가 다수의 퇴직자’를 먹여 살려야 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현재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간 시정부는 연금 삭감을 검토하고 있지만 퇴직자들은 법정 투쟁을 벌일 기세다. 1980년대에 연간 20억 달러 안팎을 오르내렸던 세수는 2000년대 들어 10억 달러를 조금 넘는 규모로 주저앉아 자체 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줄줄이 대기 중인 ‘파산의 도시’

파산의 그림자는 디트로이트시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도 드리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미국 최대 대도시 중 하나인 시카고 역시 공무원연금 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카고의 펀드 조성이 안 된 공무원연금 지급 채무는 190억 달러에 달한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람 이매뉴얼 시장은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뛰고 있지만 확실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미 서북부에서 시애틀에 이어 두 번째로 커다란 대도시인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네바다주 오마하의 연금 지급 부채도 14억 달러다. 필라델피아, 해리스버그, 휴스턴도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공무원연금 부채와 산업활동 위축,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세수 부족의 고질병을 앓고 있다. 변화하는 외부환경과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을 외면한 미국의 도시들은 파산이라는 선심정치의 종착역으로 향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 글·사진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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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산’ 디트로이트를 가다-下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24일(火)
“부실 市政·기업 유출·인프라 낙후 탓”

■ 벨조우스키 미시간주립大 연구원, 파산 원인 분석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

12일 미시간주 앤아버의 미시간주립대 교통연구소에서 만난 브루스 벨조우스키 자동차산업 분석 연구원은 디트로이트시의 파산 원인을 기업과 인구 유출, 사회 인프라 낙후, 시정부의 부실정책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에게 미국 자동차 업체의 최근 상황과 기업경영에 좋은 도시의 조건 등을 들어봤다.

―2009년 파산보호신청 이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의 상황은 최근 어떤가.

“빅3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운사이징에 들어갔다. 화이트칼라 회사원을 줄였고, 블루칼라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공장들이 폐쇄됐고, 대량감원이 이뤄졌으며 사업계획도 폐기됐다. GM의 경우 너무나 많은 공장에 너무나 많은 근로자, 너무나 많은 브랜드가 있었다. 노동자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회생에 성공했다.”

―노동자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경영과 노동 두 부분이 모두 변했다. 과거에는 노동자들이 회사의 판매·매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급여 계약을 할 때 일정액과 함께 이익 규모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을 병행한다. 상생협력이 제도적으로 정착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변화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현재의 노동자들은 ‘뉴 워커’들이다. 과거 UAW가 강경투쟁을 벌였던 옛날 시스템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은퇴했다. 뉴 워커들은 회사가 잘되면 근로자도 잘되고, 회사가 어려우면 근로자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UAW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렇게 답을 한 뒤 “그런데 현대·기아차 파업은 끝났는가”라고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12일 시점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더니 “강성인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 소식은 미국 자동차산업 분석가들 사이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파산의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들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화이트칼라, 블루칼라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거나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연금 지급액도 삭감될 것이다. 결국 모두가 피해자들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의 조건, 디트로이트의 교훈은 무엇인가.

“정부는 기업에 싼 가격으로 토지를 공급하고, 세금을 환급해 주고, 우수한 인프라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안정적인 노동정책도 필요하다. 이 같은 조건을 제공하지 않은 부실정책이 기업들을 빠져나가게 하고 디트로이트를 파산으로 끌고 갔다.”

앤아버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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