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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살아야 서울이 산다--김학민(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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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살아야 서울이 산다


김학민(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우리나라는 지난 40여 년간 수도권에 인프라를 집중 건설함으로써 빠르고도 압축적인 산업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수도권 중심의 압축성장의 성과는 수도권의 과밀화와 지방의 극심한 정체와 저발전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야기했다.

  이러한 수도권과 지방, 지역과 지역간의 불균형 발전은 자치단체를 넘어 주민간의 갈등으로 심화되어 국민통합조차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간의 불균형 발전은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또 전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로 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 한정된 국토 이용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고, 그리하여 국가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동안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공장총량제, 과밀부담금제 등 각종 규제로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진입을 억제하는 접근법을 펴왔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도권은 공룡처럼 팽창하여 왔다. 그러한 규제가 수도권 팽창의 효율적 억제책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방 발전의 반대급부조차 되지 못한 것은 이미 지방이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이 모두 소진되었을 정도로 피폐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방육성정책이 필요한 것이고, 수도권 또한 지금까지와는 차별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발전정책의 수립이 요청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수도권은 노동․자본 위주의 양적 팽창을 지양, 지식․기술 중심의 질적 발전으로 전환해야 하고, 지방은 스스로의 혁신과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물적 토대를 통해 소진된 발전역량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수도권의 홀대나 지역 이기주의의 소산이라는 감정적 대응으로 보아서는 안되며, 또 공공기관의 분산이 정부 효율을 낮출 것이라는 나무만 보고 숲을 못보는 단선적 대응 또한 무책임한 논리라 할 수 있다.

  지방의 피폐화는 단순히 경제의 침체만이 아니다. 지방의 피폐화는 문화, 교육, 복지 등 사회 전 부문의 침체와 붕괴를 잇따르게 한다. 일례로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공계 및 지방대학에 교육환경개선자금을 집중 배정하고 있지만, 지방이 피폐해진 상태에서는 도대체 깨진 독에 물붓기로 끝이 없다. 아무리 우수한 교수진과 교육시설을 갖추어도 지방이라는 하나의 이유 때문에 지방대학은 정원을 70%도 못채우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2012년까지 지방으로 이전하는 176개 공공기관이 모두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맞춰 착착 이전계획을 실천하고 있겠지만,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지방이전 준비과정을 보다 주체적으로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2005년 6월 24일 정부의 지방 이전지 확정 및 계획이 발표되자 바로 당일에 재단 이름으로 환영성명을 냈다. 그리하여 이전지역의 선호를 놓고 설왕설래하던 다른 기관들과는 달리 재단의 이전지인 대구시와 대구지역 언론들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과의 수차에 걸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지방이전계획의 컨센서스를 모으는 노력을 계속적으로 벌였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전국의 사립학교 행정, 경영 관련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연 15회 이상의 전문성 강화 연수를 실시한다. 재단은 이전계획이 구체화한 2006년부터 1년에 몇 차례의 연수를 대구지역에서 실시했다. 지역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 이전지역과 화학적 결합을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는 또한 한국사학진흥재단의 고객인 사립학교들에게 재단이 대구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사실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유도하자는 생각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07년 신입사원 모집에 대구지역 고교, 대학 출신자들이 많이 지원했다. 그 결과 당연히 대구지역에 연고가 있거나 이전후 대구지역에 거주하여 근무할 인재들이 선발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그 동안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정책을 적극 받아들여 기정사실화하고, 이전지와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2012년까지 176개 공공기관 이전이 모두 완료된다 해도 2013년부터 혁명적으로 지방이 발전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혁명이 아니라고 해서 혁신조차 하지 않으면 안된다. 혁신도 차근차근 쌓이면 바로 혁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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