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일본산 수산물을 | | | ▲ 고현욱(국회입법조사처장) |
비롯한 식품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20일 도쿄 전력 제1원전의 오염수가 유출되었음이 발표되어 최근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 소위 인터넷 괴담이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국내에 수입되는 일본산 농수축산물과 수입식품에 대해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인 식품은 수입 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 또한 방사능 검사 증명서 또는 생산지 증명서의 제출을 의무화하며 방사능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수산물을 출하 금지하고 있는 8개현뿐만 아니라 일본산 수산물의 전면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 대책의 문제점과 각계의 요구와 쟁점을 분석하고 대응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식품 방사능 안전관리 대응현황
일본은 원전 사고 이후 「식품위생법」에 의거한 음식물에 관한 잠정규제치를 강화하여 방사성 세슘의 경우 100베크렐(Bq/kg)1)로 기준을 강화하였고, 이를 근거로 한국과 유럽연합도 일본산 식품에 대해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8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개정해 식품의 방사성 물질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2012년 7월 기타 핵종은 필요한 경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기준을 준용하도록 하였다. <표 1>과 같이 일본산 식품의 방사성 세슘은 100베크렐로, 영유아식품의 방사성 요오드는 100베크렐로 기준을 상향 조정하였다. 한편, 일본의 원전 사고와 관련하여 베타(β) 핵종인 스트론튬(Sr) 검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스트론튬은 세슘과 함께 비례적으로 검출되는 지표이고 또한 일본에서 직접 오염된 지역에서의 식품의 생산 및 수확을 금지하고 있어 현재 검사는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하여 실시하고 있지 않다는 정부의 입장이다. 일본산 식품은 수입할 때마다 식약처에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추가 조치를 실시한다. 농산물·가공식품·식품첨가물의 경우엔 플루토늄이나 스트론튬과 같은 핵종에 대해 비오염 증명서를 요구함으로써 수입을 차단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출하를 제한한 품목(농산물 13개현 26개, 수산물 8개현 49개 품목)만 수입금지를 조치하였던 것을 지난 9월 6일에는 8개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한다는 당정합의 결과 수준으로 발표 한 바 있다. 방사능 검사 확대, 원산지 단속 강화 등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계속되자 나온 조치다. 하지만 실제 당정합의 전과 후의 큰 차이는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 각계의 요구와 쟁점
(1) 안전기준으로 방사성 물질 관리기준 일본 사고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이후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기준치 이내면 안심할 수준’ 이라는 입장과 ‘미량이라도 조심해야 할 위해물질’이라는 입장이 있다.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 세슘 기준은 미국 1,200Bq/kg이며 유럽연합은 500Bq/kg로 한국의 기준보다 각각 12배, 5배가 높다. 현재의 방사성 물질 관리기준도 위해할 수 있다는 입장은 100mSv2) 이하 피폭량(저선량 피폭)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없기 때문에 나온 주장이다.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에 대해 ‘절대 안전하다’와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생활협동조합 및 시민단체는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을 통제할 수 없어 계속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돼 방사능 오염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으며, 1990년에 설립된 독일방사선방호협회라는 시민단체가 권고하는 내부피폭량 기준으로 식품을 공급해야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협회의 방사능 기준에 따르면, 방사성 요오드는 0Bq, 방사성 세슘은 8~16Bq로, 독일 정부의 공식적인 방사성 세슘 기준치인 200~500Bq과는 큰 차이가 있다. (2) 방사성 물질의 검사결과의 불신 식품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사 횟수 등의 확대로는 검사결과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는 일본산 식품 전체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입장이고, 식약처는 수입제품 전체를 방사능 조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법을 통해 전체 조사에 준하는 정밀조사를 하기 때문에 오차는 거의 없으며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3) 일본산 전면 수입금지 요구 정부는 특히 일부 시민단체가 기준으로 삼는 독일방사선방호협회의 기준치에도 적합한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 금지할 과학적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잠정적 일본산 수입 금지조치는 일본이 출하를 금지한 품목으로 사실상 수입이 안되는 품목이라는 점, 일본 정부의 발표와 조치를 답습하고 있는 소극적인 수준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불신을 낳고 있다. 세계 각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수출입식품에 대한 오염 규제를 강화하고, 수입 금지 조치나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등 일본산 식품 수입 시 관리대책의 강약을 조절하여 시기별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4) 정보 공개의 범위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의 종류와 수입량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방사능 검사를 전수조사하고, 기준치 이내의 식품이더라도 그 결과를 공개하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요구이다. 현재 식약처는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수입된 일본산 수산물의 종류와 수입량, 방사능 검사 수치를 포함하여 관련 내용(검사일자, 품명, 중량, 검출수치)을 식약처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직접 눈으로 식품의 방사능 수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소비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환경운동연합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시민 방사능 감시센터'는 자체적으로 방사능검사를 실시하고 일반인으로부터 성분 측정 신청을 받고 있으며, 측정한 결과는 공개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도 8월 28일부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민 참여를 위한 방안으로 원양산 수산물의 방사능 안전성 분석을 월2회 공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향후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결과 정보 공개에 대한 논란은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정보 공개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5) 원산지표시 불신 우리나라의 식품 유통체계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전면적인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없이는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산(원양산) 또는 러시아산 등으로 둔갑할 수 있어 수산물의 원산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다는 여론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6월 말부터 8월말까지 3개월 동안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지자체, 해양경찰청 등과 함께 특별지도단속을 실시하고 있는데, 일본산 수산물을 러시아산으로 속여 판매한 음식점이 적발되는 등 실제 투명하게 유통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6) 방사능 오염식품 사용 금지 경기도 의회는 조평호 의원 대표발의로 지난 6월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이 조례를 근거로 시민단체는 다른 지자체도 학교급식 등에 방사능오염 식품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위생법상 위해식품의 유통 판매금지규정과 식약처 고시인 식품공전에서 정한 내용을 재확인, 강조하는 수준이다. 조례의 내용대로 시행하려면 조직, 설비, 인력 배치 등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고 안전성을 재검증하는 사안에 대한 사회적 비용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4. 입법적 제안사항
식품위해사고의 대응은 국내에서 발생하였을 때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국에서 발생하여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위해 요소일 경우 방사능 오염사고는 실제 중국에서 발생하는 황사현상처럼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쿄전력의 사고원전이 완전히 폐쇄될 때까지는 평상 시 와는 다른 위기상황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처 할 수 있는 과학적 검증과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위해소통(risk communication)과 수입 금지 등 통상 및 위생협정 관련 조치, 검역 강화 등 정책 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는 조직의 운영 등 제도적인 보완이 요구된다. 현재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총괄기능과 위해 소통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쉽다. 구제역 대응사례와 같이 주변국(중국, 일본 등)의 위해사고(방사능 유출, 방사능 오염) 발생 시 국내 대응체계를 평상 시 관리체계와는 차별화하여 사고의 진전에 따라 엄정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할 것이다. 방사능은 식품의 정상적인 생산단계에서 오염이 되는 위해요소가 아니고, 그것의 유출 사고로 인해 오염되는 위해요소이므로 다른 위해 요소와 차별화하여 관리해야 한다. 현 <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약처 고시)에 정하고 있는 방사능 관리기준으로는 오염사고 발생 시 방사성 물질의 특성을 반영하거나 심각성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국민을 안심시키기에는 미약한 입법수준이다. 식품안전관리기본법에 위해 요소별 관리조항을 마련하여 위해사고 발생 시 국가차원에서 우선 대처할 수 있는 사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근거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구체적인 관리기준의 근거는 식품위생법에 신소재식품(GMO, 나노식품) 등 위해가 우려되거나 심각도가 높은 위해요소의 관리를 명시한 사례와 같이 방사능 오염도 별도로 규정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 나가며
사고 원전이 완전히 폐쇄되기 전에는 인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까지 고려하면 지금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검출 수준이 적다하더라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정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독자적으로 식품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식품 방사능 오염에 대한 정보분석 능력과 관리능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단기적으로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거나 일본의 방사능 오염 수준이 정상화될 때까지 정부는 전면적인 수입금지 조치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 면에서 가장 비용효율이 높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공개는 정부, 관련업계와 소비자 간 신뢰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된다. 일방향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벗어나 소비자와 관련 업계(유통업계, 수입업계, 전문가), 정부가 함께 소통의 기회를 넓혀야 오해와 불신의 벽이 좁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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