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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외교관' 게스트하우스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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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 김병화 기자 | 입력 2013.09.10 11
서울에만 400개 추정… 잠자리에서 '문화교류 공간' 탈바꿈


"싸이의 유투브 동영상을 보고 나니 한국이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래서 무작정 날아왔어요. 숙박 문제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주인아저씨도 친절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정말 다행이에요."(게스트하우스에 투숙 중인 외국인 관광객 로시(이탈리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최근엔 크레옹팝의 '빠빠빠'까지 빌보드 차트에 오르며 뜨거운 한류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이러한 K-팝 열풍에 힘입어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숙박시설 '게스트하우스'의 인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관광객 수는 1100만여명에 달하며, 이는 2015년 1380만여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한국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숙박시설은 바로 게스트하우스다.

이처럼 게스트하우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스트하우스는 간단한 시설이 갖춰져 있는 저렴한 여행자용 숙소를 일컫는다. 보통 방 1개에 2층 침대가 5~6개 촘촘히 놓여 있고, 주방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특히 숙박비는 하루에 1인당 2만~5만원선으로 저렴하다. 호텔보다 훨씬 저렴한 착한(?) 숙박비는 게스트하우스가 외국인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유지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무래도 한류열풍 때문에 아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젊은층들이 한국을 찾다보니 고가의 호텔보다는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며 "이에 따라 홍대나 종로 등에 게스트하우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비스도 홈스테이 서비스부터 좀 더 전문적인 서비스까지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진화는 무죄!


사랑받는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게스트하우스의 진화도 무죄다. 전문가들은 대안 숙박시설에 불과했던 게스트하우스가 양적인 팽창은 물론, 서비스나 질적인 측면에서도 진화하며 새로운 숙박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지윤 책임연구원은 "게스트하우스는 이제 더 이상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면서 "같은 목적을 가진 여행자들과 만나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인 호스트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한국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진화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게스트하우스들의 가장 큰 특징은 숙박객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준다는 점이다. 마당이나 옥상을 활용해 바비큐파티장을 만들거나, 카페와 같은 공간을 마련해 숙박객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외국인 배낭여행객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게스트하우스들은 서로 인사하며 친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부족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면서 게스트하우스의 진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북촌 인근의 한옥 게스트하우스도 그저 한옥에 머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도와 서예를 비롯해 김치 담그기, 한복 입어보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커지는 게스트하우스시장 "하루하루가 다르네"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게스트하우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일부지역에 밀집해 있던 게스트하우스는 부산·경주·대구·여수·제주도 등 전국으로 퍼졌다.

실제로 서울시에 등록된 게스트하우스는 올해 상반기 23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외 등록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까지 포함하면 400여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스트하우스의 확장에는 정부도 한몫 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지정제도'(이하 도시민박업)를 시행해 게스트하우스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이에 따라 총면적 230㎡ 미만(70평) 단독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에 거주하는 사람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소로 지정받아 외국인 숙박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김모씨(53)는 "도시민박업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가 까다롭지 않다"며 "기존 주택도 세대주가 구청에 신고만 하면 빈방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도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게스트하우스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달간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117만명을 넘어서며 역대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제주도에는 유명관광지와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게스트하우스가 다수 포진해 있다. 비단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관광객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게스트하우스시장의 확장은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되는 운명이다.

◆민간외교의 첨병역할 수행…정부 지원 '절실'


앞서 언급했듯 게스트하우스는 더 이상 대체숙박시설이 아니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무사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운영 및 관리 활성화 지원이 필요하다. 게스트하우스의 대부분이 중년 이후의 노부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 홍보 및 마케팅, 매칭 등에 있어서는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서비스의 제고 및 문화체험 상품 개발,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등을 통한 홍보 마케팅 및 매칭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이 요구된다.

한 게스트하우스 대표는 "예약을 대부분 전화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언어의 장벽이 너무 크다"면서 "예약대행 사이트가 있긴 하지만 20% 정도의 수수료가 너무 부담스러워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력 및 서비스의 전문화도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유지윤 책임연구원은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이 다양한 외국인을 수용하며 민간외교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및 수용력이 낮은 편"이라며 "인력 및 서비스의 전문화를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www.moneyweek.co.kr) 제2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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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김병화기자 mt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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