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의 경영공시

2013. 9. 8. 17:58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의 경영공시

 

투명경영의 장치…사회·환경 성과도 공개

주주총회 시즌이다. 주식회사 간판을 달고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받는 곳이면 어디든 주총 준비에 여념이 없을 시기다. 주총은 주주들을 위한 행사다. 그간의 경영 성과와 향후 투자 전략을 설명하는 주식회사의 가장 큰 경영 성과 공시의 날이다.

최근 사회적기업도 이런 경험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약 6개월 동안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사회적기업 24곳이 참여하는 사회적기업 경영공시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서울 및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에 분포한 다양한 사회적기업들이 참여해 교육과 자문을 거쳐 자발적으로 개별 사회적기업의 경영 성과를 공시했다.

자본 유치·제품 홍보 등 쓸모 다양

기존 영리기업의 경영공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 및 환경적 성과 전반을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웹페이지상에 공개한 것이다.

경영공시에 사회적기업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영리기업과 마찬가지로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싶을 때다. 사회적기업은 경영공시를 통해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품 및 서비스 홍보를 통해 판로를 확대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떠한 가치를 갖고 있는지 구매자에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사회적기업이 경영공시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투명한 경영’이다. 사회적기업은 일반 영리기업과 달리 시장으로부터 평가받을 기회가 적다. 주식이나 채권 등을 통해 투자자나 제3의 기관으로부터 평가받을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반면 시장과 사회로부터는 그 어떤 곳보다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내부 평가체계를 개발해 스스로 성과 평가를 게을리해선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장애인과 이주여성을 고용해 다양한 가죽제품과 캐릭터 상품을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두루행복 나눔터’ 이문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적기업은 정부로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지역 기반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어요. 따라서 그 어떤 곳보다 투명하고 깨끗한 경영이 필요한 곳입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에 맞는 마땅한 평가기준이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경영공시 참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실제로 이번 경영공시에 참가한 사회적기업가들은 가장 큰 성과로 경영공시 담당자를 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정리하는 ‘지속가능한 경영공시 시스템 구축’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지속가능한 평가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얻고 이를 시장의 지지로 연계하겠다는 속내를 밝혔다.

물론 사회적기업 경영공시 사업에 성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향후 개선 사항에 대한 조언도 적잖았다.

단계·수준별로 지표 차등적용해야

우선, 단계 및 수준별 경영공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사업의 업력이나 규모가 저마다 다른 사회적기업의 여건을 고려해 공시 지표를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사업 모델의 성숙도가 높고 규모가 큰 사회적기업에는 좀더 수준 높은 경영공시를 요구하되 인증시기가 이르거나 규모가 작은 사회적기업의 경우 경영공시를 위한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홍보 및 확산을 위해선 제도화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권역별 지원기관에서 상시 교육 및 자문을 위해 제도화를 시행하고 중장기적으론 예비 사회적기업 등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송남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육성평가팀장은 “올해는 지난해 경험을 거울삼아 단계 및 수준별 경영공시를 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참여했던 기업들에는 같거나 약간 높은 수준의 경영공시를 요청하겠지만, 새로 참여하는 사회적기업엔 주요 성과 위주의 간소화된 성과 지표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도화 과제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제2차 사회적기업 육성계획에 언급되어 있는 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