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대해 우리가 크게 잘못 알고 있는 치명적인 오해 3가지.
모든 재앙에는 크든 작든, 어떤 식으로든 일련의 조짐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난을 예측하고 피하기 위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점성술에서부터 동물의 움직임 그리고 최신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재앙의 전조를 탐지하고 해석하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물론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재난 발생 이전에 징후를 미리 알아차린다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이러한 시도들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실 최상의 경우는 재앙의 신호가 직접적으로 가시화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일 테고, 일반적으로는 역사적인 경험과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난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순간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게 보통이다. 그럼 최악의 경우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같은 인간들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무시한 채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바로 이럴 때, 우리는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될 수밖에 없고 무수히 많은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이 죽거나 다치게 된다.
가장 위험하기에 가장 비싼 원자력발전
원전사고는 단 한 번의 사고로 전국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재앙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원전사고 가능성에 대해 진심으로 경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단 하루 동안에 서로 다른 지역의 원전에서 2~3시간 차이로 연달아 고장 사고가 발생하는 등, 대한민국의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것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재앙의 징후가 직접적으로 가시화되는 거라면, 과연 우리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우리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라면, 모두 힘을 합쳐서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
[2012년 10월 2일 연합뉴스 보도]
2012년 10월 2일 오전 8시 10분,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신고리 1호기에서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봉 제어계통 고장으로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가 정지됐다고 한수원이 밝혔다. 그리고 같은 날 오전 10시 45분, 이번엔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영광 5호기도 주급수펌프가 고장나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고작 지난해 2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고리 1호기는 시험운전 때의 사고를 포함해 지금까지 무려 8번이나 고장났고, 2002년 5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영광 5호기는 이날까지 15번의 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경상도에 있는 신고리 원전과 전라도에 있는 영광 원전에서 같은 날 거의 동시에 고장이 발생한 것인데, 이걸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도 정말 괜찮을까?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재난이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물질이 하천과 토양에 계속 쌓이고 있는 일본은 앞으로 몇 년동안 방사능 오염도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참 미안한 얘기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은 결정적으로 국운이 기운 듯싶다. 짐작컨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장기침체를 겪다가 원전사고까지 발생한 일본은, 아마도 최소 한 세대 이내에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없을 걸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요즘 점점 더 높아지는 것 같아 무척 걱정스럽다.
원전에 대한 치명적인 오해 3가지
[각종 신문기사와 <나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원자력 거짓 신화'의 진실>에서 발췌]
1. 원자력은 값이 싸다? - 제대로 계산하면, 오히려 지나치게 비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1kW당 에너지원별 생산단가가 원자력은 40원, 석탄 60원, 중유 188원이라고 그런다. 하지만 이는 단순 발전비용만 따진 것이다. 막대한 관리비용과 핵폐기물 처리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며,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가 최소 1조 원으로 추정하는 원전 1기당 폐쇄비용까지 계산에 넣으면 원자력의 실제 생산비용은 과연 얼마나 상승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미국 MIT의 보고서 <원자력 발전의 미래>에서도 "원자력의 첫째 장애요인은 안전이 아닌 비용"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인 2004년에 일본 당국이 발표했던 원자력 전기 발전단가(건설비+운영비+연료비)는 '약 89원(석탄이 이보다 적은 86원)'이었는데 반해, 사고 이후 2011년 일본 정부가 다시 발표한 발전단가는 '적어도 134원 이상(최소값)'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전혀 다른 단가 계산이나 원전사고 전과 후가 무려 50%이상 차이가 나는 것만 봐도 "원자력 전기의 생산비용은 저렴하다"란 말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만약 원전사고와 관련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는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시킨다면, 단언컨대 "원자력은 값이 싸다"란 말을 그 누구도 입밖에 내지 못하리라.
"핵발전은 다른 에너지와 견줘 지나치게 비싸 정당화하기 힘들다"
- 세계적 원전건설 업체, 제너럴 일렉트릭(GE)의 CEO 제프 이멜트
2. 원자력은 안전하다? - 사실은, 원자력이 없는 세상이 안전하다!
다들 알다시피, 원자력은 화석연료와 같이 원래부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든 물질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고, 수백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져있다는 원전 장비는 무척 복잡하다. 그렇다 보니 여타 발전방식은 건설 후의 발전 내역을 인간이 각 상황에 따라서 대체적으로 조절(가동과 중단이 비교적 자유롭다)할 수 있는 반면, 원자력은 우리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경우(일단 가동된 원전은 단 한 순간도 멈출 수가 없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 폐기물을 완벽히 처리할 방법 자체가 없다)가 너무나 많다. 원전에서 20년간 일한 전문가조차 "그저 오늘 하루 사고가 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는 것 뿐"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
[2012년 10월 2일 한겨레 보도]
우리는 모두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지 않았는가? 문제가 발생한 원자로에 대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뭐가 있었나? 그저 물 뿌리고, 도망가는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원자력은 고장이 나서 발전정지만 되도 큰 사고로 간주된다. 사실상 예측불가능하고, 인간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사능은 정부의 기준치와는 무관하게, 그 피폭량에 비례해서 암을 발생시킨단다. 그런데도 한국수력원자력은 올초에 고리원전 1호기 사고 사실을 은폐했고, 올해 들어서는 계속해서 원전사고가 이어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원전 종사자들의 마약 복용 혐의가 발각되기도 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은 안전하다"란 말을 감히 할 수 있겠는가?
"(방사능 기준치는) 과학적 판단이 아닌 행정적 결정일 뿐이다"
- 미 해군 방사능 연구소
3. 전기 생산을 위해 원자력은 불가피하다? - 원자력이 아닌 재생에너지가 해법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 4월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가 펴낸 '세계 원자력산업 현황 보고서'에서 전세계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량은 2010년 총 381기가와트(GW)로 원자력 발전량 375기가와트보다 6GW가량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세계 전력 생산량 중 원자력의 비중은 불과 13%뿐이며, 세계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의 발전량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의 발전량을 넘어섰단다. 한마디로 전세계는 지금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태양열, 풍력, 조력, 지열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는 말이며, 사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원전이 생산하는 전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지원을 크게 늘리고 있으며, 향후 공급 목표치도 발빠르게 상향조정하고 있다.
[2011년 6월 21일 국민일보 보도]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는 정반대로 원자력 발전을 확대시키려고 하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모피아, 토건이나 교육 마피아와 비슷한 '원전 마피아'로부터 나오는 것이겠지만(원전 건설사들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전직 간부들이 원전 건설 업체의 고위직에 채용되고 있단다), 또 한편으로는 전남과 경북에 위치한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대부분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 소비되는 행태도 분명히 문제인 것 같다. 얼마 전에 밀양에서 발생한 (신고리 원전에서부터 서울까지 연결되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지역 주민과 한국전력의 충돌에서 보듯이, 대도시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지방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지역의 아픈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편이고, '전기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원전은 지금도 계속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력 생산을 위해서 필요한 건 비싸고 위험한 원전이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청정한 재생에너지다. 지금 한국이 원자력발전에 쏟아붓는 천문학적인 돈을 재생에너지 생산과 보급에 투입하면, 점진적으로 원전을 완전 폐기할 수 있다. 어차피 화석연료는 고갈될 것이 뻔한데, 상대적으로 지하자원에 덜 의존하는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원자력의 자원인 우라늄은 2000년에서 2008년 사이에 가격이 무려 20배가 오르기도 했단다). 위의 도표 '전세계 에너지원별 평균 성장률'을 보라. 석유와 원자력은 거의 성장하고 있지 않은 데 비해, 풍력과 태양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듀크대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2010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태양광 발전과 원전의 1kW당 생산 비용이 역전되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이젠 원전이 태양광 발전보다 더 비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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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원전은 차츰 폐기되어야만 한다
모피아가 대한민국의 경제정의 실현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듯이, 원전 마피아도 대한민국의 안전과 상식적인 전력공급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내는 전체 전기요금의 3.7%를 떼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조성하고, 매년 100억 원 이상을 원자력문화재단의 원자력 홍보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원전 건설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원전 마피아뿐만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유력한 두 정치인이 한 말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원자력 발전을 일관되게 추진,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
- 2012년 5월 4일, 이명박 대통령
"원자력 발전을 계속 가져갈 수밖에 없다"
- 2012년 7월 18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캠프 최경환 비서실장
원전과 관련이 많은 현대건설 회장 출신인 이명박은 세계 각국의 원전 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르네상스'를 열겠다고 말했으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역시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원자력 강국'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럼 다른 대통령 후보 문재인과 안철수는 어떨까?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가동은 중단해야 한다. 또 원전의 추가건설에 반대한다"
- 2012년 10월 3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캠프 진성준 공동대변인
"원전을 늘리지 말고 기존의 원전도 차츰 줄여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 표명된 안철수의 입장
자, 우리는 12월 19일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겠는가? 이명박근혜인가 아니면 문재인이나 안철수인가? 2011년 4월 로이터 통신은 '세계인이 선호하는 에너지 생산 방식'을 24개국에서 여론조사했다. 그 결과 태양광이 97%, 풍력이 93%였고, 이명박근혜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은 고작 38%였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토면적당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라고 하는데, 이 상태에서 원전을 추가건설하려는 것은 진짜 미친 짓이다. 이런 자살행위는 절대로 해선 안 되고, 우리나라 역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원전을 차츰 폐기시켜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재앙으로부터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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