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原電 안전성 [3·끝]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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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원들이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 로봇 팔을 이용해 방사능 차폐벽 안쪽에 있는 모의 사용후핵연료를 조작하며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재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과 고속로(高速爐)가 바로 재활용 기술의 핵심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이를테면 연탄재에서 미처 타지 않은 부분만 골라 새 연탄을 만드는 것이고, 고속로는 그렇게 만든 재활용 연탄을 태우는 원자로다.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태우면 이전보다 핵폐기물의 방사능은 1000분의 1, 부피는 20분의 1로 줄어든다.
연탄재에서 골라내려는 것은 플루토늄이다. 원자로에서 핵분열로 에너지를 내는 것은 우라늄235다. 핵연료에는 우라늄235가 5% 정도이고 나머지는 핵분열을 하지 않는 우라늄238이다. 하지만 우라늄238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으로 바뀐다. 플루토늄은 우라늄235와 마찬가지로 핵분열을 할 수 있다.
플루토늄은 핵무기도 만들 수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은 사용후핵연료에 질산을 처리해 순수 플루토늄을 뽑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에 변형을 가하는 모든 행위가 금지돼 있다. 우리는 기존 재처리 공정과 달리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이 다른 금속과 섞인 상태로 뽑아내므로 재처리가 아니라 재활용이라고 주장한다. 파이로프로세싱의 첫 단계는 사용후핵연료에서 산소를 떼 금속 상태로 만드는 환원 공정이다. 다음에 전기를 흘리면 한쪽 전극에는 우라늄이, 다른 쪽 전극에는 플루토늄과 아메리슘, 넵투늄 등이 섞인 금속 덩어리가 나온다.
고속로는 플루토늄이 섞인 금속 덩어리를 연료로 쓰는 원자로다. 고속로는 기존 원전에 쓰는 물보다 중성자 에너지 흡수율이 낮은 나트륨이나 납-비스무스 등 액체 금속을 냉각제로 쓴다. 그러면 고에너지 중성자가 훨씬 더 자유롭게 움직여 그전에는 발전에 쓰지 못하던 플루토늄도 핵분열시킬 수 있다.
국내에서는 원자력연구원이 정부 지원을 받아 나트륨 고속로를 개발 중이며, 서울대에서는 납-비스무스 고속로를 연구 중이다. 나트륨 고속로는 폭발 위험이 큰 단점이 있고, 납-비스무스 고속로는 부식 문제가 해결 과제다.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 시범 공장을 개발하고, 여기서 나오는 재활용 연료를 쓰는 고속로를 2028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미래 원전 기술 확보 차원에서 우리나라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함께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사는 우리와 고속로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은 결렬됐지만, 당시 미국은 파이로프로세싱 첫 단계인 환원 공정까지는 허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