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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 먹거리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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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 먹거리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도시농업 열풍 속 농업을 생각하는 청년들
2013년 02월 18일 (월) 09:09:11 경은아 기자 rod@jinbo.net

바야흐로 ‘도시농업 전성시대’다. 지난해 도시농업 참여자는 76만 7,000명으로 2010년 대비 4배 증가했다. 경기도 내 도시 인구와 맞먹는 규모로 훌쩍 성장한 도시농업. 작년 서울시 노들텃밭 경쟁률도 5.8대 1, 그야말로 도시농업 열풍이다. 이 가운데 두드러지는 흐름 중 하나는 청년세대의 도시농업 참여다.

쌀이 나무에서 자라는 줄 알고, 밥 지을 쌀을 세제에 씻는 사람들도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밥보다 밀가루 음식이 좋고 전통음식보다 프랜차이즈 음식이 더 친숙한 세대. 이 청년세대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일을 내고 있다.

   
▲ “슬로푸드와 함께 ‘슬로청춘’ 하실래요” 참가자들이 얼굴있는 밥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패스트문화 중심지 홍대에서 슬로푸드를 말하다

 이런 청년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래서 직접 찾아간 모임은 “슬로푸드와 함께 ‘슬로 청춘’ 하실래요?”다. ‘슬로청춘’ 모임은 10월 남양주시에서 열리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슬로푸드축제 ‘아시오구스토’에서 청년세대들의 맛있는 파티를 기획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시오구스토조직위원회 유스커뮤니케이션 장시내 팀장은 “청년 특유의 발랄함으로 다 같이 야외에 모여 못생겼다고 버려지고 있는 B급 농산물들을 이용해 요리하는 거다. 음악도 틀고, 가끔 헤드뱅잉도 하며 칼질의 즐거움을 몸소 느껴보고 요리의 중요성도 깨닫고, 만들어진 음식을 먹으며 우리의 마음까지 살찌우자”는 게 기획의도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10명. 대학생에서 취업준비생,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회사원까지 20~30대 다양한 청춘이다. ‘정적이 흐르면 어쩌나’ 하는 주최자의 걱정은 뒤로하고, 경기도 이천 콩세알나눔마을의 잎채류, 전남 강진 콩새미의 약된장 등 얼굴 있는 농산물로 만들어진 밥을 먹으며 이야기꽃이 폈다.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고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다 보니 아토피가 생겨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 일본에서 대형마트보다 로컬푸드가 활성화 되는 것을 보고 지역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람,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는 사연 등 슬로푸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내가 가장 빈곤할 때 택할 수밖에 없었던 패스트푸드, 유기농이나 채식을 한다고 하면 ‘유난떤다’는 눈총을 받는다는 어려움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또 집단식중독에 걸려도 업체는 안 바뀌고, 점심시간마다 담장을 넘을 수밖에 없었던 형편없던 학교급식 이야기도 중요한 화젯거리가 됐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준비하는 이진희씨(21)는 “학교에서 슬로푸드를 가르치지 않는다. 친구들도 영양사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햄버거만 보더라도 영양학적으로 완벽하지만 비만에서 환경파괴까지 많은 문제를 끼치지 않느냐”며 슬로푸드 필요성을 말했다.

평소 바른 먹거리, 얼굴 있는 직거래, 농촌 살리기, 텃밭가꾸기에 관심이 많다는 방다영씨(25)는 “아버지가 카투사를 나왔는데, 햄과 베이컨을 집에 가득 쌓아놓고 즐겨 드신다. 20대 입맛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 청년세대의 바른 먹거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슬로푸드의 핵심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라는데 공감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푸드마일을 줄이고 지역순환경제에 이바지하는 로컬푸드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왁자지껄 청춘들의 도시농업 모임

먹거리를 고민하는 모임뿐만 아니라 실제 경작하고, 도시에서 로컬푸드를 실천하는 청년들도 있다. 대학교 버려진 땅에서 함께 텃밭을 경작하고, 나눠 먹고, 이야기하며 도시농업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씨앗들협동조합’.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를 자전거에 싣고 홍대지역 레스토랑과 카페에 제공하는 파릇한 젊은이들의 도시농사 로컬푸드프로젝트 ‘파절이’ 등.

홍대입구역을 내리자마자 즐비한 프랜차이즈점 사이에 얼굴 있는 제철음식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카페 슬로비’이다. 이곳은 홍대 한복판에서 집밥이 그리운 도시민을 위한 ‘돌봄밥상’을 제공한다. 카페 베란다에 텃밭도 가꾸고 ‘파절이’의 제철농산물을 받는 등 얼굴 있는 제철농산물로 차린 ‘그때그때 밥상’이 대표 메뉴다.

먹거리 고민에서 시작해 도농 상생과 지속가능한 지구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다.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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