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현장 쏙] 지자체 조례가 내 삶을 바꾼다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에 견주면 지방선거에 쏠리는 관심은 한정되곤 한다. 그런데 지역의 단체장·의원들이 바뀌면 시민들의 일상이 바뀌는 경험들이 쌓이고 있다. 그 핵심에 '조례'가 있다. 헌법·법률의 시대를 지나 조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온다.
<관련기사>전남 순천시의회는 지난 15일 '순천시 지속가능한 에너지 조례'를 의결했다.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사용, 에너지 빈곤층 지원 등을 담았다. 조례에 따라 순천시장은 5년마다 지역에너지계획을 세워야 하고, 위원회를 따로 꾸려 집행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 특히 원자력발전소 찬반 논란은 전국 차원의 사안으로 여겨져왔다. 그런데 인구 27만명의 소도시가 원전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보겠다고 직접 나선 것이다.
이 조례는 순천 시민의 일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기요금을 줄이는 만큼 지원금을 주는 '탄소 포인트 제도'를 확대하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비용 지원을 확대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공공건물의 에너지 절감과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화를 끌어내려면 시민의 삶이 지금보다 불편해질 수도 있다. 건물 신축 때 더 강화한 에너지 절약 기준을 적용하게 하거나, 기업들에 에너지 절감을 압박할 경우 부담 증가나 규제 강화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에너지 조례 제정에 이르게 된 계기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다. 이 사고 뒤 지역 시민단체 10여곳이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순천시민연대'를 꾸려 1년 동안 조례 제정에 힘썼다. 이 단체 박종택 공동대표는 "지역에서 대안 모델을 만들어야 '전기가 부족하니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를 깰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집권형 에너지 정책에서 지역분산형 에너지 정책으로 바꾸자는 문제의식이다. 경기도 안산시의회도 지난 1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안산시 지속가능한 에너지 도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순천·안산시 '에너지 조례' 눈길
지구적 문제에 지방정부 팔걷어
지역모델이 전체로 확산되기도지방정부의 조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여러 한계에도 지방자치의 성과가 쌓이고 있고, 그 제도적 표현이 조례인 까닭이다.
순천시·안산시의 에너지 조례는 에너지 위기라는 지구적 문제를 지방정부가 나서 풀어보려는 사례다. 탈원전 문제는 물론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 불평등 같은 전지구적 문제에 접근하는 시도로 이른바 '지역 모델'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식량 위기에 대한 대비도 지역의 농업과 도시농업이 활성화되고, 여기서 생산된 건강한 먹거리를 지역 주민이 먹는 '지역 먹거리 전략'을 사고할 수 있다. 지역 안에서 건강한 먹거리가 순환하는 체제이다.
지역 차원의 대안 모델이 먼저 나올 때 국가 수준의 변화가 더 용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 브라질의 한 지역 도시인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확산됐고, 우리나라의
지방재정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국가의 정책 결정에 따른 '하향식 변화'는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전국에 자전거도로를 많이 만들었지만, 지역에 따라 그 효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전
희망제작소 조례연구소 소장)은 "지방정부는 몸집이 가볍고 유연하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사회를 바꾸는 데 위로부터 혁신도 있지만, 좋은 조례는 아래로부터의 혁신인 셈"이라고 말했다.
조례가 시민들의 일상에 끼치는 영향이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조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조례가 시민들 일상의 혁신에 밑돌이 되기도 하지만, 뜨거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조례는 2010~2011년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다. 학생 가정소득 수준을 따지지 않는 전면적 무상급식을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이 조례로 확정하자,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복지 망국병'이라고 공격하며 주민투표까지 주장하다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여권의 주요 인사가 조례를 두고 시의회와 갈등을 빚다가 정치적 타격을 입은 것이다.
2009년 서울시민 8만여명이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자는 조례 개정 청구안에 서명했고, 이듬해 서울시의회는 조례를 개정했다. 그런데 오 전 시장은 개정 조례의 공포를 거부하고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내며 정치적 갈등이 고조됐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12월 대법원 소송을 취하해 2년 동안 끌어온 논란이 마무리됐다.
경남도립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인 경남도와, 이에 반대한 노동·시민단체 등 사이의 대립에서도 조례 개정이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진주의료원 근거를 삭제한 조례 개정안 처리를 야권 경남도의원들이 저지하려 했으나, 다수인 새누리당 경남도의원들이 몸싸움을 감행한 끝에 '날치기' 처리했다. 국회에서나 봤던 날치기 안건 처리가 지방의회 본회의장에서 연출된 것이다.
정치평론가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유권자들은 국민, 시민, 주민이란 정체성을 갖고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 임한다. 지방자치 경험이 누적되면서 시장과 구청장, 지방의원들이 바뀌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짐작하기 시작했다. 헌법의 시대와 법률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조례의 시대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과 법률의 시대를 지나 조례의 시대가 부각되기 시작"조례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주민 피부에 와닿는 생활의 변화는 지방정부 수준에서 곧잘 영향을 준다. 이를테면 주거 문제에서 중앙정부는 주택 공급물량 조절 등 아파트 숫자를 결정하지만, 지자체는 건물 용적률과 주변과의 조화 같은 '아파트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김형식 서울시의원은 "서울시의 주거환경을 국가 수준에서 정리하는 것은 사실상 끝났다. 이제는 시의회 조례로 이를 조절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에선 두루뭉술한 공약보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담은 조례 제·개정을 약속하는 공약이 더욱 주목을 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약이 지켜지기 위해선 조례 제정 같은 제도적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지금은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는 경구가 절실하다. 지역의 정치세력들이 조례를 중심으로 경쟁할 때 지방자치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독특한 조례들 뭐가 있나
한겨레 | 입력 2013.07.28 20:50 | 수정 2013.07.28 21:30
[한겨레]
강원, 우리말 간판에 지원금
부산, 근대 건축물 지정 보호
서울, 건강음식점 선정 관리[현장 쏙] 지자체 조례가 내 삶을 바꾼다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에 견주면 지방선거에 쏠리는 관심은 한정되곤 한다. 그런데 지역의 단체장·의원들이 바뀌면 시민들의 일상이 바뀌는 경험들이 쌓이고 있다. 그 핵심에 '조례'가 있다. 헌법·법률의 시대를 지나 조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온다.
<관련기사>"아니, 이런 대목까지 챙기다니…."
전국 광역시·도의회와 시·군·구의회가 제정한 조례 가운데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조례가 적지 않다. 의미와 재미를 함께 갖춘 것이 제법 된다.
강원도는 지난 2월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국어 진흥 조례'를 만들었다. 한자와 외국어, 어려운 행정용어가 넘쳐나는 공문서와 건물 간판 등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도는 이 조례를 근거로 우리말 간판을 내거는 이에게 지원금을 줄 예정이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홍건표 강원도의원은 "한글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조례를 통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우리말을 널리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가 제정한 '국기게양일 지정 등에 관한 조례'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일인 8월29일에 해마다 조기를 내걸도록 했다. 후손들이 치욕의 역사도 알아야 더 큰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취지에서였다.
부산시의회는 2010년 '근대건조물 보호 조례'를 제정해 개항기부터 한국전쟁 전후까지 설립된 지역 건축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부산시는 이 조례를 근거로 부산 최초의 민간 종합병원인 옛 백제병원, 건축가 김중업 선생의 처녀작인 부산대 인문관 등 6곳을 부산시 근대건조물로 지정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역사가 살아 숨쉬는 부산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선거 공약에 따라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를 제정했다. 지난 5월 제정된 '건강음식점 지원 조례'는 건강음식점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의 모범음식점이 자치구에서 관리하고 위생 중심으로 지정하는 것과는 달리, 소금·나트륨 함유량을 줄이는 저염음식에다 영양기준까지 적용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시가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이밖에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조례', '공유 촉진 조례',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 '주민 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 등 60여건을 새로 제정했다.
서울시는 산하기관인 <교통방송>(tbs)을 통해 이른바 '핫이슈 조례'라는 제목으로 이런 조례들을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석윤 서울시 법무담당관(변호사)은 "조례는 법과 현실의 간격을 메워주는 잔뿌리, 실핏줄과 같다. 시민들도 점차 조례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 수원 부산/박수혁 홍용덕 김광수 기자, 안창현 기자
다람쥐 | 조회 11 |추천 0 | 2006.12.18. 10:52
지역에너지조례 모니터링 결과 에너지조례,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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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지역에너지정책 추진을 위한 지역에너지 기본조례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며,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환경단체로부터 제기되었다.
지역에너지조례, 에너지사용 저감으로 이어지지 못해
에너지시민연대는 지난 2개월(2006.10~11월)간의 지역에너지현황과 에너지조례 모니터링을 통해 에너지조례를 제정한 지자체의 에너지사용량을 비교해본 결과, 에너지조례 유무와 에너지사용량과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지난 2000년부터 에너지조례를 처음 시행한 서울시의 경우, 외환위기를 계기로 에너지사용량이 잠시 줄어들었지만 최근에는 이전의 사용량을 다시 회복하는 등 에너지조례가 에너지사용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에너지조례를 제정한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경기도, 전라남도 등은 에너지사용량이 급증한 반면, 에너지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 등은 에너지사용량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참조 1]
또한 최근 산업자원부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지자체 에너지절약시책 평가’에서도 에너지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부산광역시와 충청북도, 경상남도 등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아 에너지조례가 실질적인 에너지절약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측면을 반증하였다.
선언적인 조례 제정에 그쳐
에너지시민연대는 에너지조례에 온실가스 배출 억제가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되어 있으나, 가시적이고 적극적인 온실가스 배출 억제 노력은 미진하다고 주장하였다. 지역에너지계획이 수립되어 있으나 계획 이행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며, 에너지절약정책 또한 각 지자체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 조례에 규정되어 있는 에너지백서 발간과 에너지위원회 운영도 잘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례를 제정한 12개 지자체 중에서 서울시만이 에너지백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할 뿐이며, 내용 또한 에너지통계자료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정책에 대한 평가와 심의 등 다양한 기능이 주어져있는 에너지위원회도 1년에 2차례 정도 회의가 이루어질 뿐 형식적인 자문기구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 한해 단 1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가 지난 12월 13일에 첫 회의를 개최하였을 뿐이며,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서면동의로 처리하였다. 전라남도도 조례 시행규칙을 재개정하는 과정에서 서면으로만 에너지위원회에 알린 바 있다.
개정 논란에 선 에너지조례
대구광역시는 현재 정순천의원 발의로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며, 전라남도도 에너지조례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한 상태다. 서울시 또한 에너지조례 개정을 위한 논의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각 지자체가 개정 논의에 나선 이유는 에너지고권(高權)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지자체의 독자적인 에너지정책 수립과 실행이 어려웠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조례 또한 타당성 있고 현실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에너지시민연대에서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에너지정책 추진을 위해 에너지조례가 각 지역의 특수성에 맞도록 개정되어야 하며, 에너지시민연대는 지자체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 수립을 위해 보다 현실성 있고 실질적인 지역에너지정책 수립과 에너지조례 개정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시민연대는 내년부터 지역에너지정책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모니터링을 펼칠 계획이며, 에너지조례의 이행을 확립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민운동을 병행하겠고 밝혔다.
[참조]
[참조 2] 지역에너지조례 추진 경과
- 서울특별시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1년 11월 제정)
- 경기도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3년 4월 28일 제정)
- 전라남도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3년 6월 5일 제정)
- 강원도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행정부발의, 2003년 9월 5일 제정)
- 대구광역시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4년 3월 30일 제정)
- 대전광역시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4년 6월 4일 제정)
- 광주시 태양에너지도시 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4년 7월 1일 제정)
- 인천광역시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4년 9월 24일 제정)
- 제주시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4년 12월 제정)
- 여수시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5년 4월 제정)
- 당진군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5년 8월 제정)
- 전라북도 에너지기본조례 제정 (의원발의, 2006년 7월 제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