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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시대, 우리의 대응과제

시민, 그리고 마을/지역자치분권운동

by 소나무맨 2013. 7. 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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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시대, 우리의 대응과제

 

사득환 교수

 

 

 

민선3기 후반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나라 지방자치는 어느 정도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중앙정부에 집중되었던 권한도 상당부분 지방정부로 이양되는 과정에 있고, 주민들도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투표로 선출하는 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 방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지방자치제도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도입되었다. 그 하나는 지방자치가 민주주의를 신장시킨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지방자치가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우리 나라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도입되었다. 즉, 1970-80년대 권위주의 정부의 위험(?)을 목격한 국민들이 1988년 지방자치법을 공포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지방자치는 많은 부분에서 이익을 제공해 준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자율권을 신장시켜 주고, 권위적 정부의 출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해 준다. 그리고 지역정책과정에 주민들을 참여시키면서 그 자체 민주주의를 교육시키는 장치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 추진케 함으로써 정책실패를 줄이고, 효율적인 행정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방자치제도도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앙정부의 권한박탈 현상이다. 현실적으로 관료제란 자기 영역을 무한히 팽창해 가는 속성이 있는 데, 역으로 중앙정부의 권력이 축소되다보니 권력소외현상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마치 지방자치의 역기능쯤으로 인식되는 경우이다. 따라서 중앙관료들의 권력박탈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지방자치를 실시해 가느냐가 관건으로 등장하게 된다.

 

둘째로 지방정부의 능력문제이다. 지방자치가 일천한 지금 시점에서 성급한 생각일지 모르나, 아직까지 많은 지방정부에서 제반 능력을 향상시키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방정부의 능력이란 지방정부가 스스로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 가는 총체적인 역량을 의미한다. 물론 많은 영역에서 법적, 제도적, 예산적 제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제고시키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방정부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위한 정책능력을 제고시키는 일은 매우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 많은 지방정부에서 종래의 위계적 서열구조, 비공개주의, 행정편의주의, 무책임주의, 선심행정 등이 잔존해 있는 상태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 역시 뒤따라야 한다. 엄격한 위계적 서열구조는 하급 공직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한함으로써 결국 지방정부의 역량과 주민 대응성을 떨어뜨리게 되고, 비공개 행정은 각종 행정활동의 성공가능성을 줄여주고, 행정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없애는 것과 같다. 선심행정은 사업의 우선순위와 공정성, 게임의 룰 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특히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셋째로 지방자치가 일정한 구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지역간에 혹은 지역내에서 분쟁이 심각하게 표출된다는 점이다. 이것을 ‘지역의 생존차원’으로 인식하든 ‘지역이기주의’로 인식하든 간에 결국은 서비스의 불공정한 배분과 행정적 비용의 증대라는 문제를 유발시킨다는 점이다. “내 이익이 우선이다”라는 생각은 또 다른 사람들, 가령 행정으로부터 절실히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서비스의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지역간에 또는 지역내의 이익분쟁은 SOC 및 생활기초시설 투자에 있어서 중복투자로 이어지면서 행정비용의 낭비와 전체적으로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분쟁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갈등과 분쟁은 더 많은 불이익과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상호토론과 합의의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지역간 혹은 지역내의 분쟁은 ‘시위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낳을 수 있다. 상호 허심탄회한 대화와 토론 그리고 합의를 통한 문제해결 방식이 시급하다 할 수 있다.

 

끝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 비록 지방자치제와 관련이 적다고 하더라도 - 우리 사회 곳곳에 깔려있는 행정적 불신현상이다. 아직까지 많은 주민들은 행정을 대하는데 있어서 먼저 불신감을 갖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정을 불신에서 접근하게 되면 문제해결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상호갈등의 악순환만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불신문제는 비단 행정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며,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고질적인 질병이다. 서로간에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인 것이다. 서로 신뢰하면서 행정과 주민 모두가 공통의 이익을 창출해 가는 협력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지방자치가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몇몇 문제점이 발생하더라도, 이것이 지방자치의 전면적인 후퇴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지방자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현재보다 더 확장된 분권화(decentralization)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지방자치란 행정과 주민 모두가 협력적 관계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 가는 지혜의 예술(art)이다. 각 지방정부마다 자신에 맞는 지방자치 모형(model)을 찾고, Hardin이 주장하는 ‘공유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지방정부, 기업, 주민, 시민단체 등 각 주체들의 정치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요구된다. ‘오랜만에 찾아온’ 지방자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성숙된 시민의식, 지역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진지한 지방정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그리고 인내심… 이런 것들이 우리의 지방자치를 살리는 것임은 분명하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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