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악中 송상섭 교사"바람을 타고 날아와 우리 밭에 뿌리를 내린 이 해바라기는 농부에겐 쓰레기겠지만 우리에겐 밭을 아름답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이듯,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단다."
17일 찾은 서울 성북구 북악중학교 운동장 옆 텃밭. 학생들과 함께 농작물을 수확하던 이 학교 송상섭(62) 교사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노란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 17일 서울 성북구 정릉3동 북악중학교 텃밭에서 송상섭(왼쪽 두 번째) 교사가 막 익기 시작한 방울토마토 한 송이를 여학생에게 건네주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40평 남짓한 학교 텃밭에는 송 교사와 학생들이 키운 호박, 앵두, 상추, 토마토 등이 잘 영글어 있었다. 한 학생이 밭 한편에 자라난 잡초들을 뽑으려 하자 송 교사가 말렸다. 송 교사는 "잡초는 수분 증발을 막아주기 때문에 가뭄이 찾아와도 농작물을 잘 자라게 할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 역시 범죄자 등 나쁜 사람들이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노력하면 좋은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텃밭은 단순히 농작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의 인생 교육장이었다.
송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텃밭 가꾸기, 토요 체험 활동 등을 운영하고 있다. 18명의 텃밭 가꾸기 동아리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농작물을 관리하고, 송 교사가 담임을 맡은 2학년 1반 학생들도 수시로 텃밭을 찾는다. 송 교사는 학생들이 돌아간 방과후 시간에도 텃밭을 가꾸는 데 공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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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시행으로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진행한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고, 비싼 사교육을 받기도 어려워 토요일에는 온라인 게임에만 빠져 있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시작한 것. 30여 년간의 교직생활 동안 틈틈이 체험 활동을 해오다, 올해부터는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전거 서울 일주, 실내 암벽 등반, 산행, 낚시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그는 "자전거로 강변을 따라 달리다 중간에 맛있는 음식도 먹고, 길가의 꽃들도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서 "교사가 임의로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내라고 채근하기보다, 그 체험 속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학생들이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송 교사는 1·2학년부 부장이면서도 여전히 담임을 맡아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그의 반 학생들은 '삼겹살 상담'을 가장 좋은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4∼5명씩 조를 짜 삼겹살 등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선생님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송 교사는 특히 학생들을 면밀히 살펴 사이가 틀어진 학생들을 한 조로 편성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그는 "학교폭력, 왕따 등의 문제는 모두 사소한 갈등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서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교사가 함께 이야기를 들어주면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학년 송민호(14) 군은 "선생님과 토요일에 하는 체험 활동을 통해 평소에 하기 어려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 즐겁다"면서 "아직 정확한 꿈을 찾지 못했는데, 선생님이 같이 고민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진지하게 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사는 "뭔가를 가르친다는 개념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교직생활을 마칠 때까지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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