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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기에는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한가?--정기문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경제/경제와 경영, 관리

by 소나무맨 2013. 7. 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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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기에는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한가?

(New Economics in New Millenium?)


정기문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1. 시작하면서


20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일어나는 변화 가운데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世界化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知識-情報化 시대로의 이행일 것이다.

이렇게 급속하게 변화하는 새로운 사회에서의 여러 경제 현상들을 기존의 경제 이론으로써 우리는 얼마나 잘 설명할 수가 있을까? 특히 그 동안 소위 主流 經濟學이라고 일컬어져 왔던 新古典學派 경제학은 새로 나타나는 경제현상들에 대한 설명 수단으로써 충분한가? 만일 그렇지 못하고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그 한계는 신고전학파 패러다임(paradigm) 안에서 얼마나 극복이 가능할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아 보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새로운 경제현상들에 대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설명력의 한계점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우선 살펴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 수 있을지를 탐색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서 그 동안 부분적으로 시도되어 왔던 몇 가지 새로운 접근 방법들에 대한 가능성을 논의해 보려고 한다. 이 글에서 논의해 보려고 하는 몇가지 접근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1) 佛敎 경제학, 2) 人本主義 경제학, 3) 文化 경제학, 4) 複雜性의 경제학, 5) 進化 경제학.



2. 新古典學派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기존의 노력들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방법론적 특징은 복잡한 인간 행태 및 사회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 인간 행태에 대해 單純化를 위한 여러 가지 假定을 통해 模型을 설정하고, 그 모형 내에서 인간 행태와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가정하는 것은 인간은 "利己的 (self- interest)"이고 "合理的(rational)"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이다. 또한 대부분의 인간 행태를 "限界(marginal)"라는 개념으로써 설명하려고 하는 소위 "限界主義(marginalism)" 분석 방법을 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嗜好(preference)는 처음부터 주어진 것으로 가정하고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으며,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制度도 주어진 조건으로 하여 분석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1) 新制度學派 경제학 (new institutional economics)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갖는 한계점들 중의 하나는 모든 사회적 제도를 주어져 있는 조건으로 간주하고 분석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신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은 사회 제도의 변화가 인간의 행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인간의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속성에 의해 사회의 여러 제도는 어떻게 디자인되고 만들어지는가, 각기 다른 사회적 제도는 효율성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제도와 인간 행태의 관계에 대한 관심과 연구로부터 출발하여 1960년대에는 법경제학(law and economics)이 탄생하였고 이제는 주류 경제학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신제도학파의 분석 방법은 여전히 주류 경제학의 한계주의를 택하고 있다.

신제도학파의 분석방법으로서 또 하나의 움직임은 오스트리아 학파의 영향을 받은 연구 방향이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주로 균형의 존재를 전제로 한 비교정태 분석(comparative statics)의 방법론을 택하고 있는 반면에 신제도학파에서는 경제현상을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접근하고 있다.


2) 인본주의 경제학 (humanistic economics)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이기적(self-interest)"이고 "합리적(rational)"인 인간은 너무 단순화된 가정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단순화된 가정은 많은 분석의 편의를 제공하고 복잡한 사회 현상의 많은 부분을 잘 설명함으로써 경제학의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행태의 많은 부분과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데 그 한계가 너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시도된 것들을 소위 인본주의 경제학이라고 이름할 수 있을 것이다. 인본주의 경제학은 인간 행태를 설명하는데 감정, 윤리, 도덕성 등을 제외하고서 인간 행태 및 경제현상을 과연 잘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주류 경제학에서 가정하고 있는 "이기적"이고 "합리적 인간"이 아니라 상식정인(reasonable) 인간을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시키려는 시도이다.

인본주의 경제학에서 설명하려고 하는 시도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만 또한 利他的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이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협력을 하기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 할 수 있는가?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시도된 방법론들은 대게 인간이 "이기적" 또는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완화하거나 다르게 해석하는 방법을 택하거나, 또는 사람들의 효용 체계 또는 가치 체계를 주류경제학에서처럼 단순히 소비활동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잡한 체계로써 이해하고 모형을 설정하는 작업들이었다. 주된 분석의 방법은 역시 한계주의의 범위 안에서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하여 주류 경제학 내에서도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많은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미국경제학회(AEA)에서 발간하는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에서는 미래의 경제와 경제학의 변화 방향을 내용으로 하는 특집을 싣고 있는데, 그기에서 Thaler 는 앞으로의 경제학에서는 더 이상 Homo Economicus가 아니라 Homo Sapiens를 가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 불교 경제학 (buddhist economics)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불교 경제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마도 Schumacher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 (Small Is Beautiful)>라는 책에서 "불교 경제학"이라는 장을 포함하고 나서일 것이다. 그는 "불교 경제학"이라는 장의 서두에서 "불교에 있는 八正道 가운데 하나가 올바른 생활[定命]이고, 따라서 불교경제학이 성립될 수가 있을 것이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 것이라고 전제를 하고 그 무한한 욕망을 어떻게 하면 많이 충족시킬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소비활동이 경제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인식하고, 생산요소들은 소비활동을 통한 효용극대화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불교사상에 기반을 둔 불교경제학에서는 인간이 적정 규모의 소비로써 인간으로서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류 경제학에서는 노동을 단순히 소비활동을 위한 소득을 벌기 위해서 감수해야만 하는, 그리고 우리에게 고통만 주는 비효용(disutility)일 뿐이라고 가정을 한다. 그러나 불교적 사상에 바탕을 두면 노동행위 그 자체가 인간에게 만족을 주기도 한다는 인식을 빼 놓지 않는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모형에서는 인간의 욕망에 윤리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즉, 가치 중립적인 욕망을 가정하고, 소비활동을 통해서 이 욕망을 충족시켜 줌으로써 인간의 행복이 달성된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불교 사상에 의하면 욕망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인간이 생존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慾望(chanda)으로서 이는 善한 것도 惡한 것도 아닌 가치 중립적인 욕망이다. 그러나 다른 욕망은 흔히 渴愛(tanha)라고 번역이 되는데, 이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지나친 욕심을 뜻한다. 이러한 갈애는 순간적으로는 인간에게 육체적 또는 정신적 만족을 줄 수 있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인간의 욕망을 이렇게 두 가지의 다른 종류로 나누어서 인식하게 되면, 인간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반드시 소비활동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갈애를 줄임으로써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비자들의 효용체계나 가치체계를 단순히 물질적 소비에만 주로 의존하는 주류 경제학에서의 모형보다는 훨씬 더 발전된 모형을 설정해서 이론을 전개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3. 새로운 경제 현상의 설명을 위한 시도


현대 사회가 정보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정보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새로운 현상들이 있다: 수확체증의 현상, 네트워크 효과, 승자독식 (winner-take-all) 현상의 확산, 서비스 경제화, 등.


1) 복잡성 이론의 도입

Stanford 대학의 Arthur Brian 교수가 경제를 복잡 적을 시스템으로 보고 수확체증의 원리가 작용하는 시스템에 대해 논의하는 Increasing Returns and Path Dependency in the Economy (Michigan Univ Press, 1994)를 발간한 이후로, 경제는 불안정하고 항상 활기차게 변화하는 복잡 적응 시스템으로서 긍정적 피드백 (positive feedback)에 의해 움직이는 질서가 있다고 보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복잡계 이론을 경제학에 적용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최근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새로운 경제현상들에 대한 설명이 기존의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논리로서는 그 한계가 너무 크다고 인식되기 때문인 것 같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분석 방법은 사회 현상을 모형이라는 구조적 단순화(structural simplification) 과정을 통해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현상들 중 많은 경우 단순한 선형 관계로 나타내는 것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인식과 더불어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인해 복잡한 계산능력을 갖게 됨에 따라 비선형적 모형을 쉽게 다룰 수 있게 됨에 따라 점차 비선형적 모형을 개발하게 되었다.


2) 문화 경제학 (cultural economics)

1980년대 서비스 경제(service economy)화 현상과 그 이후 계속되는 경제의 정보화 또는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에 따라 경제현상에 대한 인식이 물질 위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또는 정신적, 문화적 요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가치에 대한 인식도 투하된 투입물의 양에 의존하거나 또는 물질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어떤 상품에 체화된 지식, 정보, 문화 등이 가치를 형성하는데 더 중요하게 작용을 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제조업이라고 불렀던 산업도 그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상품에 투하된 물질적 요소보다는 비물질적 요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문화 현상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식, 정보, 문화가 어떻게 생산되고 파급되고 소비되는가 하는 것을 비롯하여, 문화 및 문화상품의 경제적 특성 등을 문화경제학에서는 많은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4. 새로운 경제학은 어떤 경제학일까?


앞으로 경제학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여기에 대해 필자는 답을 할 수 있을 만한 경제학자는 아니다. 다만, 최근 필자가 읽고 상당한 부분 공감을 했던 Thaler의 결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경제 모형에서의 인간은 지금보다는 훨씬 덜 똑똑한 인간일 것이다 (Homo Economicus will begin losing IQ).

2) 경제학 모형에서의 인간은 지금보다는 훨씬 천천히 배우는 인간일 것이다 (Homo Economicus will become a slower learner).

3) 자주 사용되는 경제 모형들이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 (The spacies populating economics models will become more heterogenous).

4) 인간의 인식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Economist will study human cognition).

5) 규범적 이론과 설명적 이론이 구별될 것이다 (Economists will distinguish normative and descriptive theories).

6) 경제 모형에서의 인간은 감정을 가진 인간이 될 것이다. (Homo economicus will become more emotional).



참고 문헌


Mansbridge, J. (1990), Beyond Self-Interest, University of Chicago Press.

Lutz, M. and K. Lux (1988), Humanistic Economics, Bootstrap Press.

Schumacher, E. F. (1973), Small Is Beautiful: A Study of Economics As If People Mattered,

Thaler, R. (2000), "From Homo Economicus to Homo Sapien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Vol. 14, No. 1.

Allen, Beth (2000), "The Future of Microeconomic Theory,"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Vol. 14, No. 1.

Colander, D. (2000), "New Millenium Economics: How Did It Get This Way, and What Way Is It?"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Vol. 14, No. 1.

Hausman, D. and M. McPherson (1993), "Taking Ethics Seriously: Economics and Contemporary Moral Philosophy,"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Vo. 31.

Sen, A. (1987), on Ethics and Economics, Blackwell.

Hamlin, Alan (1986), Ethics, Economics, and the State, St. Martin's Press.

Arthur, B. (1994), Increasing Returns and Path Dependency in the Economy,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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