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생태도시로 만들 것”
2013. 7. 12. 16:56ㆍ시민, 그리고 마을/지방 시대, 지방 자치, 주민자치
(사회]“세계 최고의 생태도시로 만들 것”
ㆍ나소열 충남 서천군수, ‘어메니티’ 개념 군정에 과감히 도입
지난달 20일 나소열 충남 서천군수(54)를 인터뷰하러 가기 위해 서천행 기차를 탔다.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서천, 그곳의 수장을 만나러 가는 길은 승용차나 버스보다는 기차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장항선의 끝자락에 있는 서천역은 한산했다. 군청 소재지에 있는 역이지만, 내리는 사람은 10명도 안 됐다. 역 앞에서 탄 시내버스에서 내려 군청까지 가는 약 1㎞의 거리는 참으로 아늑했다. 차도 사람도 별로 없고, 고층건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70년대의 어느 면 소재지나 읍 소재지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리는 고요하고 평화스러웠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올해 문 열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소박하게 자리잡은 군청사의 군수 집무실로 들어서자, 하얀 색 모시셔츠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나 군수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그가 입고 있는 것은 서천의 특산품 중 하나인 한산모시로 만든 셔츠였다.
“군청으로 오는 길이 너무 정겹다”고 인사를 하자, 나 군수는 “얼마 전 시사만화가 박재동씨가 다녀갔는데 그분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며 반겼다.
나 군수는 현재의 여당과 지역 정당(자유선진당 등)이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충남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내리 3선에 성공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나 군수는 “처음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민주당 당적을 고수하면서 정치적 신뢰를 보여준 것이 (3선의)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이라면서 “오로지 능력과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일관된 신념이 군민들에게 평가를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3선 제한에 걸려 12년 임기의 마지막 1년만을 남겨놓고 있는 그는 “18년 동안 표류하면서 지역갈등을 일으켜온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정부의 대안사업을 이끌어낸 것”을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꼽았다.
그는 “2007년 6월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5개 정부 부처와 서천 발전을 위한 1조3000억 원 규모의 정부대안사업(국립생태원·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항생태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로 정부와 협약을 체결했다”며 “수많은 난관과 우여곡절 끝에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올해 문을 열게 됐으며 장항생태산업단지도 금년 안에 보상을 완료하고 착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 군수에게는 상징처럼 따라다니는 단어가 있다. ‘어메니티(amenity)’다. ‘어메니티’에는 환경보전, 쾌적성, 청결, 친근감, 인격성, 좋은 인간관계, 여유, 정감, 평온 등의 다양한 가치가 담겨 있다.
나 군수는 “2002년 7월 군수에 취임하자마자 ‘어메니티’라는 개념을 군정에 과감하게 도입했다”며 “여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모범적인 생태도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미래의 청사진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나 군수는 인터뷰 내내 ‘생태도시’라는 말에 힘을 줬다.
그는 “서천군이 지향하는 미래상은 생태도시”라고 강조한 뒤 “서천은 오는 8월에 개원하는 국립생태원과 금년 말 준공 예정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2018년 완공되는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를 거점으로 생명과학기술산업, 지식기술산업 등 친환경 기술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서천군은 생태도시로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립생태원 조성,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조성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파급효과에 대해 그는 “두 사업이 완료되면 연간 15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50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행정인력이 지역에서 상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서천군 발전의 커다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군수는 또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 “이 사업이 2018년 준공되면 생명과학기술, 청정첨단지식기술, 수송산업, 지역친화형산업클러스트 분야의 기업이 유치될 것”이라며 “이 사업이 끝나면 5만여명의 인구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 군수에게도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06년에는 단식투쟁까지 벌여야 했다.
“당시 장항국가산업단지와 관련된 18년 동안의 긴 투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기약 없는 단식투쟁에 돌입했어요. 장항국가산단의 추진만이 지역발전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군민들을 설득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지요. 군민과 정부 사이의 의견을 조정하면서 대안사업을 수용하도록 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친환경 기술산업의 인프라 구축”
나 군수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나 군수는 “정부와 서천군이 최종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산업단지 예정지인 마서면 현장을 직접 찾아와 장화를 신고 갯벌을 직접 답사한 적이 있다”며 “직접 현지까지 돌아보면서 이 사안을 신중하게 처리해준 노 전 대통령에게 지금도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경호원들까지 장화를 신고 갯벌에서 대통령을 경호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경호사례는 전무후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분권운동’에도 힘을 쏟아온 그는 “현 정부가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 아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이는 그동안 추진해온 지역 균형발전 정책과 배치될 뿐 아니라 수도권 과밀 해소를 통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며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앙 행정 권한의 지방 이양, 교육자치제도의 개선, 자치경찰제의 도입, 지방교부세제도의 개선 등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 군수는 3선 제한에 걸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군수에 출마할 수 없다. 그는 “그동안 서천군수로 일하면서 쌓아온 경륜을 살려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며 도지사 출마 가능성 등을 열어놨다. 그러나 그는 “아직 서천군수로서 부여된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면서 끝까지 말을 아꼈다.
< 윤희일 경향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yhi@kyunghyang.com>
지난달 20일 나소열 충남 서천군수(54)를 인터뷰하러 가기 위해 서천행 기차를 탔다.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서천, 그곳의 수장을 만나러 가는 길은 승용차나 버스보다는 기차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장항선의 끝자락에 있는 서천역은 한산했다. 군청 소재지에 있는 역이지만, 내리는 사람은 10명도 안 됐다. 역 앞에서 탄 시내버스에서 내려 군청까지 가는 약 1㎞의 거리는 참으로 아늑했다. 차도 사람도 별로 없고, 고층건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70년대의 어느 면 소재지나 읍 소재지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리는 고요하고 평화스러웠다.
나소열 충남 서천 군수가 지난달 2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천군이 지향하는 생태도시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천/윤희일 기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올해 문 열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소박하게 자리잡은 군청사의 군수 집무실로 들어서자, 하얀 색 모시셔츠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나 군수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그가 입고 있는 것은 서천의 특산품 중 하나인 한산모시로 만든 셔츠였다.
“군청으로 오는 길이 너무 정겹다”고 인사를 하자, 나 군수는 “얼마 전 시사만화가 박재동씨가 다녀갔는데 그분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며 반겼다.
나 군수는 현재의 여당과 지역 정당(자유선진당 등)이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충남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내리 3선에 성공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나 군수는 “처음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민주당 당적을 고수하면서 정치적 신뢰를 보여준 것이 (3선의)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이라면서 “오로지 능력과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일관된 신념이 군민들에게 평가를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3선 제한에 걸려 12년 임기의 마지막 1년만을 남겨놓고 있는 그는 “18년 동안 표류하면서 지역갈등을 일으켜온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정부의 대안사업을 이끌어낸 것”을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꼽았다.
그는 “2007년 6월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5개 정부 부처와 서천 발전을 위한 1조3000억 원 규모의 정부대안사업(국립생태원·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항생태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로 정부와 협약을 체결했다”며 “수많은 난관과 우여곡절 끝에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올해 문을 열게 됐으며 장항생태산업단지도 금년 안에 보상을 완료하고 착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 군수에게는 상징처럼 따라다니는 단어가 있다. ‘어메니티(amenity)’다. ‘어메니티’에는 환경보전, 쾌적성, 청결, 친근감, 인격성, 좋은 인간관계, 여유, 정감, 평온 등의 다양한 가치가 담겨 있다.
나 군수는 “2002년 7월 군수에 취임하자마자 ‘어메니티’라는 개념을 군정에 과감하게 도입했다”며 “여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모범적인 생태도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미래의 청사진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나 군수는 인터뷰 내내 ‘생태도시’라는 말에 힘을 줬다.
그는 “서천군이 지향하는 미래상은 생태도시”라고 강조한 뒤 “서천은 오는 8월에 개원하는 국립생태원과 금년 말 준공 예정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2018년 완공되는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를 거점으로 생명과학기술산업, 지식기술산업 등 친환경 기술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서천군은 생태도시로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립생태원 조성,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조성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파급효과에 대해 그는 “두 사업이 완료되면 연간 15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50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행정인력이 지역에서 상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서천군 발전의 커다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군수는 또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 “이 사업이 2018년 준공되면 생명과학기술, 청정첨단지식기술, 수송산업, 지역친화형산업클러스트 분야의 기업이 유치될 것”이라며 “이 사업이 끝나면 5만여명의 인구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 군수에게도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06년에는 단식투쟁까지 벌여야 했다.
“당시 장항국가산업단지와 관련된 18년 동안의 긴 투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기약 없는 단식투쟁에 돌입했어요. 장항국가산단의 추진만이 지역발전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군민들을 설득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지요. 군민과 정부 사이의 의견을 조정하면서 대안사업을 수용하도록 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친환경 기술산업의 인프라 구축”
나 군수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나 군수는 “정부와 서천군이 최종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산업단지 예정지인 마서면 현장을 직접 찾아와 장화를 신고 갯벌을 직접 답사한 적이 있다”며 “직접 현지까지 돌아보면서 이 사안을 신중하게 처리해준 노 전 대통령에게 지금도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경호원들까지 장화를 신고 갯벌에서 대통령을 경호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경호사례는 전무후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분권운동’에도 힘을 쏟아온 그는 “현 정부가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 아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이는 그동안 추진해온 지역 균형발전 정책과 배치될 뿐 아니라 수도권 과밀 해소를 통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며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앙 행정 권한의 지방 이양, 교육자치제도의 개선, 자치경찰제의 도입, 지방교부세제도의 개선 등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 군수는 3선 제한에 걸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군수에 출마할 수 없다. 그는 “그동안 서천군수로 일하면서 쌓아온 경륜을 살려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며 도지사 출마 가능성 등을 열어놨다. 그러나 그는 “아직 서천군수로서 부여된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면서 끝까지 말을 아꼈다.
<나소열 군수는>
충남 서천군 마서면에서 태어나 공주사대 부고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1990년 민주당 공채 1기(기획조정실 전문위원)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민주당 서천군지구당위원장, 충남도지부 부지부장, 새천년민주당 노무현대통령후보 정무보좌역 등을 지냈다. 2002년 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3기 서천군수가 된 이후 3선에 성공했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에서 태어나 공주사대 부고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1990년 민주당 공채 1기(기획조정실 전문위원)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민주당 서천군지구당위원장, 충남도지부 부지부장, 새천년민주당 노무현대통령후보 정무보좌역 등을 지냈다. 2002년 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3기 서천군수가 된 이후 3선에 성공했다.
< 윤희일 경향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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