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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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구는 확실히 빨리 돈다. 노르웨이나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 건너 마을 사건처럼 가깝다. ‘어쩌다가 그런 일이!’, 혀를 차다가 대뜸 우리 청소년들을 둘러보게 된다. 이웃의 불행은 안타깝지만 내 불행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문단속부터 신경 쓰는 게 사람 습속이다. 번듯한 외양 속에 들어 있는 살인 괴수는 우리와 무관할까? 방화와 약탈에 나선 그 청소년과 우리 청소년들은 전혀 다른 인종일까? 생각이 커지기 전에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고 본다. ‘지구가 아무리 빨리 돈들 북유럽의 괴수는 우리 청소년들과 이어질 수 없는 외계 인종…’, ‘학교가 백번 붕괴된다 해도 그건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 ‘거리로 나오기도 어렵지만 그 거리에 불을 지르고 날강도가 될 리는 천부당만부당…’, 헌데,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영 석연치 않다.
잦아들고는 있지만 영국이 겪은 청춘들의 폭발은 세계를 긴장하게 했다. 그들은 도대체 왜 폭도가 됐을까? 20%에 이르는 영국의 청년 실업률이 문제라면 인천은 8.5%라니 안심해도 될까? 우리 청년들도 체감실업률에 민감한데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은 여전하다. 군입대, 대학원진학, 휴학까지, 실업을 피하기 위한 온갖 몸부림을 생각하면 공식 통계만으로는 맘이 놓이지 않는다. 재정 삭감이 문제를 촉발했다고 한다. 청소년에 대한 재정 지원이라면 복지 예산일 텐데 우리는 무상급식, 반값등록금으로 내전에 육박하는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공부방에 들어가던 교육복지 예산도 축소되었다. 청년들에게 가던 쥐꼬리 인턴예산은 더 줄었다. ‘나라가 해 준 게 뭐 있어!’ 울화를 달래주던 개그마저 사라졌으니 청소년들 심사를 어떻게 달래줄까?
인종 갈등, 빈부 갈등이 뇌관이 되었다니 인천으로선 긴장하고 주변을 둘러 봐야 한다. 다문화 학생 증가율이 전국 최고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 비중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이주민들이나 새터민들에 대해서는 복지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안하다. 말은 다문화라지만 상류와 하류로 계층화한 사회에서는 문화도 상위와 하위로 나뉘어 겉돈다. 중심부와 변두리로 이원화된 도시는 영국 폭력 사태를 전하는 언론 표현대로, 절망을 분노로 키운다. 이번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원조 격인 대처는 개인을 강조하면서 ‘사회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런 가치관이 만들어 낸 사회적 불평등에 눌려 지낸 청춘들에게 ‘우리’ 도시나 ‘우리’ 국가는 허망한 수사다.
영국의 언론인 닉 데이비스가 자국의 교육을 들여다보고 실상을 고발한 게 1999년이었다. 가난한 학교와 부자 학교로 극심하게 양극화된 영국 교육은 실패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교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삐삐를 차고 고군분투하는 교사와 그런 학교를 방치하는 정치 구조를 파헤쳤다. 책의 말미에서 그는 학교를 실패의 수렁에서 건져내지 못하고 아이들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면 10년이나 15년 뒤에는 수많은 삐삐 선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무기를 소지하고 다닐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무기를 든 경찰과 대치하게 되었으니 그의 불길한 예언은 영국 교육의 오늘이 되었다.
인천은 세계와 가까운 도시를 지향한다. 젊은이들은 더 빠르게 세계와 만난다. 인천에서 열린 모의유엔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교육에 대한 결의문을 만들어 낸 젊은이들이 인천을 세계와 연결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미래와 세계를 놓고 꿈을 다져가는 시간에 ‘반값등록금’을 외치다가 연행당한 젊은이들이 있다. 국제학교에서 만나는 세계와 다문화학급에서 만나는 세계는 같지 않다. 인천 교육이 영국처럼 젊음을 거리로 내 몰지 않으려면 그 간극에 주목해야 한다. 양극으로 치닫는 사회의 고삐를 틀어쥐지 못한 영국 교육의 참담한 오늘을 인천 교육의 내일로 만들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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